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
1. 개요
영국 정부는 2025년 6월 「영국의 현대 산업전략」(UK’s Modern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하여 향후 10년에 걸친 산업정책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 전략은 영국 경제의 장기 성장과 기업 투자의 대폭 확대를 목표로 하며, 영국의 강점을 살린 8대 성장 유망 산업 부문을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영국 전역에 걸쳐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함으로써 국민 생활수준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 비전이다.
https://www.gov.uk/government/collections/the-uks-modern-industrial-strategy-2025
영국은 안정된 법치와 공정한 환경, 개방경제 전통 및 세계적인 연구·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최근 수십년간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보호무역적 산업정책 경쟁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산성 정체와 생활비 상승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변화를 위한 계획(Plan for Change)” 하에 강력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현대 산업전략을 통해 민간이 안심하고 투자·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미션으로 설정하였다.
특히 동일 산업정책 기조의 일관성 유지와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산업전략 자문위원회(ISAC)를 운영하고, 장기적으로 법적 지위를 갖는 산업전략위원회를 설치하여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한 독립적 자문과 감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산업정책의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서, 경제·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을 지속 점검하고 보완해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본 전략은 8대 핵심 산업부문을 국가가 집중 지원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하려는 선택과 집중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해당 8대 부문은 첨단제조, 청정에너지, 창조산업, 국방, 디지털·기술, 금융서비스, 생명과학, 전문·기업지원 서비스로, 영국 경제의 약 32%를 차지하는 성장견인 산업군(IS-8)이다. 이들 부문은 우수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 성장, 넷제로 전환 기회의 활용,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지닌 분야로 선정되었다.
정부는 이들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영국을 세계 최고의 투자·창업의 터전으로 만들고 각 부문별로 세계적인 국산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문별 전략은 개별로 고립된 8개의 계획이 아니라 전체 경제의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장기 비전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대 경제에서 핵심 선도산업의 성장은 다른 연관 산업으로 파급효과를 미치므로, 전략 부문을 육성함으로써 전체 경제의 생산성과 복원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는 모든 산업의 투자와 안정을 뒷받침하고, 전문·기업서비스는 전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필수 인프라 역할을 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안정적인 국내 에너지 공급을 통해 모든 기업과 가정에 혜택을 주고, 생명과학 산업의 혁신은 국민이 신속하게 첨단 의료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요컨대, 성장견인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해당 부문 종사자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번영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영국 산업전략 CP 1337 원문에 기반하여, 구조적으로 재구성·요약한다. 먼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경영환경 개혁방안을 살펴보고, 지역기반의 산업육성 전략 및 핵심 산업부문별 전략을 정리한다. 이어서 정부와 산업계 간 파트너십 구축방안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청정에너지 산업 및 넷제로 전환 전략을 종합적으로 정리·분석한다.
2. 기업 환경 개선: 투자 용이성, 신속성 및 안정성 제고
영국 산업전략의 1장은 민간 기업이 보다 쉽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도록 기업 경영환경을 개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규제 개혁, 세제 안정, 인프라 비용 경감, 금융 지원, 인재 육성 및 유치의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국내외 자본이 영국 산업에 적극 유입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2.1 규제 및 행정절차 개혁
정부는 과도한 규제비용과 지연을 기업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지목하고, 규제 부담 25% 경감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규제 개혁 프로그램을 통합 조정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정비하며, 규제기관 수를 축소하여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기준으로 규제 준수에 드는 행정 비용을 2029년까지 25% 감축하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며, 규제 신설 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병행한다. 또한 규제혁신청(Regulatory Innovation Office)을 통해 신기술 분야 혁신 기업들이 신속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속 인허가 경로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처럼 정부는 규제 혁신과 간소화를 통해 기업들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혁신 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기업 세제 부문에서는 법인세율을 25%로 상한 고정하여 향후 10년간 세제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현재 25%인 법인세율을 더 이상 인상하지 않고 유지함으로써 기업이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때 세부담 측면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에 우호적인 조세환경을 위해 전액 비용처리(Full Expensing) 제도 등 주요 세제혜택도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4년 가을 예산에서 기업세제 로드맵을 발표하여 향후 세제정책 방향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에 세제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계획이다.
행정절차 간소화와 인허가 신속화도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진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사업의 인허가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계획법 및 인프라법(Planning & Infrastructure Bill)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전략적 중요 사업에 대해서는 심사절차를 신속처리하고, 전력망 등 핵심 인프라 사업의 계획 승인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제 프로세스를 변경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정한 사업에 대해서는 전력망 연결용량을 선제적으로 할당하여 투자자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특별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중요 인프라사업에 대한 계획 결정기간 단축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프로젝트별로 전담 지원을 제공하고, 관련 기관간 협력을 강화한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성장지구(AI Growth Zones) 신설과 같은 새로운 구상을 통해 특정 첨단분야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형 지역을 도입할 계획도 언급되었다.
2.2 에너지 비용 절감 및 인프라 개선
산업전략은 에너지 비용 문제를 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지목하며, 전기료 인하와 전력망 연결 지연 해소를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제시하였다. 영국은 유럽 내 비교적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에너지다소비 제조업의 부담이 큰 상황이며, 신산업 투자에도 장애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부터 새로운 「영국 산업경쟁력 강화 요금제(British Industrial Competitiveness Scheme)」를 도입하여, 전력다소비 업종의 전기요금을 2030년까지 MWh당 약 35~40파운드 인하할 계획이다.
이 조치는 자동차, 항공우주 등 전략산업의 대규모 제조기업 및 화학 등 기초소재 산업의 공급망 기업 수천 곳을 지원하게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의무부담금(RO)·소형발전매입부담금(FiT)·용량시장 기여금 등 일부 정책성 부과금 납부에서 면제되어, 영국의 산업전기료 수준을 주요 국제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게 된다. 아울러 현재 시행중인 에너지집약산업 지원 패키지(British Industry Supercharger)의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율을 상향(네트워크 이용료 보조율 60%→90%)하여, 약 500개의 최대 에너지 소비 산업체에 대한 전기료 부담 경감을 2026년부터 추가로 제공한다.
더불어 에너지다소비산업 보상제도(EII Compensation Scheme)를 연장하고 2027년 도입 예정인 영국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비한 지원방안을 2025년까지 마련함으로써, 철강·시멘트·유리 등 기초소재 업종의 탄소감축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에너지비용 경감 프로그램들은 에너지 체계 내 불필요한 추가비용 절감 및 탄소가격 연계 수입의 활용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한편 전력망(grid) 연결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망 연결 가속화 서비스(Connections Accelerator Service)가 신설된다. 현재 대규모 발전·산업 프로젝트들은 전력망 접속 대기기간이 길어 투자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는데, 새 서비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주요 투자사업을 우선 선별하여 전력망 사업자와 조율을 통해 최대 5~7년까지 연결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서비스는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세부 설계를 진행 중이며, 에너지망 사업자·지역정부·노동조합·산업계 대표 등이 참여하여 합리적 우선순위와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전력망 연결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Ofgem(가스전력시장청)의 제도개선 검토가 2025년 완료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송배전망 사업자들의 신속한 연결 의무와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고객 응대 및 정보공개를 개선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부는 Ofgem과 협력하여 2026~2031년 차기 규제기간 동안 약 600억 파운드 규모의 송전설비 투자계획을 조속히 확정하고 추진하는 등, 전력망 용량 확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 가속화도 병행한다.
에너지 시장구조 개혁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도매가격 하락 혜택이 소비자 요금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는 장기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행 단일가격 체계를 지역별 차등가격(zonal pricing)으로 바꿀지 또는 개선된 단일가격 체계(reformed national pricing)를 유지할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는 전력시장구조 검토(REMA)의 정책설계 단계를 곧 마무리하고 투자자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도조치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7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여, 해외 수입 고탄소 제품도 국내 제품과 동등한 탄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국내 저탄소 산업투자를 보호할 계획이다. 영국 CBAM 도입은 순환철강 등 국내 산업의 탈탄소화 노력이 수입제품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보장하여, 산업계가 안심하고 넷제로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함께 영국은 EU와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통해 에너지비용 구조 개선 및 탄소감축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EU와 전력시장 연계(EU 내부전력시장 참여 검토) 및 배출권거래제(ETS) 연계를 추진하여 양측 간 탄소가격과 에너지교역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며, ETS 연계가 성사될 경우 상호 CBAM 면제 조건도 마련될 전망이다. 또한 북해(North Sea) 해상풍력 등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영국-EU 공동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에너지 및 탄소가격 규제에 대한 기술교류를 강화함으로써 국경 간 에너지무역의 효율화를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와 EU 에너지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전기요금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장기 방안(이른바 “청정에너지 초강대국 미션”)도 추진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요금경감 조치로 에너지비용 충격에 노출된 산업부문을 신속히 지원하고자 한다.
2.3 혁신금융 및 투자촉진 수단
영국 정부는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고 혁신기업 육성 자금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우선 국영 투자은행 격인 영국기업은행(British Business Bank, BBB)의 자본을 대폭 확충하여 혁신기업 대상 금융지원 능력을 2/3 이상 증대시킨다. 구체적으로 BBB의 총투자재원을 기존 약 154억 파운드에서 256억 파운드로 확대(추가 40억 파운드 출자)함으로써, 향후 고성장 기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공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BBB는 창업·성장기업에 대한 출자·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별 펀드 등 간접투자를 통해 영국 전역의 혁신기업들이 충분한 성장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또한 영국수출금융(UKEF)의 역할을 강화하여, 녹색산업 등 전략분야의 수출기업에 대한 보증·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2024~2029년 기간 중 총 100억 파운드 규모의 녹색성장 금융지원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처럼 공적 금융수단을 총동원하여 기술혁신 기업의 투자 유치 여건을 개선하고 국내외 민간자본이 성장산업에 흘러들어가도록 촉진할 방침이다.
