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다 더 강렬한...
세계 여행 혹은 지구촌 탐방을 가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고 들었다. 블로그를 눈여겨봤고, 언젠가 한 번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zipi100
좋은 기회로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셨을 때, 술자리에서 뵈었고 한지로 만든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적힌 명함이 매우 인상 깊었다. 당시, 지구 일주 이야기를 책으로 꼭 쓰시라고 말씀드렸는데(대충 1년 전쯤), '세계 여행기'일 줄 알았는데...<쓰레기책>이다.
저자 스스로는 그냥 쓰레기는 쓰레기라고 느꼈다고 한다. 쓰레기를 많이 버리면 좋지 않다. 분리 수거를 잘 하자 정도의 평범한 의식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시 생활에서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치운다. 잘 치울 수 있게 잘 버리기만 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 이 정도가 다수에게 상식이고, 나쁘지 않은 시민 의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그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저자가 세계를 여행하며, 가장 눈여겨본 대상은 바로 쓰레기다. 청정 지역일 줄 알았던 곳에 쓰레기가 지뢰밭처럼 여기저기 놓여 있기도 하고, 바닷속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하고,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높게 쌓여 있기도 했다. 쓰레기를 수출한다는 이상한 표현이 성립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제는 수출을 할 수가 없어 우리 땅에 쓰레기를 묻거나 태워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매우 쉽게 읽힌다는 데 있다. 쓰레기 전문가가 쓰레기 문제를 복합적으로 진단하고, 그 해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어려운 총서가 아니라 호기심 많은 여행가가 지구 전역을 여행하다 쓰레기 문제가 범상치 않음을 인지하게 되고 이를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대중서에 가깝다.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데, 그럼에도 다뤄야 할 이슈들을 포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부끄럽지만)에너지 주제로 공부를 계속 하다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기후변화' 이슈가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에너지 비용을 계산할 때, 소위 환경 비용이 중요한 부분이 될지 상상조차 못 했다. 기후변화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내가 고민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기후 문제를 논하지 않고서 사회적 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게 되었다. 기후변화와 환경이 제약 조건에서 기본 요건으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더욱더 거세질 것이고,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한 전문가가 "인류 문명의 놀라운 변화를 최근 400년이라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땅 속에 있는 많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꺼내쓰면서 거의 완벽하게 지구를 망가뜨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인류 문명사가 번영이 아닌 자멸과 파괴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음을 부쩍 느낀다.
저자가 주목한 쓰레기 문제는 지역적이거나 일부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나라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플라스틱을 환경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함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느낌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받았다.
저자는 세계 여행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그 연결이 쓰레기라는 점은 매우 유감이지만 사실이다. 그 연결은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즉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를 수 있는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이 모습들을 직접 보며 깨달은 것은 ‘거부하기 힘든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인류는 효율을 기하기 위해 도시를 만들고 가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갖가지 이유로 유입되는 도시민 행렬을 막기 어려울 것이고, 그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도시의 역습입니다. 아파트, 도로, 자동차, 병원, 식량, 상하수도, 에너지 등은 도시가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명암은 늘 한 쌍입니다. 세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아주 크게 깨달은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환경문제’입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해외에 수출했다. 탈법적인 수단을 활용하기도 했다. 허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세계의 휴지통이었던 중국이 더 이상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몰래 버리던 쓰레기 더미들도 더 이상 외국으로 보낼 수 없게 되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401579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6930/blog-plastic-plastic-waste-back-in-korea/
이제 쓰레기는 내가 사는 도시에 누적되기 시작했습니다. 매립, 소각, 재활용 등 세 가지 방식이 그나마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과 현실 문제에 근거해 매립과 소각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재활용은 엄격한 분리수거를 전제로 하니 모두가 조금 더 귀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고요.
플라스틱이 자연과 동물을 넘어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상당히 앞서 비닐봉지 금지 정책을 시행한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에서 이제야 플라스틱 금지정책을 내놓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선진국에서 이런 늦장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쓰레기를 개발도상국과 중국에 버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수 없게 된 것이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플라스틱 사용이 어렵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이리 불편한 규제를 만든 걸까? 사실, 단순히 카페 내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풀기 어렵게 돼버렸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회용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3개의 페트병을 사용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부끄러움이 들었다.
2018년 1월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을 발표하여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사용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독일 환경부도 2018년 11월, 슐체 장관이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5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① 필요 이상의 플라스틱 제품 생산금지 ② 플라스틱 포장지를 친환경 포장지로 대체 ③ 재활용 강화 ④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봉지 기피 ⑤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바다 오염 방지
실제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계획을 수립하거나 실행한 국가는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환경 규제가 일반적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Z1N01HXMB
쓰레기 문제는 이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가 되고 있다. 다만, 계속 미필적 고의로 문제를 덮고 미루고 있을 뿐이다.
이 요소들이 현실과 미래에 미치게 될 여파가 인류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원인을 분석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그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 미필적 고의입니다. 이제 세계의 거대한 흐름인 도시화, 세계화, 자본주의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쓰레기 문제, 환경파괴, 기후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쓰레기 중 '플라스틱'과 '음식'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킨다. 음식 쓰레기는 부의 상징이자 낭비의 결과이며,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온실가스를 내뿜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구조도 플라스틱 쓰레기와 똑같습니다. 생산과 소비, 뒤처리가 순환되는 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책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입문서도 아주 훌륭하다. 평소 쓰레기 문제를 막연히 생각해왔기에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고, 쓰레기 센터를 만들었다.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빠르게 실행한 셈이다. 저자의 여러 문장 중이 다음의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것 같다
저자의 인터뷰도 읽을만하다. 쓰레기 문제 해소를 위한 그의 헌신이 빠르게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