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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16. 2024

책상을 '집현전'이라 부를 때

화이트 책상 매트를 깔고 나니 좋은 점


책상공간의 이름, 집현전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8시간을 보내고 퇴근을 한다. 집에 오면 안방 침대 옆 1평도 안되게 작게 자리한 나만의 책상 공간인 '집현전'으로 몸을 이끈다.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님이 사용한 공간 집현전. 그것과는 사뭇 다른 웅장함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내 책상 공간의 이름은 '집현전'이다. 반려견인 갈색 푸들을 '초코' 라고, 패밀리카인 그랜저를 '랜돌이' 라고 부르면 더 애정이 가듯 무엇이든 뜻이 담긴 이름을 붙여 주면 더 소중해지지 않던가. 내가 그 공간에 이름을 붙여주기 전엔 한낱 책상 공간이었던 그 공간은 만 퇴근 후에 또 앉아야 하는 똑같은 책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듯',  '집현전'이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향기 가득한 정원 같은 책상 공간이 되었다.



거창하게 이름 붙인 만큼 애정을 갖고 착 붙어 있고 싶은 '집현전'인데, 회사일이 피곤하다는 둥, 몸이 좋지 않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두며 책상 공간이 아닌 침대로 몸을 던지는 날들이 여러 날 이어졌다. 형광등과 백열등이 있어 책상 위 온도를 차갑게도 했다가 따뜻하게도 했던 하얀색 스탠드는 급기야 먼지색이 되었다.


연갈색 책상

하얀색 책상으로 다시 구매할까 고민했다. 그러자니 쓰고 있던 연갈색 책상을 처분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당근마켓에 내어 볼까 했는데, 책상도 엄연히 가구라서 오히려 나눔을 하는 게 빨리 처분하는 방법이었다. 고심 끝에 하얀색 데스크 매트를 구매하게 되었다. 책상의 가로 세로 길이를 재서 사이즈에 맞는 데스크 매트를 주문했고 몇 일 후 돌돌 말린 그 녀석이 택배로 왔다.


"따라 다라단~"


'러브 하우스' 아닌 '러브 데스크'를 찍게 되었다. 책상 위에 있는 모든 문구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고 책상을 한번 싹 닦은 다음 다시 하나씩 올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책상 살림이 어찌나 많은지, 물건 하나하나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두 내게 쓸모 가득한 문구요, 책들이었다. 그것들은 저마다의 크기만큼 책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얀색 책상 위에서 도서와 문구를 향한 애정이 다시 살아났고, 하얗게 단장한 '집현전'은 나를 다시 쓰고 읽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김치국물이 튈까 걱정이 되어서 하얀색 티셔츠 사는 것을 주저하던 나였다. 그 마음은 데스크 매트 구매를 앞두고도 이어졌다. 혹시 만년필 잉크가 떨어져 매트를 오염시키는 건 아닐지, 책상 위에서 라면 먹다가 (그럴 일은 없지만) 국물이라도 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매트 구매를 미뤘는데, 민은 집현전에서의 활력을 늦출 뿐이었다.



하얀색 책상을 쓰니 좋은 점

화이트 색상이 주는 미니멀한 매력도 있지만 그보다 좋은 점은 바로 사진빨이었다. 문구와 기록이 취미요. 여기저기 그 취미의 기쁨을 영업하고 싶어서 블로그와 인스타에 포스팅하는 것이 나의 또 하나의 취미였다. 하얀 바탕 위에 돋보이는 깔끔한 문구 사진이 나의 '추구미'였는데 왜 그리 화이트 데스크 매트 구매를 앞두고 고민했나 싶을 지경이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화이트'가 화이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호텔의 하얀 침구가 더 호텔을 고급져 보이고, 넓어 보이고, 깔끔해 보이게 하지 않은가. 하얀 책상도 마찬가지이다. 하얀 책상 위에 필기구나 책이 놓이면 더 물건이 돋보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책상 위에 무언가를 최대한 올려두지 않은 깔끔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져 책상 위 물건들을 좀 더 정리 정돈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데스크를 쓰며 좋은 점은 집중도가 향상된다는 점이다. 연갈색 책상 위에 연한 그레이색 매트를 쓰던 예전 책상 공간에 비하면 확실히 집중도가 높아졌음을 몸소 느낀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책상 위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이 글을 하얀색 키보드 위에 스마트폰을 거치해 놓고 쓰는 중이다. 브런치 어플의 배경화면만 동동 떠 있다 보니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많은 아웃풋을 내게 해 주는 사랑스러운 내 책상 공간, '집현전'. 다시 한번 이름을 써 본다. 내가 참 좋아하는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불타는 금요일마다 야금야금 꺼내어 나누고 싶다.  화이트 데스크 매트로부터 힘을 얻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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