전략적 투자유치(Project FDI) 지원을 위해 투자청(Office for Investment, OfI)의 기능도 확대·강화된다. OfI는 해외 대형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일대일 밀착 지원(컨시어지 서비스) 창구로서, 이번 전략에서 정부 중앙의 핵심 조직으로 위상이 격상되었다. 확충된 OfI를 통해 국가적으로 중요하거나 대규모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투자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인허가·부지·인력 등의 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맞춤형 지원이 제공된다. 또한 OfI는 중앙정부와 지역당국을 연결하는 투자 파트너십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지방자치단체(특히 잉글랜드 광역시장 등)가 관할지역에 해외투자를 유치할 때 중앙의 금융·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망 투자프로젝트의 신속한 성과 창출과 이탈 방지를 도모하고, 투자자 관점에서도 영국 정부가 적극적 파트너로서 함께 한다는 신뢰를 주려는 것이다.
한편 민간 투자심리를 높이기 위해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는 여러 조치도 병행된다. 앞서 언급한 법인세율 안정화와 세제로드맵 제시 외에도, R&D 투자 지원예산을 2029-30년까지 연간 226억 파운드로 확대하여 정부가 기술혁신에 적극 투자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다. 특히 향후 5년간 AI 분야에 20억 파운드, 첨단제조 분야에 28억 파운드 등의 중점 투자가 예고되어 있어,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뒷받침을 통해 민간도 안심하고 R&D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 도입, 국제표준 선도 등을 통해 신흥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고 무역장벽을 완화하여 기업 성장에 유리한 외부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제시되었다.
2.4 인력 역량 강화와 글로벌 인재 확보
산업 전략의 성공을 위해 숙련인력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중점 추진된다. 정부는 기술·공학·디지털·방위 등 전략산업 분야의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2028-29년까지 연간 12억 파운드의 추가 기술훈련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직업교육 및 재훈련 기회를 대폭 늘리고, 산업계 수요에 맞춘 훈련과정을 개발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방위산업, 디지털, 엔지니어링 분야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특화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현장훈련 기회를 확대하여, 관련 산업의 핵심기술 인재풀을 확충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해외 최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이민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정부는 특정 고성장 산업 분야의 글로벌 인재가 영국으로 쉽게 이주하여 일할 수 있도록 비자체계를 손질하고, 글로벌 인재 태스크포스(Global Talent Taskforce)를 신설하여 유망 인재를 적극 유치·안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AI, 생명과학 등 첨단 부문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영국 기업과 연구소에 합류하도록 장려하고, 나아가 영국을 글로벌 인재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국내 인재 공급 측면에서는 기술교육 시스템 개혁과 고용지원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지역별 훈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Skills Mission Fund를 통한 지역 교육기관 설비 투자, 기술단기과정 개발 및 산업계-교육계 협력 강화 등이 추진되어 지역 차원의 숙련인력 양성 거점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종합적 인력대책을 별도의 「청정에너지 인력 전략」 등 분야별 세부전략과 연계하여 추진함으로써, 향후 산업발전으로 창출될 양질의 일자리에 국내 노동력이 원활히 공급되고 노동시장의 포용성이 제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3. 지역 중심 산업전략: 도시권 및 클러스터 지원
산업전략 2장에서는 영국 전역의 지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하여 지역 격차를 완화하고 전국적인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장소 기반(place-based) 전략이 다루어진다. 이는 도시 지역과 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성장지원 정책을 펼침으로써, 첨단 산업의 지역 분산과 균형발전을 촉진하려는 노력이다. 영국 정부는 런던 및 남동부에 집중된 투자와 번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각 지역의 고유한 산업강점을 살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전략존(Industrial Strategy Zones) 지정, 전략 입지 개발 가속화, 지방정부 및 영국 연합( devolved governments)과의 협력 강화, 지역별 혁신역량 제고 등의 방안이 추진된다.
3.1 산업전략존 지정과 전략부지 개발
정부는 영국 전역에 걸쳐 22개의 ‘산업전략존’을 운영하여 지역별 핵심 산업클러스터의 발전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기존에 지정된 투자존(Investment Zones)과 자유항(Freeports)가 포함되며, 향후 신규 지정되는 혁신특구도 산업전략존으로 편입되어 일관된 지원을 받게 된다. 산업전략존으로 선정된 지역에는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무역 지원 등 패키지 지원이 제공되어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촉진하게 된다. 특히 첨단제조, 청정에너지, 디지털 등 전략산업 클러스터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전략존이 운영되어, 지역별 특화산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투자 대상 부지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부지 가속화 프로그램(Strategic Sites Accelerator)”을 신설하고 6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지원을 투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유망 산업 프로젝트의 입지로 적합한 부지를 전국에서 발굴하여, 해당 부지의 인프라 구축이나 토지 정비 등에 정부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기업들이 곧바로 투자할 수 있는 “준비된 부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특정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신속히 형성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대한 부지 확보·승인 과정을 총괄 조율하여, 개별 사업자가 겪는 애로를 줄이고 투자 속도를 높이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산업전략존 및 부지개발 정책을 통해 지역별로 “투자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해당 지역이 국제적인 산업투자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동부 스코틀랜드(애버딘권), 요크셔 남부, 잉글랜드 동부·웨스트미들랜즈 등에는 청정에너지 및 첨단제조 분야의 클러스터가 있으며, 이들 지역에 향후 10년간 1억6천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존 지원금을 제공하여 청정에너지 산업단지 조성 등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지역 투자 지원을 통해 유망 산업이 런던이나 해외로만 집중되지 않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3.2 지역 혁신역량 강화와 지방 파트너십
영국 정부는 지역 차원의 혁신 역량 제고를 위해 지방정부 및 지역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전용 재원을 마련하였다. 먼저 지역 혁신 파트너십 펀드(Local Innovation Partnerships Fund)에 5억 파운드를 투입하여, 지방의 대학·연구소와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고 지역산업의 기술혁신 프로젝트를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런던·옥스퍼드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된 R&D 투자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지역별 혁신 클러스터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의 핵심 투자유치·금융 기관들(OfI, 국부기금(NWF), 영국기업은행)이 지방으로 전문성 지원을 확장하여, 각 지역이 자체 산업강점을 살려 투자유치를 적극 모색할 수 있도록 조력할 계획이다. 즉, 지역 당국이 해외투자자와 접촉하거나 지역 프로젝트의 민간금융 조달을 추진할 때 중앙의 전문기관들이 협력함으로써 민간자본 유치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영국 내 각 지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협력체계도 전략적으로 운영된다. 중앙정부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자치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해당 지역의 산업전략을 뒷받침하고 공동 목표를 추진할 것을 약속하였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청정에너지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Acorn 탄소포집저장(CCUS)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에든버러대 슈퍼컴퓨터 구축에 최대 7억5천만 파운드를 투자하는 등 지역 맞춤형 핵심사업에 공동 투자한다는 계획이 명시되었다. 이러한 플래그십 사업 투자를 통해 지역의 혁신 거점을 육성하고, 영국 전체의 기술역량을 끌어올리는 상생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 광역시장(Mayor)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이 강조된다. 정부는 각 지역의 10개년 로컬 성장계획(Local Growth Plan) 수립·이행을 지원하고, 5억 파운드 규모의 시장권 순환성장기금(Mayoral Recyclable Growth Fund)을 조성하여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 프로젝트에 재정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지도자들이 자체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재량을 높이고, 지역별 우선순위에 맞는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장려한다. 또한 직무훈련, 창업지원,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과 중앙의 공동책임 하에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상향식(bottom-up) 지역성장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 분권적 접근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지를 얻어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간 모범사례 공유와 경쟁을 통해 전체적인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3.3 지역 간 연결 강화와 인프라 투자
지역 성장전략의 한 축으로 지역 간 연결성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물리적 교통망과 가상 인프라를 개선하여 지역경제의 통합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정부는 도시권 및 클러스터 간 연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우수 인재와 기술, 자본이 지역 경계 없이 흐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북잉글랜드 도시권(Northern Powerhouse)을 잇는 북부 성장회랑(Northern Growth Corridor)을 구축하여 리버풀-맨체스터-리즈-헐 등 북부 거점 도시들이 단일 경제권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지원한다. 또한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성장회랑에 대한 지원을 심화하여, 해당 지역의 첨단기술 클러스터가 더욱 발전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 밖에도 HS2 고속철도 건설, 웨일스 철도 업그레이드, 스코틀랜드 중앙벨트(에든버러-글래스고) 연결 개선 등 전국적인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지원함으로써, 전국의 시장 접근성과 물류 연결망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는 지역 기업들이 넓은 시장과 노동력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지역 간 협력 및 경쟁 촉진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하면, 지역 기반 산업전략은 지역별 맞춤 지원과 인프라 연계 강화를 두 축으로 하여, 모든 지역이 국가 산업성장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과거 산업화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지역들까지 미래산업의 거점으로 부상시킴으로써 전국적 균형번영을 이루려는 것이 영국 현대 산업전략의 중요한 목표임을 알 수 있다.
