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잠재

머무는 시선, 움직이는 몸

by 김성용

관찰이 충분히 축적되면,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대신 무엇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든 흐름이 즉시 움직임으로 번역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작업을 반복하며 점점 더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는 설명되거나 명명되는 순간 급격히 가벼워진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그 상태가 사라지지 않도록, 섣불리 손대지 않은 채 머무는 시간을 택한다.


머무름은 정지와 다르다. 겉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끊임없는 미세한 조정이 일어난다. 호흡의 깊이가 달라지고, 무게가 발바닥 안에서 조금씩 이동하며, 방향을 정하지 않은 긴장이 몸 전체에 고르게 퍼진다. 나는 이 상태를 ‘아직 움직이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부른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단계. 안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진다.


무용수들과 이 상태를 공유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동작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은 종종 불안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 상태에 함께 머물기를 선택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지금 무엇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느끼도록 제안한다. 움직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생기기 전의 조건을 몸으로 견디는 일. 그 과정에서 각자의 몸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때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같은 상태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각자의 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누군가는 더 낮아지고, 누군가는 바깥을 향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 떨림을 선택한다. 나는 그 차이를 교정하지 않는다. 상태를 안무한다는 것은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같은 조건 아래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선택들을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흐름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넓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머무르던 상태는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다.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처럼,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긴다. 그 순간 움직임은 발생한다기보다, 흘러나온다는 표현에 가깝다. 나는 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느끼지 않는다. 다만 충분히 기다렸고, 지나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그 동작은 언제나 과장되지 않고,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태를 안무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더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끝까지 남겨둘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관찰에서 시작된 시선이 머무름을 거쳐, 비로소 움직임으로 이어질 때, 나는 그 흐름이 억지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확신은 언제나 형태가 아니라, 상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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