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치매가 걱정 된다. 드라마의 등장인물로 치매를 앓거나 기억을 잃은 아저씨나 할머니가 나올 때면 남일 같지가 않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서도 보면 남자 주인공 정우성이 기억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여인인 여자 주인공 손예진을 위해 노란 포스트잇으로 벽마다 적어 붙여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여인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기록뿐이었다. 기록을 하면 기억을 붙잡을 수 있고, 나중에 그 기록을 보며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주는 작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오후 2시만 되면 어김없이 오 부장님 자리에서 휴대폰 알람음과 종이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존경하는 오 부장님은 오후 2시마다 영양제 먹는 시간에 맞춰 매일 A4 용지에 영양제를 먹은 것을 기록하고 계셨다.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약 챙겨 먹은 것을 꼬박꼬박 기록하는 루틴을 가지며 자기관리가 철저하셨다. 일종의 해빗 트래커를 쓰셨다고 해야 할까.
요즘 아기자기한 해빗트래커 메모지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A4용지에 표만 자를 대고 죽 그어서 만든 다음 수정할 수 있게 연필로 기록하는 형태의 해빗트래커 기록이었다. 오 부장님의 기록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본인 스스로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기록이었다. 오 부장님의 루틴처럼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은 자기관리으로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습관으로 길들일 수 있다.
기록을 이야기할 때 ‘흐름, flow’ 와 연결 짓고 싶다. 기억을 머릿속에 잡아 두기엔 많은 것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드나든다. 붙잡아 세워 두지 않으면 어디론가 빠르게 달아나버린다. 그러한 와중에 기록을 하면 이렇게 흘러간 것들을 낚아채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기록은 때로는 영감이 되고 뻗어나간 기록의 줄기는 더 나아가 나 자신의 통찰로 잘 빚어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기록을 남길 때면 몇 글자만 적어도 자주 쓰는 단어가 알아서 떠올라 클릭 한 번으로 손가락의 수고를 덜어주니 아이디어의 기록이 이 얼마나 쉬운가.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디어를 끄집어 기록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매년 다이어리를 살 때쯤이면 문구점 다이어리 코너에는 그때의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다이어리들이 진열되어 있다. 다이어리를 살 때면 며칠을 몇 시간을 고민을 하곤 했다. 마지막 페이지 한 장까지 기록하기 위해서는 기록하는 공간이 되는 다이어리가 내 마음에 쏙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다이어리가 정답이며 최고라고 말하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형태의 기록을 하기를 추천한다.
휴대폰이든 다이어리든지 간에 일단 기록을 시작해 보자. 기록을 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으나 기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보다 기록해서 좋을 이유가 더 많다는 것을 앞으로 소개할 나의 작은 경험들에 비추어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