4. 8대 선도 산업별 성장전략
산업전략 3장에서는 앞서 언급된 8개 성장견인 산업(IS-8) 각각에 대한 세부 전략과 지원 방안이 제시된다. 영국 정부는 이들 핵심 산업부문별로 10년 계획을 수립하여, 부문별 특성에 맞는 정책 지원, 투자 유치, 인력 양성, 기술개발 촉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각 부문의 민간 산업계와 ‘섹터 딜(Sector Deal)’ 성격의 협력 합의를 맺어 공동의 투자·혁신 노력을 진행하고, 필요 시 부문별 협의체(산업위원회 등)를 통해 지속 소통·조율할 방침이다. 정부는 2025년 6월 각 부문별 섹터 계획(Sector Plan) 5개를 우선 발간하였으며(첨단제조, 전문기업서비스, 청정에너지, 창조산업, 디지털기술 부문), 나머지 3개 부문(금융, 생명과학, 국방)은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래에서는 8대 부문별로 전략의 핵심 목표와 지원정책을 간략히 요약한다. (※ 청정에너지 산업 부문은 중요성이 크므로 다음 장에서 별도로 종합 정리한다.)
첨단제조 (Advanced Manufacturing): 영국의 자동차, 항공우주, 배터리, 우주산업 등 제조업 하위분야를 포괄하며, 고도화된 기술과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미래형 제조를 지향한다. 정부는 첨단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2030년까지 총 43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지원을 약속하였으며,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생산량을 연 135만 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무공해 비행기술 등 차세대 제조기술의 선도적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산업 전환기금(Advanced Propulsion Fund) 확대, 우주발사체 개발 지원, 차세대 배터리 혁신센터 구축, 첨단소재 연구 등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 또한 제조공정 디지털화와 로봇·AI 도입을 촉진하여 전통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 제조 클러스터(예: 미드랜즈 자동차 클러스터 등)에 대한 지원으로 지역경제와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창조산업 (Creative Industries): 광고·마케팅, 영화·TV, 게임, 음악, 디자йн 등 영국이 강점을 가진 문화창의 산업을 말한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수출산업으로서, 이번 전략에서 핵심 성장부문으로 선정되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약 3억8천만 파운드를 투입하여 창조산업 전반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으로 영국 전역 6개 지역에 창조산업 클러스터 지원금 1억5천만 파운드 배정, R&D 클러스터 조성에 1억 파운드 투자, 크리에이티브 퓨처 프로그램에 2천5백만 파운드 등이 포함된다. 또한 영상산업(Screen) 7천5백만 파운드, 비디오게임 3천만 파운드, 음악산업 3천만 파운드 등의 세부지원이 이뤄져, 각 분야별로 금융 접근성 개선, 인력양성, 글로벌 마케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영국 창조산업이 디지털 시대에 혁신을 지속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하며, 지역별로 창조산업 허브를 육성해 문화적·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전략의 지향점이다.
국방산업 (Defence): 영국의 방위산업은 항공기, 함정, 육상장비, 무기체계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강화하여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지원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우선 국방예산을 GDP 대비 2.6%로 증액(현재 약 2.2%)하여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그 중 국방장비 예산의 10% 이상을 혁신 기술에 투자하여 차세대 방산 기술개발을 가속화한다. 예를 들어 무인기·자율체계, 차세대 전투기, 지향성 에너지무기, 우주·사이버 방위 등이 중점 분야로 꼽힌다.
또한 방산분야 조달제도 개혁을 통해 군수품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민간 투자도 유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정보공개와 민관협력 확대를 추진한다. 방위산업의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지의 방산 생산거점을 지원하고, 산업계와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방위산업 공동위원회(Defence Industrial Joint Council)를 구성하여 일자리 창출과 기술훈련에 대한 공동노력을 전개한다. 이런 정책을 통해 영국이 미래 전쟁양상에 대비한 첨단 방위능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내 방산업체들이 세계적 수출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디지털 및 기술 (Digital & Technologies): 인공지능(AI), 공학기술(Engineering Biology), 첨단통신, 양자기술,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분야들을 포괄한다. 정부는 영국이 과학기술 초강국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이 부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AI 연구개발 및 실증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AI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오픈데이터 제공 등으로 혁신을 촉진한다. 또한 AI 안전성 및 윤리기준 분야에서 국제 공조를 주도하여 신뢰성 있는 AI 확산을 도모한다. 공학생물학(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영국의 강력한 기초과학 역량을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합성생물학 연구센터 지원, 바이오제조 인프라 투자 등이 포함되었다.
반도체 분야는 2023년 발표된 「반도체 전략」에 따라 성과형 펀드 조성, 파운드리 인센티브,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와 첨단 반도체 연구주도권 확보를 추진한다. 양자기술의 경우 양자컴퓨팅 및 양자통신 시범망 구축, 전문인력 양성(양자기술 박사급 인재 양성센터 등) 등에 투자가 이루어진다. 사이버보안 부문에서는 영국 사이버 클러스터 협의체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 사이버 기술 R&D 투자, 국제 사이버 규범 논의 선도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러한 종합 지원을 통해 디지털·기술 부문에서 영국이 혁신과 창업의 세계 중심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동 부문 성장이 전 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서비스 (Financial Services): 런던을 중심으로 한 영국 금융산업의 국제적 지위 유지는 산업전략의 중요한 요소이다. 정부는 영국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금융센터 중 하나로 유지함과 동시에, 금융서비스가 실물경제 성장을 적극 지원하도록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핀테크(FinTech)와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은 특히 집중 육성 분야로, 규제 샌드박스 확대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검토, 녹색채권 발행 촉진 등 혁신적 조치를 통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킨다. 또한 보험·재보험 시장 및 자산운용 부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Solvency II 등 금융규제 개혁으로 자본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금융 인프라 현대화(예: 실시간 결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
해외 무역합의를 통해 영국 금융회사의 국제시장 진출을 돕고, 특히 인도, 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의 금융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금융 인력 측면에서는 에든버러 개혁(Edinburgh Reforms)에 따라 전문인력 교육, 다양성 제고 등 조치를 시행하고, 금융규제기관(FCA 등)에 성장·경쟁부양 의무를 부여하여 금융 부문의 혁신 친화적 감독을 유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금융서비스 부문 전략은 안정적 금융환경을 토대로 혁신을 장려하고 실물산업에의 투자 유인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 부문이 영국 경제의 성장엔진이자 글로벌 경쟁력 원천으로서 지속 기능하길 기대하고 있다.
생명과학 (Life Sciences): 제약, 의료기기, 바이오테크 등 생명과학 산업은 영국의 연구역량이 뛰어난 분야로, 코로나19 백신개발 등에서 입증된 강점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산업전략에서는 신약 및 혁신치료 개발 가속화, 의료기술의 조기 도입, 임상시험 환경 개선 등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혁신신약에 대해 규제 승인기간 단축과 규제기관 MHRA의 글로벌 협력으로 영국 시장 출시를 앞당기고, NHS를 통해 혁신 의료기술의 초기 수요 창출을 지원한다. 또한 생명과학 혁신기금을 확대하여 유망 바이오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제약 제조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생산능력을 강화한다. 유전자 편집기술 규제완화와 의료데이터 활용 제도 개선 등으로 연구개발 환경을 개선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발굴 등 첨단기술 접목을 촉진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STEM 교육 강화와 임상연구 전문인력 양성으로 업계 수요를 뒷받침하며, 해외 전문인력 유치비자 우대조치를 통해 글로벌 인재풀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영국을 생명과학 혁신의 허브로 유지하고, 신약과 의료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상용화하는 국가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 향상과 함께 수출산업으로서의 바이오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Professional & Business Services): 회계, 감사, 법률, 컨설팅 등 전문서비스와 B2B 서비스를 포함하는 이 부문은 영국 GDP와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다른 모든 산업의 운영을 뒷받침한다. 산업전략은 이 부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는 방안을 담고 있다. 법률·회계 등의 해외시장 개방을 무역협정 등을 통해 추진하고, 국내 규범의 국제정합성을 제고하여 영국 서비스 기업들이 해외에서 신뢰받도록 한다. 동시에 윤리적 AI 활용 등 신기술 도입을 장려하여 전문서비스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전문인력 이민 정책 개선으로 해외 고급 인재를 유치하고, 교육훈련을 통해 국내 고급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또한 도시별 전문서비스 클러스터(예: 리즈의 법률센터 등)를 지원하여 런던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전문서비스 산업이 성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방 대학과 연계한 전문서비스 아카데미 설립, 원격근무 인프라 강화 등의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정부는 전문·기업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모든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영국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문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원으로 계속 기여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상 8대 부문별 전략은 각기 특화된 지원방안을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정부-산업계 파트너십하에 장기적 투자유인, 인력공급, 혁신환경 조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다음 장에서는 이 중 청정에너지 산업 부문을 별도로 발췌하여, 넷제로(Net Zero) 정책과 연계한 전략 내용을 상세히 살펴본다.
5. 청정에너지 및 넷제로 전략
청정에너지 산업(Clean Energy Industries)은 영국 산업전략에서 녹색성장과 넷제로 전환의 중심축으로 강조되는 부문이다. 정부는 청정에너지 분야를 육성함으로써 2050 넷제로 달성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거대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영국 기업의 성장 기회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영국은 풍부한 해상풍력 자원과 원자력 산업 기반, 세계적 과학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어 청정에너지 기술혁신과 프로젝트 실행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정부는 이러한 강점을 살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전기료를 인하하는 한편,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 개 창출과 수출산업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1 비전과 목표: 청정에너지 초강대국
영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초강대국 미션(Clean Energy Superpower Mission)”을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명확한 장기 비전과 투자확대 목표를 제시하였다. 핵심 지표로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 분야 연간 민간투자를 현재의 두 배 이상인 300억 파운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수십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권을 향상시키며, 궁극적으로 영국을 세계 선도적 친환경 기술·서비스의 공급국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산업 부문별 뚜렷한 추진계획과 규제 개혁, 인력 전략, 재정지원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마련하였다.
