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25
무진장 바쁜 소리가 원내를 떠돌고 있습니다.
타닥타닥 슬리퍼 걸음소리, 촬촬 수돗물소리, 어찌나 바쁜 소리인지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누구와 말 한마디 섞을 틈조차 없이 바삐 움직이는 목욕하는 날 아침입니다.
“이 오라질년 저리 가”
“나쁜 년들 저리 가라니까”
아침부터 원내에 욕설이 난무합니다.
“ㅇㅇ아 ㅇㅇ아” 하시며 누군가를 부르시기도 합니다.
목놓아 부르시는 ㅇㅇ은 백합꽃님 딸 이름입니다.
백합꽃님이 욕설을 하시다 딸이름을 목놓아 부르시다를 반복하십니다.
백합꽃님은 목에서 가래가 수시로 나와 그 가래침을 고이는 즉시 뱉어내십니다.
따라서 침상 난간과 주변 바닥에 가래침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가림막을 끌어다 세워놓고 그 위에 하얀 전지를 붙여 그 전지를 자주 교체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백합꽃님 목욕 하시는 날이라 그 전지를 교체해 드리러 백합꽃님 방에 들어가신 요양보호사에게 욕설을 하시는 겁니다.
백합꽃님 따님은 우리 요양원 간호파트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이자 우리의 동료 직원입니다.
그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백합꽃님은 남편분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그 충격으로 치매가 찾아오고 잇따른 낙상에 의해 고관절 수술을 하시며 병세가 악화되셨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우리 요양원에 모시고 다른 곳에 근무하다 백합꽃님 모신 곳으로 이직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엄마는 육 남매를 키우시면서 주말이면 도시락 준비하셔서 고만고만한 자식들을 데리고 공원으로 놀러 가시곤 했어요”
“정말 고운 말씀만 하시고 반듯한 모습만 보여 주셨는데…”
“저는 엄마께서 저런 욕설을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쩌다 저렇게 되셨는지 너무 속상해요” 하며 울먹입니다.
직장인으로서 의무 다 해 가며 누워계시는 엄마 보필해 드리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란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눈치 주는 사람 없어도 괜히 동료 직원들 눈치 봐가며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을 텐데 참 바지락스럽게 움직입니다.
물론 백합꽃님이 자식들 키울 때의 정성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겠지만 그래도 일하는 사이사이 “엄마 엄마”하며 목소리 들려 드리고 그냥 지나치는 것 같지만 얼굴 한 번 쓰다듬고 가슴 한번 토닥해 드리고 늘 딸이 곁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비록 욕설을 하시고 가래침을 뱉어 내시기는 하지만 따님 얼굴 자주 볼 수 있는 백합꽃님은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중 가장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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