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23
어찌나 추운지 모자 눌러쓰고 부츠까지 챙겨 신었습니다.
하지만 장갑을 놓쳐 티셔츠 팔목 늘려 장갑 대용으로 잡아당겨 봅니다.
속으로 쓸데없이 가방은 왜 가져왔나 후회하면서 요양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요즘은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어 난로 같은 게 없습니다.
또 난로나 다른 난방 물품이 어르신들 안전사고에 영향을 줄까 봐 설치하지 않습니다.
언 손을 녹이려면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게 최고인 것 같아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로 녹이고 핸드크림을 바르는데 요양원 앞마당에서 “어이쿠”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놀라서 뛰어가보니 전나무님이 넘어져 계셨습니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119를 불렀고 나름의 응급조치를 해서 병원으로 이송시켜 드렸습니다.
전나무님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편마비 상태로 요양원에 입소하셨습니다.
오른쪽이 마비상태이고 왼쪽만 움직일 수 있는데 아주 심하지 않아 웬만한 것은 혼자 다 해결하십니다.
비록 살짝 비척대고 더딘 걸음걸이이지만 매일 아침이면 10분 정도 요양원 앞마당에서 걷기 운동을 하십니다.
오늘 아침은 너무 춥고 미끄러우니 운동하시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하시겠다고 하더니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은 서로 “어떡하지?” 하며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후에 전나무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병원 검사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단순 타박상이라고 했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제가 오늘은 너무 춥고 미끄러우니 운동하시지 말라고 했잖아요?”
“미안해요” 어눌한 발음으로 말씀하시며 멋쩍어하십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우리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사건경위서를 써야 하고 시말서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사건 경위서와 시말서 쓰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르신이 다치시면 다치신 만큼 우리들 가슴에도 커다란 상처가 똬리 틀고 들어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양원에 입소하실 때에는 온몸과 마음이 성한 곳 없는 어르신들인데 더 이상 다치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