전략에 따르면, 풍력, 태양광, 원자력, 수소, CCUS(탄소포집저장) 등 각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장기 보급 목표와 로드맵을 수립하고 투자자들에게 시장 수요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예컨대 2030년까지 해상풍력 50GW, 태양광 70GW, 수소생산 10GW 등의 목표(※가상의 예시)를 명확히 하여 민간이 이에 맞춰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뒷받침할 계통·시장 규칙 개정 등을 추진한다. 또한 관련 규제와 인센티브 체계를 투자 친화적으로 정비하고, 필요한 인프라(전력망, 수소파이프라인, CO₂저장망 등)의 적기 구축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정부는 “정부와 산업이 동반자가 되어 함께 투자하고 장애를 제거하며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것임을 천명했다. 민간투자자들이 영국에 투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초기 위험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 정부가 첫걸음을 함께 내딛는 파트너로 참여하여 불확실성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재정의 전략적 활용(촉매 투자), 신속한 인허가 및 기반시설 지원(장애 제거), 필요 인력의 공급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청정에너지 산업 부문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역할을 명문화함으로써 투자자에게 확신과 안정성을 주고, 산업계·노동계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어 일관된 추진을 담보하려는 것이 이 부문 전략의 근간이다.
5.2 재정투자 및 지원정책 패키지
정부는 청정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공공 재정투자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우선 국영 에너지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GBE)를 신설(본부 위치: 스코틀랜드 애버딘)하여,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와 금융지원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GBE는 공기업으로서 민간과 공동투자를 모색하고 전략 분야에 선제 투자함으로써, 영국 내 청정에너지 사업들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GBE 산하에 원자력 전문 자회사(GBE Nuclear)를 두어 향후 의회임기 내 83억 파운드 이상을 투입하여 신규 원전 등 국산 청정 전력원 개발을 주도할 계획이다.
GBE는 또한 “청정에너지 공급망 펀드(Clean Energy Supply Chain Fund)”라는 10억 파운드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여, 국내 청정에너지 기술·부품 공급망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융자를 실행할 예정이다. 이 펀드 가운데 3억 파운드는 해상풍력 부품 공급망 육성에 투자되어, 터빈 생산, 설치 선박, 항만시설 등 해상풍력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데 쓰일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 패키지의 또 다른 요소로 “청정산업 보너스(Clean Industry Bonus)”가 도입된다. 이는 해상풍력 등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자들에게 5억4천4백만 파운드를 인센티브로 제공하여, 영국 산업생태계에 추가적 혜택을 주는 기업을 우대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입찰 시 국산 기자재 조달 비율이 높은 프로젝트에 보너스를 지급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비용 부담을 덜고 국내 제조업체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원자력 에너지 부문에서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모두에 대한 재정투자가 확약되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사이즈웰 C 원전 건설에 142억 파운드를 투입하여 계획을 진척시키고, 향후 차세대 SMR 개발에 25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기저전원 확보와 함께 원전산업의 국내 기술역량 계승을 도모한다. 핵융합 에너지도 혁신 분야로서 향후 5년간 25억 파운드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며, 연구단계에 있는 민간 핵융합 기업 지원과 실증로 프로젝트(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 등)에 재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분야에도 2029년까지 94억 파운드의 공공자본을 배정하여, 산업클러스터별 CCUS 프로젝트와 CO₂운송·저장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는 이미 선정된 트랙1 CCUS 클러스터(잉글랜드 북동부 등)의 조기 가동과 향후 추가 클러스터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쓰인다. 또한 수소경제 가속화를 위해 수소생산 지원제도(CfD방식 등)에 재원을 확충하고, 수전해 설비 국산화와 연료전환 지원에 재정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구체 액수는 추후 확정).
수요 측면 정책으로, 주택단열 및 난방전환을 위한 “따뜻한 주택 계획(Warm Homes Plan)”에 132억 파운드를 투입하여 가정 부문의 에너지효율 향상과 저탄소 난방보급을 촉진한다. 또한 히트펌프 생산설비 투자 보조를 위해 히트펌프 투자 가속화 프로그램 공모를 추가 시행, 제조사들이 영국에 생산능력을 확충하도록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최종소비 부문 탄소감축 투자도 전략에 포함함으로써, 전력수요 관리와 산업경쟁력을 동시 제고하려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를 통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에 대규모 출자가 이뤄진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전략산업에 지분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 수소, CCUS, 전기차 배터리, 항만인프라, 친환경 철강 등 5대 분야에 최소 58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스코틀랜드 크로머티 퍼스(Cromarty Firth) 항만에 5천5백만 파운드를 지원하고, 웨일스 탈보트항 미래철강 프로젝트에 최대 8천만 파운드를 배정하는 등 초기 집행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투자로 해상풍력 항만기반, 친환경 철강생산 전환 등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하면, 정부는 GBE 및 국부펀드, 보조금 프로그램 등을 총동원하여 청정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공적 투자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민간투자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여, 영국을 매력적인 청정에너지 투자처로 부상시키는 한편 핵심 산업역량을 국내에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5.3 시장여건 조성: 인프라, 인력, 수요
청정에너지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시장환경 정비가 필수적이며, 산업전략은 이에 관한 다각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프로젝트 추진 인허가와 인프라 연계의 장애요인 제거에 중점을 둔다. 앞서 전력망 연결 가속화 및 계획법 개정 등의 조치들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혜택을 주어, 풍력단지·원전·수소플랜트 등 주요 투자가 지연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항만, 도로, 철도 등의 보완적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공장 건설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러한 핵심 인프라(전력망·항만 등)의 적기 공급을 산업전략의 중요한 일부로 규정하고, 관계 부처 및 기업들과 협력하여 선행 투자와 신속 집행을 추진할 것을 약속하였다.
숙련 인력 확보는 청정에너지 분야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정부는 2024년 내에 「청정에너지 인력 전략」을 수립하여, 관련 산업의 인력수요 전망과 기술 격차 분석에 기반한 종합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핵심 방향은, 현존하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부문의 숙련공들을 재교육하여 청정에너지 분야로 전환시키고, 해당 분야를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경력경로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양질의 녹색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노동조합과 협력하여 산업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과정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꾀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교육기관, 산업계, 노조, 지역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청정에너지 인력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국가기술기금을 활용한 특정 기술훈련 프로그램(예: 해상풍력 터빈기술자, 원전 기술자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향후 청정에너지 산업의 성장 속도를 인력 공급이 뒷받침하고, 동시에 지역 공동체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국제 협력과 수출 지원 측면에서, 영국은 글로벌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25년 주요 7개국(G7) 등과 함께 “글로벌 클린파워 동맹(Global Clean Power Alliance)” 출범을 주도하여, 청정에너지 기술과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공조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간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 공동 투자펀드 조성, 개도국에 대한 지원 등을 추진하여 전 세계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영국 산업에는 수출 및 해외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영국수출금융(UKEF)의 100억 파운드 녹색금융 지원을 통해, 영국 기업들이 해외 청정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거나 해외시장에 기술을 수출할 때 금융적 뒷받침을 제공한다. 이처럼 공적 수출신용 및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여 영국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산업 전략은 앞서 지역전략과 연계된 특별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해 유전 지대가 있는 스코틀랜드 북동부(애버딘 지역)는 해상풍력·수소 중심지로 육성되고 있는데, 이 곳을 비롯한 몇몇 핵심 지역에 투자존 지원금 1억6천만 파운드를 10년간 투입하여 청정에너지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또한 GBE 본사를 애버딘에 설치한 것도 북해 에너지분야 인력·노하우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중심지로 삼기 위함이며, GBE 산하에 GBE Local 조직을 두어 각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규모 청정에너지 생산 프로젝트(커뮤니티 솔라, 지역난방 등)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청정에너지 전환이 전국적으로 뿌리내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거두도록 유도하고 있다.
요약하면, 청정에너지 및 넷제로 전략은 풍부한 공공지원을 마중물로 민간투자를 대거 이끌어내어 에너지전환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종합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빠르게 전진함과 동시에, 청정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고자 한다. 정부·산업계·노동계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정책적 일관성이 이 야심찬 계획의 성공 열쇠로 인식되고 있으며, 향후 산업전략위원회를 통한 모니터링과 국제협력을 통해 계획을 지속 보강·조율해 나갈 전망이다.
6. 정부-기업 간 지속 파트너십 구축
산업전략 4장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이 다루어진다. 이는 산업정책의 거버넌스 측면으로서, 정책의 연속성과 민관 공조를 제도화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추가적 성과를 창출하려는 노력이다. 주요 내용은 민관협력 기구 설립, 산업계 의견수렴 메커니즘, 국제 산업파트너십으로 구분된다.
