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다름

다름을 맛보다

by 김성용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의 작업을 마친 뒤, 세 개 도시를 도는 투어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사흘간의 휴가가 주어졌고, 나는 우리 프로덕션의 PD이자 공연기획자인 Maria Teresa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살레르노 외곽, 산 위에 자리한 그 마을은 작고 조용했으며, 한눈에 봐도 오랜 시간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집은 2층 구조였다. 1층에는 방과 응접실을 겸한 다목적 공간이 있었고, 2층에는 부모님과 Maria Teresa가 함께 사용하는 생활공간이 있었다. 그녀의 배려로 나는 1층 전체를 혼자 사용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2박 3일 동안 눈치 보지 않고 머무를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마치 과거의 이탈리아 속으로 잠시 들어가 살아본 듯한 경험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었고, 개인의 경계는 느슨해 보였다. 그 풍경은 따뜻했고 인간적이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을까. 더 많은 이해와 더 많은 배려가 필수적일 것이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Maria Teresa는 지역 TV에서 요리를 개발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PD로도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유치원에서 촬영이 있다며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치원에서 진행된 촬영은 간단한 실험이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같은 향신료를 맛보게 한 뒤, 맵다, 달다, 시다, 쓰다 같은 맛의 강도를 1부터 5까지의 단계로 솔직하게 표시하게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같은 것을 먹었음에도 아이들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맵게 느껴진 맛이 다른 아이에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맛들 역시 각기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김치와 떡볶이는 매운 음식이라고 배워왔고, 실제로 그렇게 느껴왔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거의 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당연하게 믿어왔다. 하지만 그 믿음은 이 작은 실험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다르고, 감각은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Maria Teresa에게 이 실험을 왜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음식을 통해 알려주기 위한 교육이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짧은 실험이 나에게 준 가르침은 그 어떤 강의나 토론보다도 깊었다.


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교육과 경험 속에서 이미 몸으로 배워왔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름을 문제로 삼기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원래 다르다. 같을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서로를 같게 만들려 하고, 같아지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르다면, 내가 늘 힘들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각자의 다른 움직임’은 이미 모두의 몸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로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은 어쩌면 불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이미 새로운 존재다. 자신의 상태를, 자신의 감각을 솔직하게 꺼내기만 한다면 그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움직임이 되고, 그 자체로 새로운 안무가 된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름을 억지로 만들기보다, 각자가 가진 다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오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그 다름을 안무해 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상태를 안무하다 -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