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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02. 2023

나를 위로 하는 일기쓰기

직장에서 위협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


일기를 쓰는 일은 거울로 내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나를 들여다 보는 일이다. 내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날이면 일기 속 내 모습도 울상이다. 열정이 뻗칠 때는 또박또박 쓰다가도 신발 벗을 힘도 없이 에너지를 쏟아내고 돌아온 날엔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휘갈기기도 한다. 그나마도 노트를 펼친 정성이 있다면 말이다. 마음 속 교통사고를 당해 검은 마음이 나를 후벼파 주체할 수 없이 힘든 날이면 일기장 따위 덮어두고 밤산책에 나선다. 며칠이 지나 여전히 남아 있는 돌덩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었을쯤 그래도 폭풍을 잘 뚫고 나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펜을 쥔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아침 7시에 출근한 날이었다. 오후 쯤 되었을 때, 왼쪽 옆옆자리에 앉은 3년 후배인 동료가 내게 1분에 하품을 10번한다고 깜빡이도 안 켜고 불쑥 사내 메신저를 보내왔다. 괜히 화풀이를 하려는 건지 진짜 불편했던건지 저의를 알 수 없었지만 우선 불편을 주었다니 사과 하는 것이 사람된 도리겠거니 하고 물러섰다. 그 후로 내 파티션 앞자리와 내 바로 왼쪽 옆자리 동료에게 혹시 내가 하품해서 거슬렸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아, 이 사람이 초예민한 사람이구나.' 하고 가던 길 가시라고 비켜섰지만 여전히 나로써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와서 남편과 대화하며 분풀이를 했지만 100% 회복할 수는 없었다. 노트를 꺼내보았지만 좀처럼 쓸 맛이 나지 않아, 밤 10시가 넘어 가로등 켜진 주변 동네를 혼자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나중에 이 에피소드는 분명 브런치에 쓸 거리가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계속해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 일이 있던 한 주 동안에는 일기장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다시 마음을 정리하고 일기장을 꺼냈을 때, 여전히 내 속마음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에서 주인 인 양 큰 자리로 눌러 앉아있던 지우개 가루 같은 검은 마음을 지우개 똥 마냥 굴려 모아 쓰레기 통에 버리고 깨끗한 책상에서 만년필을 쥐었다. 투명한 트위스비 만년필에 검정 잉크를 넣고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며 다시 일기를 썼다.




살다보면 때로 납득할 수 없는 험한 일들이 찾아 오지만 그 가운데 나를 분노조절장애로 만들지 않고 지킬 수 있는 방법들 중 나는 일기쓰기를 택했다. 나는 이 방법이 확실히 효과있다는 것을 여러 순간순간에 느꼈기 때문에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만 이 방법을 전한다. 나의 글을 읽어주신 당신께도 이 글을 전하며 모쪼록 당신을 위협에서 구해줄 친구로 일기장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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