6.1 산업전략 거버넌스와 민관협력 기구
영국 정부는 이번 전략의 이행을 일회성 정책 발표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법정 산업전략위원회(Industrial Strategy Council)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이 위원회는 독립적인 전문가, 산업계 대표, 학계 및 노조 인사로 구성되어 정부 산업정책 전반에 대해 조언과 평가를 수행한다. 위원회 설립은 의회 입법을 거쳐 공식화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산업전략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산업전략위원회는 매년 전략 이행성과를 점검하고 조정권고를 제시하여, 정부가 실증적 데이터와 현장 목소리에 기반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러한 외부 견제·자문의 제도화는 과거 산업전략(예: 2017년 전략)이 정권교체 시 폐기되었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내부적으로도 산업전략 추진체계를 강화한다. 총리실 산하에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산업전략 추진위원회를 두어 정책 시행을 조율하고, 재무부·산업교역부가 공동으로 전략 투자프로젝트를 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전략공공투자포럼(Strategic Public Investment Forum)을 신설하여 재무부(HMT), 산업통상부(DBT), 과학혁신부(DSIT) 등의 공공투자 정책을 한데 모아 GBE, 국부펀드, 혁신기금 등 자금 운용의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이 포럼은 정부의 다양한 산업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투자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의체로, 민간 투자자 관점에서 정부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계와의 파트너십 측면에서, 정부는 각 부문별로 산업협의회(Sector Council)를 활성화하거나 신설하여 산업별 공동 과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항공우주, 의약 등에는 이미 업계 주도의 협의체가 있으며 정부는 여기에 적극 참여·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략 발표와 함께 창조산업 협의회, AI 전략위원회, 사이버 성장파트너십 등 여러 부문에 새로운 논의체를 구성하여 정책 소통창구를 마련하였다. 특히 방위산업 합동위원회(Defence Industrial Joint Council)는 방산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노동계까지 포함하여 보다 포괄적인 업계 대정부 창구로 개편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협력기구들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적시에 대응하며, 공동 투자 및 상호 성과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산업전략 수립 초기부터 함께 했던 산업전략 자문위원회(IS Advisory Council)를 계속 운영하여, 전략 시행 중에 발생하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논의하고 정책의 방향 수정을 신속히 검토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AI, 반도체 분야에서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자문위원회의 권고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는 민첩한 정책 대응과 피드백 루프를 구축하여 산업전략이 살아있는 계획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6.2 국제 산업협력 강화
영국 산업전략의 또 다른 특징은 국제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기회 확대이다. 정부는 동맹 및 우호국과 산업정책 협력을 제도화하여 상호 이익을 창출하고,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의 산업전략 파트너십이다. 2025년 3월 영국과 일본 정부는 “영국-일본 전략적 경제정책 대화”를 출범시키고, 청정에너지(특히 해상풍력), 양자기술, 연구협력 등에 대한 공식 협력을 약속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은 해상풍력 발전사업 및 공급망에서 협력하여 탈탄소 및 산업성장을 동시에 도모하고, 양자과학 기술개발에서도 선도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업을 촉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우주산업, 자동차 전동화, 반도체 공급망 등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산업파트너십은 첨단산업에서 가치사슬을 공유하고 공동 R&D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이 밖에도 미국, EU, 인도 등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과는 2024년 미·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에틀랜틱 협정(Atlantic Declaration)을 통해 반도체, AI, 핵심광물 등 전략분야 공급망 협력을 약속하였으며, 이를 산업전략 이행과 연계하고 있다. EU와는 2025년 3월 영국-EU 무역협력 강화 합의를 통해 금융서비스, 연구혁신,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과 정보교환을 하기로 했다. 인도와는 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진행하며 금융, IT, 과학기술 인력 교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영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접근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브렉시트 이후 변화된 무역환경 속에서 다각적인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영국은 신흥기술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선도함으로써 자국 산업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형성하고자 한다. 예컨대 AI 안전 규범 논의를 주도하여 영국에 AI 기업과 연구자들이 몰리도록 유도하고, 첨단기술 표준화 기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영국 기술방식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한다. 이는 기술 표준과 규범이 곧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한 전략적 행보라 할 수 있다.
영국 산업전략의 국제협력 부분은 경제적 성과 외에도 안보 및 가치 측면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고, 중국과는 선택적 관여를 통해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기술의 전략적 의존을 피하려 한다. 산업전략에서는 중국에 대해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언급하며, 한편으로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억제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국제 파트너십은 영국 산업발전의 시장 개척과 기술협력 수단임과 동시에, 경제안보와 규범 경쟁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7. 소결
영국의 현대 산업전략(CP 1337)은 장기 비전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겸비한 종합 산업정책 패키지로 평가된다. 이 전략은 사업환경 개선, 지역균형 성장, 핵심 산업육성, 에너지전환, 민관파트너십이라는 다섯 개의 축을 유기적으로 엮어, 영국 경제의 생산성 혁신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루고자 한다. 특히 청정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녹색산업혁명과 경제재건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노력은 전략의 백미로 꼽힌다.
본 산업전략은 향후 10년에 걸친 정책 청사진인 만큼, 성패는 일관된 이행과 꾸준한 조정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산업전략위원회 설치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각 부문별로 산업계·노동계와의 동맹을 구축하여 정책의 지속성과 유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또한 정부 스스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며(투자파트너십, 전략포럼 등), 민간의 대응 속도에 맞춰 정책을 기민하게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책전문가들은 이 전략이 영국 경제의 구조전환과 국제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다만 지정된 8대 부문 외의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파급효과, 막대한 공공지출의 재원 조달과 우선순위, 브렉시트 이후 대외무역 환경 속에서 목표 달성 가능성 등 현실적인 과제들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산업전략은 영국 정부가 산업정책의 적극적 역할을 재확인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는 노력의 산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영국 현대 산업전략의 경험은 우리를 비롯한 여타 국가 정책입안에도 시사점을 준다. 명확한 미래 비전 제시, 부문별 전략적 지원, 지역·계층 포용성 고려, 정책의 일관성 유지 장치 등은 성공적인 산업정책의 요소로 주목할 만하다. 영국 산업전략의 향후 진전과 성과를 계속 주시하면서,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 성장을 모색하는 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8. 새정부를 위한 정책 제언
앞선 분석과 같이 영국 정부는 2025년 「현대 산업전략(Modern Industrial Strategy)」(CP 1337)은 영국 경제의 기업환경 개혁, 지역 혁신 전략, 성장 분야 집중 육성, 청정에너지 전환, 공공-민간 파트너십 등 다섯 가지 핵심 기둥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8대 고성장 산업을 선정하여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비전으로 ‘진짜성장’ 전략을 채택하여 기술주도 성장(T), 모두의 성장(G), 공정한 성장(F)이라는 3대 전략 아래 AI 3대 강국 도약, 에너지 전환, 중소벤처 혁신생태계 구축, 지역균형 발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등 5대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영국 전략의 핵심 조치와 그에 따른 한국 정책에의 함의를 3대 전략(기술주도·모두의·공정한 성장) 및 5대 과제(AI·에너지·중소벤처·지역균형·공정시장) 관점에서 살펴보고, 한국형 정책 권고를 제안한다.
8.1. 비즈니스 환경 개혁: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영국의 현대 산업전략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투자 촉진을 가로막던 경직된 기업환경을 반성하며, 규제·인프라·인재 등 전반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오랜 기간 영국 경제는 낡은 규제체계와 느린 디지털 인프라 확충으로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지방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취약했으며, 미래 산업에 필요한 기술인력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또한 경쟁 정책의 미비로 시장 내 기존 기업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고 스타트업의 성장자본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직시한 영국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 개선을 위해 CEO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책 개선 요구를 파악하고 종합 대응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환경의 유연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2025년 발간된 규제개혁 계획(Regulation Action Plan)은 “규제 시스템을 성장지향적이고 혁신에 적응하는 투명·예측가능한 체계로 재편”하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신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제거하는 조치를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행정·규제 비용 25% 감축을 목표로 전면적인 규제체계 개편에 착수하였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인허가 처리 속도를 높이는 한편, 필요한 새로운 규제는 비용 최소화를 원칙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토계획(Planning) 제도 개혁을 통해 산업 입지 인·허가 과정을 신속화하고, 산업별 특화 규제 완화를 병행함으로써 민간 투자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혁신 노력은 영국 산업전략 8대 분야(이하 IS-8)의 기업들이 투자결정 시 확실성(certainty)과 안정성(stability)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영국은 산업 비용 구조 개선과 인프라 개선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해하는 높은 전기요금과 전력망 연결 지연 문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다. 영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국 대비 지나치게 높고 신규 공장 전력연계에 수 년이 걸리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료 지원 정책(British Industry Supercharger) 도입과 전력망 인프라 투자 가속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및 인프라 장애를 줄이는 것은 청정에너지 전환과 제조업 경쟁력 모두에 필수적이며, 영국 정부는 이를 “산업전략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 중이다. 이와 동시에 전국 어디서나 고속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고, 미래 산업 수요에 맞춘 기술인재 양성을 교육·고용 시스템 전반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환경 개선 노력으로 영국은 최근 글로벌 CEO들의 투자매력도 평가에서 순위를 4위에서 2위로 끌어올리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영국의 기업환경 개혁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단순한 공급측면 지원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과거 “과도한 규제로 기업을 옥죄면서,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할 때는 파트너로서 부재했던(overbearing and distant) 국가”의 패러독스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조달혁신, 공공재원 공동투자, 원스톱 투자지원 창구 등을 통해 기업이 느끼는 애로를 줄이고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형 국가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예컨대 정부 구매력을 활용하여 국내 공급망과 지역 일자리를 강화하고 혁신 제품에 초기 시장을 제공하며, 투자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대형 투자 프로젝트의 인허가·입지·인력 확보 등을 밀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중소기업 원스톱 지원 서비스(Business Growth Service)를 신설하여 정부 지원·자문·자금 정보를 일원화하고, 대기업의 납품대금 지연지급 관행(갑질)을 개선하며, 중소기업의 공공조달 참여를 확대하는 등 공정한 시장환경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혁신기회가 보장되는 역동적 기업생태계 조성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 사례는 공정하고 역동적인 성장환경 구축이 미래 산업육성의 기초임을 시사한다. 이는 ‘진짜성장’ 전략의 “공정한 성장” 지향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민주연구원은 진짜성장의 의미를 “소수가 아닌 모두가 혁신과 가치창출에 참여하고 과실을 함께 누리는 성장”으로 정의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모두가 성과를 나눠 갖는 경제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한국도 불합리한 규제 혁파와 기업 지원체계 혁신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진짜성장’의 5대 과제 중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과 “중소벤처 및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확립”은 바로 이러한 기업환경 개혁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과감한 규제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로 신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핵심 인프라(에너지·디지털망)를 선제 투자하여 기업 비용 부담을 줄이며, ▲기술금융 및 벤처투자 활성화로 혁신기업의 성장자본 조달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납품단가 연동제 등)과 ▲정부조달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시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상생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 경제의 생산성 잠재력을 높이는 기반이자, ‘진짜성장’의 기조인 공정한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필수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8.2. 지역 전략: 지역균형 발전과 혁신 클러스터 육성
영국 현대 산업전략의 두 번째 축은 지역별 성장잠재력 극대화이다. 영국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은 전국 각 지역의 생산성 향상에서 나온다”고 보고,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모든 지역이 번영하도록 하는 전략을 산업정책의 핵심에 두었다. 그동안 영국은 런던 및 남동부에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다른 지역은 국제 비교시 상대적으로 저생산성에 머무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산업전략 8대 분야(IS-8)는 영국 모든 행정지역(nations and regions)에 걸쳐 존재하지만, 각 지역의 강점 분야와 투자 장애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영국 정부는 “장소에 눈감지 않고(place-blind하지 않고)” 지역별 잠재력이 최고인 분야를 파악하여 집중 지원하고, 지역 특유의 투자 장벽(인프라, 기술인력, 자금 부족 등)을 제거함으로써 전국적 경제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려 하고 있다.
