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발생

자유연상

by 김성용

선물로 받은 한 권의 프로이트에 관한 책이 있었다. 의도해서 찾은 책은 아니었다. 다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자유연상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눈에 들어왔다. 치료기법으로 소개된 그것은, 읽을수록 치료를 넘어선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졌다. 말이 목적을 갖지 않고 흘러가도록 두는 방식,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드러내는 용기. 그렇게 나는 프로이트의 이론보다, 그가 열어둔 ‘상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자유연상은 치료기법이면서 동시에 무의식을 연구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분석은 나중의 일이고, 먼저 필요한 것은 떠오름을 막지 않는 조건이다. 그 조건 속에서 말은 스스로의 논리를 드러낸다. 무의식은 설명되기보다, 허락될 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떠올렸다.

안무를 시작할 때마다 내가 반복해 온 질문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움직임을 만들기 전에, 언제나 몸의 상태를 묻는다. 이 몸은 지금 어떤 긴장 속에 있는지,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어디로 가기를 주저하고 있는지. 상태는 움직임보다 앞서 존재하며, 움직임은 그 상태가 남긴 흔적에 가깝다.


Process init은 그렇게 나의 작업 안에서 형성된 방식이다. 안무 과정이자 동시에 몸-사유 연구 방법. 자유연상이 언어를 통해 무의식을 탐색한다면, Process init은 몸을 통해 사유의 발생 조건을 탐색한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몸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생각이 언제나 말보다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Process init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개시의 순간이다. 움직이기로 결심하기 직전의 망설임, 호흡이 바뀌는 지점, 체중이 미세하게 이동하는 방향. 이 작은 변화들이 다음 상태를 부르고, 그 상태가 또 다른 반응을 낳는다. 몸은 해석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다만 반응을 이어간다.


자유연상이 그렇듯, 이 과정 역시 옳고 그름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상태이고, 반복은 지체가 아니라 사고의 방식이다. 오히려 이 비선형적인 흐름 속에서, 몸은 평소 감춰두었던 자신만의 논리를 드러낸다. 무의식이 말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듯, 몸은 상태를 통해 자신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안무를 만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상태를 배치하고, 그 상태들이 서로 간섭하도록 허락할 뿐이다. 안무는 결과물이 아니라, 상태들이 지나간 흔적이며, 그 흔적은 언제나 다시 열릴 수 있다.


프로이트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자유연상은, 결국 나에게 안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안무는 움직임의 조합이 아니라, 사유가 발생하는 조건을 다루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일을

상태를 안무하는 것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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