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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23. 2023

오전 10시엔 히비스커스 오후 3시엔 레몬사탕

언제까지 커피믹스만 드시려구요


맥심 커피믹스와 카누 그리고 동서 녹차는 지난 12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총 1000잔 이상은 마셨지 않았나 싶다. 회사에서 간식을 담당하는 센스 있는 직원이 겨울에는 따뜻한 핫초코 미떼를 무더운 여름에는 아이스티를 준비해 두기도 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티백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티타임을 즐길 수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서 내 기호를 찾고 싶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차가 어떤 것인지 알면  피로감이 몰렸을 때 마시는 차 한잔에 더욱 힘이 난다.

차 한잔뿐만 아니라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소소한 간식도 오후에 잠을 깨우기에 좋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다름 아닌 아랍인 친구들 덕분이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온 나보다 3살 언니인 아르와가 내 자리에 티백 2개와 초콜릿을 놓고 간 적이 있었다. 차는 오설록 제주 동백꽃 티였고 초콜릿은 Bouchard 소금맛 초콜릿이었다. 한국에 온 지 10년 된 아르와 보다 20년은 더 한국에서 살았지만 둘 다 처음 맛본 간식이었다. 특히 제주 오설록은 몇 번 가 보기도 했지만 늘 녹차아이스크림만 먹었는데 이렇게 새콤달콤하고 향긋한 향기까지 나는 티가 무려 간편하게 티백으로 판 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르와는 간식에 진심이었다.



또 다른 사우디 친구로부터 커피를 받고 나는 아랍사람들이 차에 정말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프로젝트에서 HAZOP이라는 안전 관련 미팅이 열렸고 이를 위해 발주처인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들이 와서 함께 미팅을 진행했다. 고객사가 온 만큼 간식이 평소 보다 고퀄리티 여서 더치커피도 있었고 베이커리류의 간식도 준비되었다. 긴긴 미팅을 진행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발주처 중 한 라칸이라는 사우디 분이 내게 사우디 커피를 한 잔 만들어 주어서 먹게 되었다. 사우디에서 생산된 커피로 직접 그라인더로 갈고 따뜻한 물로 여러 번 우려서 근사한 한 잔을 내어주었다. 눈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며 감동을 맛보기도 했지만 맛 또한 훌륭했고 아직도 그 독특하고 감칠맛 나는 커피 맛을 잊지 못한다. 나의 짧은 아랍어 어휘력을 발휘 하여 말하기도 했다.

까흐와 قهوه is delicious! Great 까흐와!

(까흐와라는 아랍어는 우리말로 커피다)

미팅 때 사우디 발주처 사람들이 사온 초콜릿과 과자

아르와와 라칸, 그 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간식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늘 먹던 커피믹스도 좋지만 나만을 위한 차 한잔을 내가 직접 준비한다면 책상 위에서의 시간이 더욱 근사해진다. 유행하는 마테차를 자몽맛, 레몬맛, 베리맛 번갈아 가면서 먹기도 하고 따뜻한 물을 부으면 꽃잎이 피어나는 국화차도 가져다가 먹었다. 그러다 히비스커스 차를 사다가 먹어 보았는데 새콤한 맛이 아침을 깨우기에 좋았다. 집에서 머그잔을 가져와서 쓰면 종이컵보다 더 따뜻하게 마실 수 있고 분위기까지 좋아진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오는 날에 차 한잔 마시면서 공복감도 없애고 차의 효능도 덤으로 얻는다.


차뿐만 아니라 내 최애 간식은 바로 레몬사탕이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지방 중 포지타노라는 곳에서 처음 맛 본 레몬 사탕은 흔히 '입덧 사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사탕을 나는 참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이셔' 사탕처럼 레몬의 새콤함이 팡팡 터지다가 한 고비를 넘기면 단맛이 죽 이어져서 맛의 너울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레몬사탕은 특히 잠 오는 오후 3시에 하나씩 까서 오물오물 먹곤 하는데 내 자리로 무언가 의논하러 오는 타 부서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기도 한다.


단 5분이라도 차와 캔디류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면 다시 새롭게 일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50분 업무, 10분 휴식을 최대한 지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차와 캔디류를 두고 티타임을 가지는 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책상에 두고 즐기면 더 특별한 시간이 된다.  회사 책상 앞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중에 그 달달한 시간은 정신건강은 물론 뇌건강에도 분명 좋지 않을까.

아랍인 친구들 덕분에 티타임에 진심이게 되었다.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레몬사탕을 떨어지지 않게 사 오고  작은 동네 커피숍을 가면 그곳만의 특색 있는 차는 없는지 둘러본다. 책상에 나만의 작은 카페를 만들어 두었다는 생각으로 카페 주인이 되어 나만의 곳간을 채운다. 더 달콤한 나의 직장생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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