첫째, 도시권(city regions)에 대한 집중 전략이다. 영국은 지역 성장의 엔진으로 주요 도시권을 지목하고, 각 도시권이 처한 기회와 난관에 대응하는 맞춤 정책을 추진한다. 대도시 중심지는 기업, 고급인재, 대학, 혁신네트워크가 밀집하여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번창하고, 인근 중소도시·농촌에 일자리 파급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런던은 세계 최고 금융허브이자 스타트업 생태계, 일류 대학들을 보유한 글로벌 도시로서 영국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 및 옥스퍼드-케임브리지 기술회랑 등 기존 강소권의 경쟁력을 계속 지원함과 동시에, 런던 외 지역도시권의 거대한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정책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맨체스터, 버밍엄, 글래스고 등 주요 도시권은 현재 수준의 생산성을 국가 평균 수준으로만 높여도 매년 900억 파운드(약 150조 원)의 추가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지역 기업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교통 인프라, 숙련인력, 성장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영국 산업전략은 이러한 지역별 애로를 핵심적으로 다루며, 선택된 도시권들을 중심으로 교통망 개선, 기술교육 투자, 지역 투자펀드 조성 등을 종합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다.
둘째, 산업 클러스터(cluster) 발전 전략이다. 영국은 전국 각지에 산재한 제조·에너지·첨단산업 클러스터를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육성에 나섰다. 예를 들어 플리머스의 해양 무인체계, 북웨일즈·북아일랜드의 항공우주, 험버사이드·스코틀랜드 고지의 청정에너지 산업 등 지역별 전문 클러스터들이 IS-8 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클러스터가 전력망 용량 부족, 산업용 부지 부족 등의 제약으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는 데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편,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의 자치정부가 있는 지역도 자체 강점을 지닌 산업(예: 스코틀랜드의 게임·핀테크, 웨일스의 생명과학 등)이 있음에도, 중앙정부 산업전략이 과거에는 이들의 특수한 성장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산업전략에서는 처음으로 중앙정부가 자치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지역의 성장장애 요인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기구와 재원을 마련하였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지역 맞춤형 정책수단을 다수 도입하였다. 우선 “중점 도시 및 클러스터 집중(Focus on city regions and clusters)” 전략에 따라, 8대 핵심산업별로 가장 중요한 지역 거점을 식별하여 해당 지역에 특화 투자를 단행한다. 각 산업별 실행계획(Sector Plan)에 중요 거점 지역과 필요 개입책이 명시되어 있으며, 예컨대 바이오 헬스산업의 “헬스 혁신지구(Health Innovation Zone)” 지정, 문화창의산업의 “창조 클러스터 성장기금(£1.5억 규모)” 조성, 전문서비스 산업의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허브” 설립, 전기차 산업의 지역 생산거점 지원 등이 추진된다. 다음으로, 기술·인재·자본·부지·주택 등 종합 패키지 지원을 통해 선택된 도시권과 클러스터에 민간투자가 몰리도록 유도한다.
이는 기업환경 전반에 걸친 개혁 조치(1장 참고)를 지역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으로, 교통망 확충, 혁신거점 조성, 금융투자 인센티브, 주거 환경 개선 등을 한데 묶어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또한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자치정부와의 협력 하에, 각 지역별 경제전략(예: 스코틀랜드 정부 프로그램, 웨일스 경제미션 등)과 중앙 산업전략을 조율하여 상호 보완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 1월에 경제장관급 영국 산업전략 공동장관회의(Interministerial Group for Business and Industry)를 재출범시켜 중앙-자치정부 간 소통창구로 삼았다. 지방 차원에서는 광역시장(Mayor) 및 기초지자체와 공동작업을 통해 지역별 10년 단위 성장계획(Local Growth Plan)과 국가 산업전략을 정렬시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지역 간 연계 강화와 투자유치 역량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개별 지역을 고립적으로 보는 대신, 지역 간 연결성(connectivity)을 높여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인접 도시권을 연결하는 교통망 투자나, 주요 클러스터들 간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 자산과 인력이 국경 없이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이는 글로벌 투자환경에서 연결성이 곧 국가 매력이라고 보며, 지역 간 통합된 투자처로서 영국을 어필하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모든 지역이 공정한 국비 투자 기회를 얻도록 재정지침도 개선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예타지침인 그린북(Green Book)을 개정하여, 이전에는 개별 사업별 비용편익에 집중하던 평가방식을 “장소 기반 비즈니스 케이스(place-based business case)”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통·주택·산업단지 등 복합 프로젝트를 특정 지역에서 일괄 추진할 경우 종합적인 지역효과를 고려해 타당성을 평가하고 예산을 배분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지역 맞춤형 재정투자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을 지원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 지역전략은 한국의 “모두의 성장” 비전과 지역균형 뉴딜 정책 방향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진짜성장 전략에서 강조하는 “지역 성장과 국토 공간 혁신” 과제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별 맞춤 성장을 지향하는데, 영국은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지역 특성에 따른 분권적 산업정책을 전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도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5대 광역권 및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정책 권고사항으로는 다음과 같다:
지역 특화산업 육성: 지역별로 주력 산업과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 R&D, 인프라, 인력양성, 세제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영국처럼 산업별 지역 거점(예: 바이오=대전·오송, 반도체=수도권·충청, 에너지=전남·동해안 등)을 지정하여 선택과 집중 투자를 시행한다.
광역권 교통망 및 정주여건 개선: 지방 대도시권의 광역 교통 인프라(철도망 등)를 확충하고, 주거·교육·문화 환경을 개선하여 인재와 기업이 머무르는 지역을 만든다. 이는 진짜성장의 “모두의 성장(G)” – 국민참여 성장영역 확대 – 실현을 위한 기반이다.
지역 투자펀드 및 세제 인센티브: 지역 기업에 대한 성장자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역별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지역투자에 참여하는 민간에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영국의 사례처럼 지역금융 활성화와 투자촉진제도를 통해 지방 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
중앙-지방 간 산업전략 협업: 한국형 지역성장 협의체를 구축하여 중앙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혁신기관이 공동으로 지역산업 육성계획을 수립·추진한다. 예를 들어 시·도별 10년 경제발전계획을 국가 산업전략과 연계하고, 성과를 지속 점검·조정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한다.
평가 및 재정 배분 개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롯한 재정평가제도에 지역균형 발전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여, 경제성이 높은 수도권 사업만 선호되는 구조를 개선한다. 복합사업에 대한 통합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지역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낙후 지역의 SOC·산업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한다.
요컨대, 한국은 ‘진짜성장’의 목표대로 “지역이 주도하고, 성과를 체감하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 영국처럼 지역별 차등화된 산업전략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중앙-지방 협력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는 지방에 새로운 일자리와 인구 유입을 만들고, 전국의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모든 지역 주민이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포용적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
8. 3. 성장 분야 집중: 미래 전략산업 육성과 기술주도 성장
영국 산업전략의 세 번째 특징은 국가 성장엔진이 될 핵심 산업들을 선별하여 집중 지원한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아우르는 8대 고성장 분야(IS-8)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범정부적 지원을 통해 향후 10년 내 해당 분야에서 영국을 세계 최고의 투자처로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선정된 8대 분야는 첨단제조(Advanced Manufacturing), 청정에너지 산업(Clean Energy Industries), 창의산업(Creative Industries), 방위산업(Defence), 디지털·기술(Digital and Technologies), 금융서비스(Financial Services), 생명과학(Life Sciences), 전문·비즈니스 서비스(Professional and Business Services)로서, 영국 경제에서 약 32%의 부가가치를 차지하는 부문들이다.
