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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urplus Square Jun 22. 2020

(뻘글) 코로나 19, 그 어리석음과 나약함에 대해서.

호모 데우스. 신이 된 인간을 꿈꾸던 인류의 현재는?

호모 데우스!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2017년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인간은 기아, 역병, 전쟁을 진압했으며 마침내 신의 영역인 불멸, 행복, 신성 영역으로 다가간다. 실제로,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1년에 100만 달러의 약값을 지불하며 매일 150개 이상의 알약을 먹는다고 한다. 불로불사의 특이점이 조만간 올 것이라는 기대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특이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도약을 이룬 인공지능은 신인류의 등장 가능성을 높여줬다. 혹자는 신과 같은 인간이 누릴 유토피아를, 다른 누군가는 다수의 (무가치한) 잉여 인간으로의 전락과 디스토피아를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불과 6개월 전, 중국 우환에서 발생한 이상한 질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인류 역사에 남을 최악의 전염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수학적 이론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질병의 확산을 시뮬레이션하고, 전망했다. 의료 전문가 다수는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다른 '감기'처럼 코로나 19 역시 진정될 꺼라 믿었다. 그러나 이상한 질병은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


무병장수를 향해, 혹은 사고 능력을 신의 영역까지 확장하기를 기대했던 호모 데우스 추종자들은 종이 몇 겹에 지나지 않은 '마스크'에 의존해 외출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저택 어딘가에 숨어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무병장수를 꿈꿨는데, 이제는 감기에 벌벌 떨며 다른 사람의 발화 속에 담긴 침을 전쟁터의 포탄처럼 다루며 최대한 서로 멀리 떨어지려 한다.


"인공지능의 끊임없는 선전과 모든 것을 아우르는 능력이 얼마나 유용합니까? 3D 프린팅으로 자유롭게 유기체를 엔지니어링하고  신속하게 물체를 생산하는 능력이 코비드 19 대유행의 예방, 완화 또는 관리에 영향을 미쳤나요? 첨단 기술과 실리콘밸리의 통제력과 결정적인 기여는 어디에 있습니까?"


에너지 역사, 생태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말이다. 


코로나 19 이전, 우리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수차례 위기를 극복해 온 인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종이로 만든 '마스크'의 부족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우리는 언젠가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럼에도 역사는 '여전히 다르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인류는 유행병 이후, 단 한 번도 단호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이번 역시 그러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전례 없는 봉쇄가 여러 국가, 지역에서 단행되었지만 봉쇄가 지속될수록 "굶어 죽나, 병에 걸려 죽나"라는 목소리에 통제 권한을 가진 정부와 정치인이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세계가 전례가 없는 봉쇄를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하는 일을 개시한다면 백신이 나오기 전에 문제를 극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일은 백신이 수일 내에 개발되는 일보다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결국,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자신 스스로 밖에 없다. 통제가 아닌 자율적인 연대에 의존하는 길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과 떨어져 지내고, 증상이 의심될 때는 진단과 자가 격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그 운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지난 몇 개월 K-방역은 효과적이었다. 전 세계는 그 성과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 고약한 질병은 그 기세를 꺾을 줄을 모른다. K-방역의 성벽은 그리 높지 않은 듯싶다. 우리도 이 질병에게 고지를 빼앗길까 봐 걱정이다. 허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생각이다. 


추신. 너무 슬퍼하지 말자. 지구를 넘어 우주 경찰을 자청했던, 글로벌 넘버 원, 미국 대통령은 "검사를 많이 하니 환자가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아마, 많은 국가가 이 행렬에 참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우 요구가 많은(very demanding) 시민들이 그런 지도자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추신 2. 이 글을 기명 칼럼으로 쓸까 하다가 일부만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바츨라프 스밀과 유발 하라리에게 감사를 보낸다.




스밀 교수는 에너지 역사를 심도 있게 보는 혜안을 가진 뛰어한 학자이다. 그는 코로나 19에 대한  기명 칼럼을 2개 썼다. 


https://www.oecd-forum.org/users/383034-vaclav-smil/posts/65030-covid-19-acknowledging-that-we-don-t-have-all-the-answers-is-the-only-basis-for-effective-action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59/6382/1320


여기서 매우 인상 깊은(위 글에 인용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Why should we assume it will be different this time? Governments will not make adequate provisions for the next pandemic; companies will keep putting profits above security; people will resume their mindless, endless flying and cruising; and, in places where such foods are sought-after delicacies, buyers will continue to eat any imaginable kind of wild animals thus ensuring that sooner, rather than later, one of the animal viruses will jump again to people and start a new pandemic. Some Homo deus!


이번에는 왜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정부는 다음 유행성 질병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계속해서 안전보다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끊임없는 비행을 계속할 것이다. 미식가(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계속 먹어, 나중에 그 바이러스 중 하나가 더 빠르게 사람에게 뛰어 들어 새로운 유행병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호모 데우스!


그를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코로나 19 이후, 에너지 산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을 때, 이 카럼 2개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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