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 상추옆에 또 다른 초록 깻잎과 쑥갓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누워있습니다.
설깃설깃 콩이 보이는 쌈장 옆에는 윤기 좔좔 흐르는 돼지고기 편육이 다소곳이 앉아있습니다.
오늘 점심 식판이 너무 풍요러워 보입니다.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찔레꽃님 식사 수발을 드립니다.
찔레꽃님은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고 성한 치아도 별로 없어 꼭 수발해 드려야 합니다.
식판을 질레꽃님 앞에 가져다 놓고 밥을 으깨듯 씹으시기 좋게 하여 한술 드리려는데 "나는 왜 쌈 안 줘?"
"예?" 전 제가 잘못 들었는 줄 알고 바로 다시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르신 쌈 드려요?"
"응 나도 쌈 먹을 줄 알아 쌈 줘"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하시고 꼭 필요한 말씀만 아주 작게 말씀하시던 찔레꽃님이 이렇게 정확하고 큰 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얼른 쌈을 드리고 편육을 다지 듯해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평소에 수저를 사용하지 않으셔서 우리가 수발해 드려야 식사를 하실 수 있었습니다.
너무 놀랍게도 쌈을 가져다 드리니 당신 손으로 상추에 깻잎반장 쑥갓 조금 뜯어 얹으시고 물기를 탈탈 털어내시고 고기와 쌈장을 넣어 크게 한쌈 드셨습니다.
그렇게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도록 쌈을 싸서 드셨습니다.
우리들은 너무 생소한 모습을 보이시는 찔레꽃님의 행동에 앞 다투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도 상상 못 했던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럴 수가?"를 연발하며 기적 같은 현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찔레꽃님 앞에 식판을 가져다 드리고 다른 어르신 옆으로 가서 슬쩍 보았습니다.
찔레꽃님은 당신 스스로 수저를 드시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반찬은 손으로 집어 드시고 수저로 국물도 떠 드십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