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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Mar 31. 2023

라마단 기간에 아랍인 친구들과 나눈 대화



아람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우디 아라비아 발주처를 상대하는 일은 늘 압박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친구들이 있기에 울렁증이 덜 생긴다.


오늘은 발주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손에 대추야자를 한 봉지씩 든 아랍인 친구들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회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봄기운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고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사우디와 한국의 차이에 대해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은 라마단이라는 절기라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대추야자를 먹으려고 옥상에 온 거냐고 그들을 놀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의 눈을 피하지는 않는다며, 결국 신이 보고 있는 것이고 나 자신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그 눈빛에서 이슬람이라는 그들의 종교가 얼마나 선명히 그들 가슴속에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우디 친구들은 각각 스물일곱, 서른셋으로 한국 생활을 꽤 오랫동안 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 청년들이다. 사우디 동부 지역에 사는 이 친구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지만 그 안에서도 아주 많은 정보가 오간다.


가령 그 두 친구가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는 데 조금 더 남쪽 지방에 있는 곳은 50도씨 가까운 날씨이고, 조금 윗지방은 35도씨가량이라는 날씨라는 점. 또 우리나라는 사우디 보다 태양이 좀 더 가까이 느껴진다는 점이 그들이 말한 이야기이다. 지형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우디가 워낙 넓은 땅이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받더라도 넓은 땅에 서 있을 때 더 태양이 높게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라마단 카림은 크리스마스 인사 처럼 쓰는 말이라고 한다.

라마단은 싸운 사람들과는 화해를 하고 좀 더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그 친구의 표현에 따르자면) 기간이라고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물도 먹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예민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또 라마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겠구나 하는 미개한 생각에 그쳐 있었다.


라마단은 그보다 넓은 의미의 절기이다. 단순히 금식하는 기간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어려운 사람의 정도를 '자카'라는 8단계로 구분한다고 한다. 전쟁에 나가 있는 사람의 가족은 높은 등급에 속하고, 그다음은 타국에 나가 있는 사람의 가족이 된다. 그렇게 여러 단계로 나뉜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 절기가 바로 라마단이라고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또 휴전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페르시아 지방 나라, 이라크나 이스라엘에서는 전쟁 중이라 폭격을 가하는 장면이나 탱크가 사막을 이동하고 있는 장면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라마단 기간에는 그들도 전쟁을 멈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꼭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인 이 된 느낌이었다. 얼마나 나는 작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또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지구에는 수많은 인종이, 수많은 종교가, 수많은 문화를 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색깔이나 형태는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사람이기에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또 친근감도 생겨나고 궁금증도 생겨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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