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7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바람이 살랑살랑 간지럽히듯 불어옵니다.
날씨가 이렇게 화사한데 요양원 안에만 계시는 어르신들이 안타까워 우리는 당신 발로 걸을 수 있는 분들은 살짝 부축해 드리고 휠체어와 워커를 이용하여 요양원 앞 뜰로 어르신들을 모셨습니다.
혹시 바람 때문에 감기 걸리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어서 옷 따뜻하게 입혀 드리고 모자와 스카프도 멋지게 둘러 드렸습니다.
요양원 앞뜰 화단엔 어느 요양보호사가 뿌려놓은 쑥갓과 상추싹이 파릇하게 올라와 어르신들께 인사합니다.
뜰 울타리에 걸쳐 널은 어르신들 옷가지들도 반가운 춤사위를 뽐내고 있습니다.
“볕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 빨래 참 야무지게 말려줄 날씨네”
문득 냉이꽃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이렇게 날 데리고 나와서 고마워요”
순간 저는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져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실내에 계실 때는 요양보호사 부르실 때 한 번도 욕 안 하시고 부르신 적이 없었습니다.
“이년아 물 좀 줘”
“이년아 다리 아파”등 항상 우리 이름은 “이년아”였습니다.
며칠 전에도 식사를 조금 드셔서 몇 수저라도 더 드실 수 있게 수발해 드리려 하니,
“이년아 저리 치워 그냥 굶어 죽을 거야” 하시며 식판을 엎으시고 피가 나도록 주먹으로 상을 내리 치셔서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빠르게 지혈하고 소독하여 더 큰 상처는 생기지 않았지만 피를 보니 어찌나 겁이 났던지…
어르신들은 피부가 얇아 작은 자극에도 허물이 벗겨지고 피가 납니다.
그러셨던 냉이꽃님이 고맙다는 말씀까지 하시다니 자주 모시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어르신들 모시고 이동하려면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많이 힘듭니다.
2인 1조가 되어 손발 맞춰서 해야 하는데 손발 잘 안 맞는 경우엔 손목 다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적은 인원이 많은 어르신들 이동지원해 드리기가 버거워 자주 못 해드립니다.
그래서 아쉬운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오늘 냉이꽃님이 들려주신 고운 말씀이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