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40
길가 한편으로 몰아둔 눈더미가 올라간 기온에 녹아 흘러내립니다.
골목길이 질척 질척해 조심스레 걷습니다.
잘못 걸으면 뒷 종아리에 구정물이 튀어 바지가 지저분 해 집니다.
절절매듯 걸어 요양원 현관문을 막 여는데 뒤에서 질척거리는 골목길을 저벅저벅 걸어오시던 낯선분이 저보다 앞서 먼저 들어가십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간호사 나와 봐요" 핸드폰을 쥔 손으로 삿대질하듯 하시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니 요양원 로비가 쩌렁쩌렁 울립니다.
행정실 직원이 나오며 "어머 어쩐 일 이세요?" 하며 인사합니다.
그분은 떡갈나무님 보호자이셨습니다.
요양원에선 병원 입원이나 외박 등 하룻밤이라도 밖에서 주무시고 돌아오시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있으면 사진 찍어 보호자들께 전송해 드립니다.
떡갈나무님은 보름 전 응급 상황이 발생하여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고 어제 오후에 퇴원해 요양원으로 오셨습니다.
퇴원해 오시자마자 목욕시켜 드리며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병원 가실 때 없었던 욕창이 미골 부위에 심하게 발병해 있었습니다.
간호사한테 사진 찍게 하고 깨끗한 옷을 입혀 드렸습니다.
간호사는 문자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그 사진을 보내 드렸다고 합니다.
그 사진을 보신 보호자님이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찾아오신 겁니다.
어제 간호사에게 받은 핸드폰 메시지를 꺼내 들고 행정실 직원에게 들이밀며 큰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이럴 일이 없어요, 거기 의사도 있고 간호사들도 있는데 이렇게 하겠어요?"
"여기서 이렇게 해 놓고 병원 핑계 대는 거 아니에요?"
행정실 직원이 난감해하며 진땀을 흘립니다.
이 소란을 수습해야 할 간호사가 다른 날 보다 조금 늦게 출근해 헐레벌떡 뛰어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냅니다.
"제가 병원 가시기 전 찍어둔 사진이에요"하며 보여 드립니다.
욕창이 전혀 없이 깨끗합니다.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가면 대부분 간병인이 간병을 합니다.
제가 간호조무사 실습을 요양병원에서 할 때 봤던 바로는 보호자들이 어르신 상태를 살피고 확인해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간병인한테만 미뤄 놓고 어르신 얼굴만 보고 갑니다
그러고는 어르신께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든 다른 사림 탓으로 미뤄 보려 하는 마음에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우리들은 그 탓 받이가 되어야 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 서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