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방에서 사탕 껍질과 과자봉지 바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잠시 후 살며시 가서 보니 호박꽃님이 귤을 까서 맛있게 드십니다.
호박꽃님은 보호자 분들이 항상 간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넉넉히 가져다 드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제하지 않으면 얼마만큼이라도 안 주무시고 밤을 새워가며 다 드십니다.
어느 날은 사탕 한봉, 크래커 두통, 작은 계란빵 열두 개를 하룻밤사이 다 드신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드시면 다음날 하루종일 한 끼도 안 드시고 잠만 주무십니다.
그래서 간식 관리를 우리가 해 드립니다.
저녁식사 후면 여지없이 과자 달라고 성화를 하십니다.
달라고 하시는 대로 다 드릴 수 없어 적당히 조금씩 드립니다.
하지만 호박꽃님은 너무 적게 준다고 늘 불만이 가득하십니다.
주간 근무 요양보호사들이 오후 다섯 시 저녁식사 후 호박꽃님 간식 드리고 퇴근하기로 우리끼리만의 규칙을 정해 놓았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주간근무 하셨던 요양보호사가 깜빡하고 저녁 간식을 안 드리고 가셨나 봅니다.
저는 당연히 드리고 갔겠지 하고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아뿔싸! 그것이 제게 큰 재앙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저녁 간식을 안 드린 것에 화가 단단히 나셨습니다.
귤은 드셔도 좋으니 항상 몇 개씩 방에 놓아둡니다.
그러나 귤은 간식이라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꼭 빵, 과자, 사탕만이 간식거리라 생각하십니다.
화가 나신 호박꽃님은 화풀이하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낮에는 혼자 화장실 이용을 하시는데 저녁에는 이동식 변기를 가져다 드립니다.
밤에는 잠에 취해서 이동하시다 낙상 사고라도 발생 할까봐 대부분 어르신들 방에 이동식 변기를 놓아드립니다.
호박꽃님은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사탕 껍질과 과자 봉지 귤껍질 등을 이동식 변기에 변을 보시고 그 위에 버리십니다.
간식만 잘 드리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 변기를 비우는 작업은 많은 고통을 줍니다.
어쩌면 요양보호사라는 것을 후회하게 하는 맘을 불러오고 있을지도 모를 만큼 고통스럽습니다.
오늘도 저는 소중한 일을 훌륭히 해 냈다는 자부심 가득 품고 퇴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