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불안

몸이 먼저 말할 때

by 김성용

프로이트는 자유연상을 통해, 의식이 통제하려는 생각의 흐름을 잠시 내려놓을 때 억눌린 감각과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말이 막히고, 논리가 흐트러지는 순간조차도 의미를 가진다는 그의 관점은 오래전부터 나에게 이상할 만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랜 시간 공황장애와 폐쇄공포증을 함께 겪어왔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발작은 생각보다 먼저 몸을 점령했고, 나는 그 상황을 통제하려 할수록 더 쉽게 무너졌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고, 의지로 억제할 수 없는 상태. 그래서 나는 자유연상이 말하는 ‘통제 이전의 상태’, 다시 말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애를 통과하며 나는 몸과 감각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공황은 언제나 생각보다 먼저 몸에서 시작되었다. 호흡이 빨라지고, 손끝이 떨리며, 시야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는 순간들. 나는 그 신호들을 두려움의 전조로만 받아들이는 대신, 몸이 나에게 보내는 언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listen to your body’라는 말이 그때부터 나에게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반드시 해석되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 되었다.


한 번은 비행기 탑승 후 문이 닫히는 순간, 극심한 공황과 폐쇄공포가 동시에 밀려와 승무원에게 내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이미 탑승문이 닫힌 뒤에는 승객이 내릴 수 없다는 항공 규정을 그때 처음 알았다. 증상은 이륙 전에 가라앉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나의 상태가 타인에게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부담으로 남았다. 그날 나는 공황이 개인의 내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몸–공간–타인의 감각이 동시에 반응하는 상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공황이 찾아올 때마다 몸이 어떤 순서로 반응하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관찰했다. 약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켰지만, 감각을 삭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호흡의 변화, 근육의 긴장, 시선의 고정 같은 신호들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 감각들을 막연히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과 순서, 강도의 차이로 해석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몸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감각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구조화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안무가로서의 나는 이 해석의 과정을 작업 안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공황 이후에 남는 긴장, 통제할 수 없었던 순간 뒤에 찾아오는 탈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지나간 뒤의 고요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보가 되었다. 공황이 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하나의 상태(state)로 두고 관찰하며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작업은 동작을 만들어내는 일 이전에, 상태를 인식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되었다. 몸이 어디에서 멈추려 하는지, 무엇을 회피하려 하는지, 어떤 순간에 과도하게 방어하는지를 읽어내는 것. 이는 무대 위의 몸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나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나는 긴장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호흡과 중심을 낮추며 상태를 다시 설정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listen to your body’라는 태도를 하나의 구체적인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었고, 그 과정 위에서 나의 메서드인 process init이 형성되었다. process init은 특정한 기술이나 형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몸의 반응을 출발점으로 삼아 상태를 초기화(init)하는 과정이며, 상태를 제거하거나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상태가 움직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공황과 폐쇄공포는 여전히 나에게 불청객이다. 그러나 동시에, 몸을 듣는 법을 배우게 한 계기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불안을 안고 산다. 하지만 그 불안은 더 이상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할 지점을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나의 안무는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기 이전에 상태를 안무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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