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해 본다. 일단 타이머를 켜고 15분을 맞춘다. 손으로 쓰는 글을 어느 만큼 노트를 채울 수 있을까. 일단 오늘은 DAY 1이다. 50초 정도 쓰니 기분 좋다. 물론 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쥬스업은 좋은 펜이니까 덜 피로하겠지. 그치만 만년필로 쓴다면? 더 그런 피로도가 적어질 것이다.
문득 기술사 필기시험이 떠오른다. 100분간 4문제에 대해 각 3페이지씩 써 갈겨야 한다. 그런데 그건 공부해서 쥐어짜내는 것이고 이건 의식의 흐름대로 편하게 쓰는 것이니 좀 다르겠지. Vent를 밥솥을 보고 떠올렸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도 좋겠다.
시험이 끝나면 해보고 싶은 글쓰기 프로젝트다. 아무튼 오늘부터 12시 45부터 15분간 펜을 쥐려니 신난다.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불을 끈 사무실에 해가 들어왔다 사라진다. 구름이 드리워졌다 사라지고 또 드리워져서 그런 것이겠지.
시간은 걱정했던 것보다 금방 흘러서 타이머를 보고 깜짝 놀란다. 벌써 7분이나 지났네? 이 정도면 꽤 오래 썼나 보다. 어깨부터 팔 위쪽 부분이 조금 뻐근한 걸 보니 말이다.
8분에서 7분까지 60초를 쉬었다.
그 사이에 든 생각은 스쿼트다. 마치 스쿼트나 플랭크 등의 운동을 세트를 나누어서 하듯 노트 쓰는 것도 15분 중 1분은 쉬고 앞 뒤로 7분씩 두 세트로 나누어서 하면 피로도가 덜 싸인다. 손 글씨의 단점은 맞춤법 검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려야겠다. 꽤 재미있는 실험인 듯하다. 타이머를 두고 시간이 초단위로 흘러가는 걸 보면서 써서 그런지 생각이 고구마 줄기 나오듯 주렁주렁 솟아나온다. 한 페이지 일기에 Junk Jornaling 하기가 어렵다면 이렇게 시간을 재면서 쓰면 좋겠다. 아, 이 손글씨를 브런치에 옮겨 글을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단점을 발견했다. 잉크가 너무 빨리 단다는 것이다. ㅋㅋ 쥬스업 펜 리필심이 하나에 1800원인데... 그 정도면 투자하기에 아주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니 그냥 즐겨야겠다. 1분 남았다. 회사 막내가 1시가 되니 가차 없이 불을 켰다. 상황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