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8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베란다 창을 꼭꼭 닫아 둡니다.
여름 내내 정성스럽게 가꿔온 화초들이 추위 따라 떠날까 겁이 나서입니다.
밖에서 일하고 들어 오면 초록 식물들이 색색의 꽃을 피워 반갑게 맞이해 주는 아주 고맙고 아름다운 저의 친구이자 가족들입니다.
이렇듯 누군가 반겨 맞아주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부터 배꽃님의 표정이 화사합니다.
배꽃님은 양쪽 고막이 다 녹아 없어져서 전혀 듣지 못하십니다.
글도 모르셔서 눈을 마주 보고 입 모양과 몸짓으로 표현하여 의사 전달을 해 드립니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도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 하시는 날이 많습니다.
가끔 간식 드릴 때면 “고마워요.”라고 한마디 하시는 정도입니다.
오늘 아드님과 며느님이 면회 오시는 날이라 요양보호사가 하마 입을 하고 배꽃님께 전해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빨리 준비해 달라는 신호로 자꾸 콜벨을 누르십니다.
막상 가서 “어르신 부르셨어요?” 하고 여쭤보면 괜스레 웃기만 하고 계십니다.
면회시간이 되어 요양 팀장님이 어르신 모시고 면회실로 갔다 오셨습니다.
팀장님은 모셔다 드리고 오셔서 아주 많이 놀란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어머머머 나 깜짝 놀랐어요”하며 숨 돌릴 틈도 없이 “배꽃님이 아들 며느리 보시자마자 말씀을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사실 배꽃님이 요양원에 입소하신 지 열흘 밖에 되진 않았지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들어본 요양보호사가 몇 분 없었습니다.
아무리 웃게 해 드리려고 애를 써도 표정도 늘 무표정으로 계셨습니다.
그러셨던 배꽃님이 아들 며느리 보시자마자 “아이고 어떻게 왔니? 춥지는 않니?”
하시며 밝은 표정으로 반기였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도 모두 놀라그저 “어머머머 정말?” 하는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30분 후 면회를 마친 배꽃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우리 아들 며느리가 왔었어요 바쁜데 날 보러 왔대요”
“좋으셨어요?”하고 요양보호사가 여쭤보니 그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기분 좋은 당신 말씀만 하십니다.
“내가 보고 싶어서 왔대요”
“날씨도 추운데...”
“우리 아들 며느리 너무 착해요”
배꽃님의 얼굴에 가득 찬 환한 미소는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