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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Dec 02. 2024

숨통 밑

스토리#19

점심식사 후 휴식시간입니다.

식곤증과 싸우며 스테이션에 앉아 봄볕 아래 병아리 졸듯 꾸벅이고 있는데 2호실 개나리꽃님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얼른 정신 차리고 잰걸음으로 가보니 “아이고 다리야 별안간 다리가 아파” 하시며 다리 구축으로 가슴까지 올라와있는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계십니다.

“오늘은 별나게 더 아파”

“어르신 제가 약 가지고 올게요” 하고 간호사실에서 진통제를 가져왔습니다.

진통제 외에는 특별히 해 드릴 게 없었습니다.

”어르신 약 드세요”

분말로 갈아온 약을 요구르트에 섞어서 개나리꽃님 입에 넣어 드립니다.

“아이 거워” 하시며 입에 있던 약을 뱉어내 십니다.

약이 묻지 않은 요구르트를 빠르게 입에 넣어 드립니다.

또 약인 줄 아시고 뱉어 내십니다.

“여기엔 약이 안 묻었어요 쓰지 않아요 이걸 드셔야 입에 쓴 맛이 없어져요” 하며 다시 드렸습니다.

약을 뱉으셔서 오염된 웃옷을 갈아입혀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약 가져와 “어르신 이거 진통제예요 써도 이거 드셔야 덜 아파요” 하니

“오늘은 왜 별나게 더 아픈지 모르겠어”

저도 날씨가 궂은 것도 아니고 항상 누워만 계시는 분이 어디 부딪친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꽃님은 약 드시고 쓴맛같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숨통 밑이 아파야 죽는데 이깟 다리 아파선 죽지도 않고 매일 아프기만 해”

“죽지도 않고 이렇게 아파서 이를 어째?”


처음에는 숨통 밑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봐서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다른 어르신들과 요양보호사 들께 여쭤보고 나서 그 심오한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숨관과 연결되어 있는 장기들에 이상이 있어야 빨리 돌아가실 수 있다는 말씀이랍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시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참으로 슬프고도 슬픈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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