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4
밤새 야간 근무 하신 요양보호사들의 모습이 몹시 초췌해 보입니다.
눈이 휑 하니 들어가고 세월이 앗아간 흔적 가득한 숱 적은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뻗쳐 있습니다.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주간 근무자가 출근했는데 그제서야 세면하러 들어갑니다.
그 모습에서 우린 지난밤이 얼마나 분주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계시간에 오늘 새벽 이승 등지신 소나무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소나무님은 정년 퇴임 후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는데 가족들이 케어하기 버거워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처음 오셨을 때 우리들과 말씀 잘하시고 농담도 하시며 잘 적응하셨습니다.
식사도 혼자 하시고 화장실도 혼자 부축 없이 잘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님은 기운 없다고 하시며 침상에서 내려 오려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르신 식사하러 가세요”
“나 다리 힘없어 휠체어 태워줘”
“어르신 잘 걸으시잖아요”
“아니 아니 정말이야 이젠 만사가 귀찮아”하시며 이동하기를 꺼려했습니다.
혼자서 잘 드시던 식사도 수발해 드려야 하고 화장실 이동도 못하시게 되어 기저귀 착용 해야만 했습니다.
조금 더 지나니 호흡도 가빠지고 산소 포화도 수치도 급격히 내려가 산소 발생기를 이용하여 산소 공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보호자분들이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그러나 병원비가 너무 과하여 삼일 만에 다시 요양원으로 모셔 오셨습니다.
어르신은 너무 고통스러워하셨고 식사는 전혀 드시지 못할 지경까지 갔었습니다.
이럴 때 우리 요양보호사 들은 호흡 가빠지고 엄청난 고통 속에 일그러진 소나무님 얼굴 보며 발만 동동 구를 뿐 아무것 도 해 드릴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 과정이 요양원에 입소하신 지 불과 3개월 안에 진행된 일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워하시는 어르신들 보며 같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보내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참 힘든 일입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잦아드는 호흡 소리만 듣고 있어야 합니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