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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거울

스토리#41

by 차나처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단장하고 얼굴을 매만지며 내려가야 할 목적지 버튼 누르는 것을 잊고 있다 움직임이 없는 엘리베이터에 당황하여 멋쩍게 웃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젊을 적에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거울 보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꺼려지기도 합니다.


이팝나무님이 한 손에 지팡이를 짚으시고 다른 한 손에 두유 다섯 개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스테이션으로 나오십니다.

오늘 아침 벌써 세 번째입니다.

처음에는 쵸코빵 다섯 개를 두 번째는 홍삼 캔디 다섯 개를 스테이션에 있는 팀장님께 맡겨 두십니다.

"아까 그거 하고 이거 이따가 머리 자르러 오는 사람들 줘요"

기분 좋은 소리로 말씀하시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이면 ㅇㅇ클럽에서 이미용 봉사를 와서 어르신들 머리를 다듬어 드립니다.

이날은 어르신들 거울을 들고 당신 모습에 심취하며

"이게 나야?"

"나 아니야"
"이 늙은이가 나야?" 등 평소에 안 하시던 표현을 하십니다.

오랜만에 보는 거울 속 현실 모습이 믿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팝나무님은 항상 "어르신 양치 하세요" 하면

"내가 알아서 해요"

"어르신 속옷 갈아입으시고 바지도 갈아입으셔야죠?" 하면

"난 신경 쓰지 말아요 내가 다 알아서 해요"

하시지만 옷도 안 갈아입으시고 양치는 물론 세수나 손 씻기 정도도 안 하십니다.

인지가 있으셔서 강제로 하시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르신 편의 봐드리며 요령껏 씻으시고 갈아입으실 수 있도록 유도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용 봉사 오는 날은 아침 일찍 양치부터 세수는 물론 머리 감기까지 하십니다.



이팝나무님은 예전에 이미용 봉사 오는 ㅇㅇ클럽에서 활동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활동하셨던 지역은 다르지만 그래도 젊어서 활동하셨던 클럽 사람들이니 반갑기도 하고 으쓱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간식을 준비하시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세면장을 수없이 들락날락하셨나 봅니다.

이팝나무님 젊은 시절 깔끔하고 멋스럽게 다니셨던 모습처럼 한껏 단장하고 깔끔하게 꾸미고 나오신걸 보니 오늘 이팝나무님의 거울은 다 닳아 없어졌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팝나무님이 근사하고 멋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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