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24
작은 사내 아이가 타는 자전거가 지나가자 길바닥 낙엽이 제법 많이 굴러갑니다.
좁은 골목길이 너무 건조해서 지나간 자전거뒤로 먼지도 날립니다.
가을비라도 살짝 내려 줬으면 좋을 텐데 오늘 일기예보에선 기상캐스터가 건조주의보란 말을 합니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에 어르신들 방 가습기는 더욱 열심히 작동하며 뽀얀 안개를 쉼 없이 뿜어냅니다.
더불어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이방 저 방 가습기 속 물 비워지지 않게 채워야 합니다.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3호 방 금잔화님이 워커에 의지해 겁먹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십니다.
“우리 방에 좀 와봐유, 큰일 나겠어요”
“왜요? 어르신”
“저게 자꾸 끓어요 배짝 졸면 불나겠어요” 하시며 가습기를 가리키십니다.
어르신들 방에 있는 가습기는 초음파식 가습기라 가습기 안에서 물방울이 바글바글 끓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다 수증기는 밖으로 내뿜어지니 물이 졸아지는 줄 아시고 놀라셨나 봅니다.
그 놀란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달려가 가습기를 잡으며 “앗! 뜨거워 앗! 뜨거워”하며 손을 귓불에 가져다 댑니다.
“어르신 너무 뜨거워요”
“조심해요 맨 손으로 하지 마세요”
금잔화님은 진정 걱정 어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십니다.
어느 결에 꺼내셨는지 금잔화님의 손에는 손수건 두장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어르신 이거 뜨거운 거 아니에요”
“방이 건조해서 방 촉촉하라고 안개 뿌려주는 기계예요” 하고 금잔화님 손을 가습기에 대어 드립니다.
“어매! 난 물이 끓어 졸아드는 줄 알았어요 너무 졸면 불날까 봐 걱정했지”
“이젠 걱정하지 마세요 이 물 다 졸아들기 전에 저희가 채워드릴게요”
“그렇구나” 하시며 평온한 표정으로 침상에 걸터앉으십니다.
90세가 넘도록 살아오시면서 이런 문명의 혜택을 받아보지 못하신 것인지 아니면 사라진 기억 속에 묻어두신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세월이란 놈이 앗아간 기억력 속에 딸려 갔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