영국 정부가 이들을 택한 이유는 고임금 일자리 창출, 넷제로(Net Zero) 전환 기회 선점, 수출 증대 및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 측면에서 이들 산업이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resilient) 있는 성장을 견인할 “슈퍼스타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이들 8대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10년 장기계획(Sector Plan)을 수립하여 민관이 합심해 실행하고 있다. 각 산업별로 영국의 경쟁력 현황, 도전과제, 향후 성과목표를 정하고 이에 필요한 정책수단(재정투자, 세제, 규제완화, 기술육성 등)을 패키지로 담았다. 예컨대 첨단제조 분야에서는 산업자동화, AI·디지털 트윈 등의 첨단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산업용 전력비용 절감 및 공급망 강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제조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자동차, 배터리, 항공우주, 우주항공, 신소재, 농식품기술 등 성장 유망 제조분야를 6대 세부 분야로 지정하여 각각의 경쟁우위를 극대화한다는 세부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 전역에 걸쳐 제조업 클러스터 지원(예: 영국 제조업 일자리의 84%가 런던·남동부 외 지역에 분포하므로 해당 지역에 기술센터와 인프라 투자)과 업계와의 공동 자금출자 매칭 펀드 조성, 민관 협의체(자동차위원회, 배터리 태스크포스, 우주산업 자문그룹 등)를 통한 지속적 소통체계를 구축하였다.
또 다른 예로 생명과학(Life Sciences) 분야를 들 수 있다. 영국 생명과학산업은 세계적 연구역량과 제약·의료기기 기업 기반이 강점이나, 연구 성과의 상업화 및 기업 규모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유럽 1위, 세계 3위의 생명과학 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35년까지 영국을 미·중 다음가는 글로벌 바이오허브로 만들기 위해 건강 데이터 연구 인프라에 6억 파운드 투자, 유전체 의학에 6.5억 파운드 투자, 혁신 의약 생산시설에 5.2억 파운드 펀드 조성 등 과감한 재정지원을 약속하였다. 또한 런던-옥스퍼드-케임브리지 골든 트라이앵글을 비롯해 맨체스터, 리버풀, 글래스고 등 전국 주요 생명과학 클러스터의 경제적 잠재력을 해방시키기 위한 지원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클러스터별로 특성화 지원을 통해 지역 균형 있는 바이오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국가 전체로는 혁신 신약·의료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여 국민 건강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동시에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디지털·기술 분야는 AI, 양자기술, 반도체, 법률테크(LawTech)·부동산테크(PropTech) 등 신흥 디지털 영역에서의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 R&D 투자를 최고 수준으로 늘리려는 목표를 세웠다. 창의산업(Createch) 분야에서는 R&D 세제혜택 확대와 지식재산 가치인정 제도 등을 통해 문화콘텐츠와 기술융합을 지원하고자 하며,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중소 방산업체와 비전통 공급자의 참여를 늘리고 국방 조달에 혁신기술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과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는 다른 산업의 성장을 돕는 엔abler 산업으로 정의되어, 이들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체 경제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노리고 있다.
영국이 강조하는 바는 “산업전략은 8개의 개별 계획이 아니라 전체 경제를 위한 장기 비전”이라는 점이다. 현대 경제에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고 상호 융합이 활발한 만큼, 선도 산업의 성장은 다른 부문의 발전으로 파급된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가 모든 산업의 투자와 안정을 뒷받침하고, 전문서비스 기업들이 전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제조·물류 등 여러 부문에 혁신 효과를 준다. 따라서 영국은 8대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전체 경제의 혁신 수준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경제(real economy)를 강화하여, 그 혜택이 해당 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 가계에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또한 산업 간 연계강화를 위해 정부 조직을 정비하여, 예컨대 생명과학청(Office for Life Sciences)처럼 관련 부처의 정책·집행 역량을 한데 모으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는 거버넌스를 도입하고 있다. 요약하면, 영국의 성장 분야 집중전략은 “선택과 집중”, “민관협력 실행계획”, “산업간 연계 시너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 전략은 한국 ‘진짜성장’의 “기술주도 성장(T)”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도 AI, 바이오, 탄소중립, 방위산업 등 미래 전략산업을 선정하여 국가적 총력 지원을 펴고자 한다는 점에서 방향은 유사하다. 다만 영국처럼 장기적 안목과 세밀한 실행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AI 3대 강국 도약과 미래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진짜성장 과제를 달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책 보강이 요구된다:
국가 전략산업 선정과 육성청 설치: 한국형 국가 전략산업을 5~6개 분야로 선정하고, 각 분야별로 영국의 Sector Plan처럼 10년 로드맵과 전담 추진기구를 마련한다. 예를 들어 “AI·데이터”, “미래모빌리티”, “바이오헬스”, “그린에너지”, “첨단제조”, “콘텐츠산업” 등을 선정하고, 분야별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산업진흥청 또는 범부처 TF를 구성하여 실행력을 담보한다.
대규모 투자 및 세제 지원: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R&D 투자펀드 조성,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규제 샌드박스 적용 등 파격 지원을 제공한다. 영국처럼 각 산업별로 구체적 목표치(예: 세계시장 점유율, 일자리 창출 등)를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한 재정·세제 투입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산업별 인재양성과 클러스터 조성: 미래산업 수요에 맞춘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 (특성화 대학원, 산학협력훈련 등)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연구소가 집적된 지역 클러스터를 조성·지원한다. 이는 진짜성장의 “중소벤처 및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 과제와도 연계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민관 협력과 성과 관리: 산업별로 민관협의체(기업 CEO, 정부, 전문가, 노동계 참여)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정책에 반영한다. 또한 영국의 산업전략평의회처럼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둬서 전략산업 육성의 진척도와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계획의 일관성·지속성을 유지하고 정책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기술주도 성장전략은 “선택과 집중”의 용기와 민관의 지속적 파트너십에 달려있다. 영국처럼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과 전략 실행을 통해, 한국도 AI·바이오 등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동시에 그 성과를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혁신성장을 이뤄야 할 것이다.
8.4. 청정에너지 전환: 녹색산업 혁신과 에너지 전략
영국 현대 산업전략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경제재도약과 산업혁신의 핵심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은 “클린 에너지 슈퍼파워 미션(Clean Energy Superpower Mission)”을 선언하고, 향후 10년간 대규모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저탄소 에너지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영국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세계 선도 국가이고, 풍부한 해안선, 탄탄한 과학기술 역량, 고급 제조인력, 그리고 런던의 깊은 자본시장을 보유한 점을 들어 “영국은 차세대 청정기술의 생산과 보급에 있어 자연적 선도국가”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친환경 기술개발부터 설비제조, 설치·운영 서비스까지 청정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국내 산업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지렛대로 관련 서비스·기술의 수출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영국은 동시에 현실적인 도전도 직시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자들은 “영국에 수십억 파운드를 투자하고 성장하길 원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려우며 확실한 정책지원과 초기 위험부담을 함께 해줄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고 호소해왔다. 즉, 민간의 방대한 투자 의향을 현실화하려면 정부가 정책적 확실성(certainty)과 안정성(stability)을 제공하고 선제 투자를 통해 마중물(catalytic investment)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산업 분야에 대한 명확한 미션 제시, 대규모 공공지출, 규제 개선, 인력양성 지원을 담은 청정에너지 산업별 실행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간 정부가 산업계·노동계와 협력하여 △핵심 기술의 상용화 촉진, △공급망 구축, △필요 인력 확보, △투자 장애 제거 등을 추진할 구체 방안을 담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 분야 연간 민관투자를 2배 이상(현재 300억 파운드 이상)으로 늘리고, 수십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영국 산업을 완전히 탈탄소화함과 동시에 저탄소 제품·서비스·혁신의 세계적 공급자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강한 노동조합 참여와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병행하여 양질의 녹색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청정에너지 전환을 산업정책과 노동정책, 에너지정책이 결합된 국가 미션으로 격상시킨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전환은 영국 산업이 주도하여 이뤄낼 것이고, 그 결과로 영국은 전 세계에 저탄소 솔루션을 공급하는 선도국가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체적 분야를 보면, 영국은 풍력에너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영국의 해상풍력 발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부유식 풍력 등 차세대 기술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갖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육·해상 풍력 산업생태계(터빈 제조, 설치선박, 운영서비스 등)를 자국에 구축·확대하려 한다. 또한 핵융합(Fusion), SMR(소형모듈원전), 수소 등 차세대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상용화를 앞당기고자 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민간 핵융합 발전 시도를 지원하고 있으며, 2040년대 상업용 가동을 목표로 민관 R&D를 확대 중이다. 이 밖에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전기차 배터리, 그리드 저장기술 등도 청정에너지 산업 범주에서 핵심 육성 분야로 지정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영국의 넷제로 2050 목표 달성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는 분야로서 산업적 가치도 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자산에 대한 안정적 투자회수를 보장하는 차액계약제도(CfD)를 지속 개선하고, 수소 생산·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생산세 공제 및 공공 구매확약제도 등을 도입하였다. 또한 청정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자본 지원펀드를 운용하여 혁신기업 스케일업(scale-up)을 돕고 있다.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의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과제 실현을 위한 벤치마크가 된다. 한국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수소 등 신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정책을 제언한다:
에너지전환을 산업전략과 연계: 한국의 에너지전환(신재생 비중 확대 등) 목표를 산업전략적 미션으로 격상시키고, 정부의 산업정책 수단(재정, 세제, 규제완화)을 총동원하여 신산업을 육성한다. 예를 들어 “2035년 기후테크 글로벌 3위”와 같은 비전을 천명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을 범부처적으로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와 금융지원: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여 연구개발, 상용 플랜트 구축, 인프라 확충에 투자한다. 동시에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 확대, 친환경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금융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영국처럼 정부-민간 공동투자 모델을 도입해 초기 고위험 신기술 프로젝트에 마중물 투자를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 상용화 및 인력양성: 풍력·태양광·수소·에너지저장 등 핵심 분야별로 기술로드맵을 마련하고, 실증사업 및 표준화 지원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긴다. 또한 녹색산업에 특화된 인력양성 프로그램(그린 아카데미 등)을 신설하여 산업계의 인력수요를 맞춘다. 이는 진짜성장의 “산업 업그레이드” 측면이기도 하다.
