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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

환갑이 되고 보니

by 차나처

오라 하셨다

어여 오라고

귤 한 상자 사 왔으니

함께 먹자고


아랫목에 귤 세 개

밍크 담요로 덮어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랫목 따뜻함이 목으로 넘어오고

손끝에 노란 봉숭화 물들여지니

애틋한 사랑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여쭙고 싶다

그토록 사랑하셨으면

오래 보아주시지

어찌 그리 바쁜 이별 하셨는지


봄바람 따라온 꽃 향기 맡고

초록 잎 우거진 나무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싹 마른 가시덤불 속을 나와

포근히 내려진 눈길 걸어왔다


조금 더 보아주셨더라면…


냉장고 속 귤

손 온기로 덮여 먹어야 하는

이 나이

아랫목 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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