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방식

그리는 춤

by 김성용

그린다는 행위는 나에게 무언가를 재현하는 일이라기보다, 하나의 상태에 오래 머무르는 방식에 가깝다. 붓을 든 손이 대상을 따라가기보다, 그 순간의 빛과 공기, 몸의 위치에 반응하듯 움직이듯이, 안무를 하는 동안 나 역시 결과를 향해 나아가기보다 작품이라는 상태 안에 머문다. 그 안에서 나는 만들고 있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 몸이 된다.


인상파 화가 모네는 대상의 고정된 형태를 그리기보다, 그것이 놓여 있는 시간과 빛의 조건을 그렸다. 같은 연못, 같은 성당, 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그리면서도 그는 결코 같은 그림을 만들지 않았다. 그가 붙잡고자 한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순간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붓질은 결론을 향한 수단이 아니라, 그 상태에 머무르기 위한 반복적인 행위였다.


이러한 태도는 내가 작품 안에서 머무는 방식과 닮아 있다.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나는 작품 안에서 산다. 외부의 시간과 내부의 감각이 어긋나고, 세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장면들이 작품 쪽으로 기울어 보인다. 걷는 속도, 숨의 길이, 감정의 밀도까지도 작품의 조건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된다. 나는 움직임을 설계하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어떤 움직임이 가능한지를 계속해서 확인한다.


모네가 빛의 변화에 따라 같은 풍경을 끝없이 다시 그렸듯, 나 역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다른 상태로 그것을 통과한다. 이 반복은 완성을 향한 집요함이라기보다, 인상이 형성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무르려는 태도에 가깝다. 움직임은 그 결과로 남지만, 그보다 먼저 남는 것은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던 나의 상태이다.


작품이 완성되어 내 손을 떠날 때까지, 나는 그 상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린다는 행위가 붓을 내려놓는 순간 끝나지 않듯, 안무 역시 결과가 고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몸 안에서 계속된다. 그리고 마침내 작품이 나로부터 분리될 때, 그 과정은 하나의 인상으로 수렴된다. 그것은 정확한 형태나 서사가 아니라, 빛이 지나간 자리처럼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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