산업 밸류체인 육성: 청정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기자재 제조, 운영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 밸류체인을 국내에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해상풍력의 터빈·부품, 수소의 생산장비·운송 등 분야에서 국내 기업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별 청정에너지 클러스터(부산·전남 해상풍력, 울산 수소 etc.)를 육성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이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게 한다.
노동 전환과 일자리의 질 관리: 석탄 등 재래 산업에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도모하고, 녹색산업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도록 근로자 재훈련, 고용승계 지원, 노동기준 강화 등을 병행한다. 영국의 사례처럼 노조 등 노동계와 협력하여 포용적 에너지전환을 이뤄야 지속성이 담보된다.
궁극적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은 기후대응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진짜성장’의 기치 아래 한국도 에너지전환을 혁신산업 발전과 지역균형의 계기로 활용한다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물론 선도형 산업경제 구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8.5. 공공-민간 파트너십: 거버넌스 혁신과 실행력 강화
영국 현대 산업전략의 성공 열쇠로 강조되는 것이 공공과 민간의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이다. 영국 정부는 산업전략을 단순한 정부 주도 계획이 아니라 “강력하고 기민한 국가”와 기업들이 맺는 지속적 동반관계로 규정하였다. 이는 정부 안팎에 기업 전문성을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해하며 지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은 이러한 파트너십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첫째, 정부 재정과 민간자본의 공동투자(Co-investment) 전략이다. 영국은 민간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장기·대규모 기술개발이나 인프라 사업에 대해 정부가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끌어낸다. 정부의 다양한 금융 레버리지 수단(국부펀드, 산업은행, 수출금융 등)을 총동원하여 민간투자의 마중물로 활용하고, 반대급부로 민간도 일정 비율을 공동 출자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정부 예산의 제약을 극복하면서도 전략산업에 충분한 자본을 공급하고, 민관 공동책임하에 성과를 창출하도록 장려한다. 한국으로 치면 정책금융을 통한 매칭투자, 펀드 출자 등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은 300억 파운드 규모의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를 조성하여 산업전략 분야에 출자하고, 민간 위험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둘째, 정부 조달력을 통한 산업육성이다. 영국 정부는 연간 수천억 파운드에 달하는 공공조달 수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국내 산업의 수요기반을 제공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한다. 국방·인프라 등의 조달에서 국내 업체 참여와 지역 고용효과를 고려하고, 조달 기준에 혁신적 기술 활용을 장려함으로써 초기시장을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은 혁신제품을 조기에 상용화할 수 있고, 정부는 필요한 솔루션을 얻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조달전략은 한국도 공공부문 수요를 활용해 중소기업 신기술 적용을 확대하는 등 참고할 부분이다.
셋째, 정부 서비스의 기업 친화적 개편이다. 영국은 기업이 정부를 손쉽게 상대하도록 정부 조직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투자지원 원스톱 창구(Office for Investment의 Concierge 서비스)를 도입하여, 국내외 기업이 영국에 투자할 때 여러 부처와 기관을 일일이 겪지 않고도 전담 창구에서 인허가·입지·세제 등 종합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해외 주요 시장에 파견된 무역투자 담당관과 외교관들에게 8대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유치·수출 확대 임무를 명확히 부여하여, 글로벌 네트워크가 산업전략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정부 내부적으로는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늘리고 산업별 담당 조직의 일원화를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생명과학청(Office for Life Sciences)처럼, 여러 부처에 흩어진 기능을 통합해 일관된 정책 추진과 기업 대응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산업전략 실행을 총괄 조율할 산업전략이사회(Industrial Strategy Council)를 상설화하여 정권이 바뀌어도 장기 전략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모색 중이다.
넷째, 중소기업 및 신규 참여자 지원 측면에서, 영국 정부는 앞서 언급한 산업 성장 서비스(Business Growth Service) 등으로 중소기업의 정부 접근성을 높이고 대기업의 갑질 관행 개선을 추진한다. 이는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과 혁신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공정한 성장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대기업과 정부 조달에서 중소기업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혁신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섯째, 성과 모니터링과 유연한 조정이다. 영국은 산업전략이 일회성 문서로 끝나지 않도록 명확한 성과지표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였다. 정책 개입의 효과와 산업계 이행노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필요 시 기민하게 전략을 보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장기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는 거버넌스로서 중요하다.
한국에의 시사점:
진짜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기업-노동-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민주당의 진짜성장 구상에서도 “모두의 성장(Growth for All)”,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청년과 장년, 수도권과 지방 모두가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성장을 강조한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한국 정부도 정책 추진 방식에서 민관 파트너십 강화와 거버넌스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구체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 산업전략 5대 과제(AI, 에너지, 중소벤처, 지역균형, 공정시장)별로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책 설계부터 집행, 평가까지 함께 참여하도록 한다. 위원회에는 관련 부처 장차관, 기업 대표, 전문가, 노동계 인사 등이 포함되어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지식을 정책에 즉각 반영한다.
정책금융 및 펀드 협력: 한국판 국부펀드나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전략산업 공동투자 플랫폼을 만들고, 민간 투자자(기업, 금융사)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를 위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손익 공유 메커니즘을 명확히 하여 민간이 안심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공공조달 혁신: 정부와 공공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해 국내 기술혁신을 지원한다. 조달평가 시 혁신성 가점을 부여하고, 일정 비율을 스타트업·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는 혁신조달 목표제를 확대한다. 또한 방위산업 등 전략 분야 조달은 국내 기업 참여율 제고와 기술이전 등을 조건화하여 산업기반을 강화한다.
원스톱 기업지원 및 규제패스트트랙: 기업이 느끼는 정부 행정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투자지원 원스톱 센터를 설치하고, 주요 투자사업에 대해 인허가 패스트트랙, 관계부처 합동심사 등을 실시한다. 또한 해외 투자유치·수출 지원 조직을 전략산업 중심으로 재편하여 대사관, 코트라 등이 통합된 전략 아래 움직이도록 한다.
정책 일관성과 지속성 확보: 산업전략 추진을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강화한다. 대통령 직속 경제성장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범정부 이행을 조율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기구를 둬서 정책의 일관성을 감시·조언하게 한다. 이와 함께 산업전략의 법제화(예: 「산업전략기본법」 제정 등)를 통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전략이 지속되도록 제도화한다.
공정한 시장환경 및 포용적 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와 기업주 간 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제도를 강화한다. 납품단가 조정, 하도급 공정화, 상생협약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고, 노사가 함께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모색한다. 이는 진짜성장의 “공정한 성장(F)” 가치 실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영국 산업전략이 보여주듯 정부 혼자도, 시장에만 맡겨서도 성장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협치 거버넌스와 공동책임 하의 실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술혁신, 지역성장, 공정경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국도 진짜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민관 파트너십 모델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경제 도약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자, 국민 신뢰 속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9. 결론
영국의 2025년 현대 산업전략(CP 1337)은 저성장과 지역 격차, 산업 전환 등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고 장기적인 경제 재설계를 시도한 사례로서,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인 ‘진짜성장’에 다각도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영국은 △기업환경 개혁을 통해 혁신의 토양을 비옥하게 다지고, △지역전략으로 전국의 잠재력을 일깨워 모두가 성장에 참여하게 하며, △핵심 산업 집중육성으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정책 추진의 추진력과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이 지향하는 기술주도·모두의·공정한 성장(T·G·F 전략)과 5대 실천과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특히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 지역균형 발전, 미래 전략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상생 거버넌스 구축은 한국 진짜성장의 5대 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영국의 사례는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수단과 접근법이 효과적인지 보여준다. 물론 양국의 제도·환경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혁신 친화적 규제개혁, 지역 맞춤형 투자, 선택과 집중 산업전략, 녹색산업 육성, 민관협력 거버넌스 등은 보편적 유효성을 지닌 정책 도구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진짜성장의 기치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영국의 경험을 거울삼아 성공과 실패 요인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정책을 창의적으로 조정하면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성장의 궁극적 목표는 “GDP 수치 이상의 진짜 성과”, 즉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혁신과 성장의 혜택을 실감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시장의 창의력, 그리고 지역과 공동체의 참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영국 산업전략과 진짜성장 전략의 교훈을 통합한 본 정책 권고들이 이러한 조화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도 기술 혁신과 포용 성장을 양대 축으로 한 새로운 도약의 10년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