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원자력의 미래는?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원자력은 가장 논쟁적인 이슈이다. 너무나 뜨거워, 가까이 갈수록 모든 것이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적어도 여름철 무더위 속에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입과 위장이 아닌 손 위로 끈적끈적한 색소와 설탕의 조합을 묻히는 찝찝함이 있다. 어떤 식이든 간단명료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의견을 내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은 원전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원한다. 내 입장은 애매모호하나 일관적이다. 필요할 수 있으나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경제성에 대한 재검토가 선행되어야 하고, 국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원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나를 비논리적이고, 환경론에 치우진 사람이라 비판하고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함께 할 사람으로 두지는 않는다)
2. IEA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원자력
2.1 개요
IEA가 2021년 5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랫동안 2070년 탄소중립(2.0도 목표 기준)을 기준으로 여겼던 가장 권위 있는 국제에너지 기구가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크게 바뀐 것은 없으나 전체 에너지 수요(특히, 석유 수요) 관점에서 정점(피크)에 도달했다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과 미국, EU, 중국, 일본, 한국 등 온실가스 다(多)배출 국가들이 탄소중립 선언에 나서면서 크게 변화한 국제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이 파리협정(2015)이 적용되는 신기후 체계의 시발점이라는 사실 역시 고려되었을 것이다.
2.2 기본 입장
과기계에서는 ‘원자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다른 의견은 존재하나 전체적인 의견은 ‘원자력이 필요하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위축이 선명해지는 상황을 반전시킬 동인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IEA 역시, 큰 틀에서 이러한 입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2가지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탄소중립 경로 측면에서 원자력의 필요성을 반영한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세금이 에너지원에 부과되어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하는 시나리오다. 결론적으로 후자의 길을 가게 될 경우,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3 내용
IEA 보고서에서의 원자력 관련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 원자력은 전반적으로 정체된 상황이며, 축소의 기로 앞에 서있다.
b.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즉,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
c.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용량 확대’가 필요하다. 적어도 전기화(electrification) 및 전기 수요 증가 수준에 맞추는 용량 확대가 필요하다.
d. 설계 연한에 이른 노후 원전 폐로는 지양되어야 하며, 리트로핏(retrofit)을 통한 수명연장이 필요하다. 실제로, 노후 원자로의 수명연장은 다수의 선진국에서 선택하는 비용 효과적인 탄소중립 활용 수단이다.
e. 2030년까지, 원전의 발젼량은 2020년보다 40% 증가하며, 2050년에는 두 배 가량으로 증가한다. 이때,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 있다.
f. 원전 건설은 2030년 경 피크(peak)에 도달하는 데 이때 용량은 30GW에 이른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보다 5배에 이른다(원전 르네상스까지는 아니어도 현 시점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g. 선진국의 원전 확장은 2021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평균 4.5GW으로 확장되나 발전 비중은 2020년 18%에서 10%로 떨어진다.
h. IEA에서는 신규 원자력 용량의 2/3가 신흥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 대형 원자로 형태이다.
i. 이들 국가의 원전의 발전비중은 2020년 5%에서 2050년 7%로 증가한다.
j. 소형모듈원자로는 선진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불안정성을 완화시킬 유연성과 열과 전기, 그리고 수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k. 그러나 현재 상황은 좋지 못하다. 이미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수명 연장과 신규 프로젝트가 없다면 선진국에서의 원자력 부분 전기 생산량은 향후 20년 동안 2/3 가량 감소할 것이다.
l. 원자력과 CCUS의 활용이 없다면, 2050년 목표에서 480GW의 추가적인 배터리(3100 + 480)와 300GW의 다른 발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2조 달러의 추가 투자를 필요하게 되며, 회피된 연료 비용을 고려 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2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탄소중립과 관련 중요 사항>
a.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8%이며, 태양광과 풍력은 68%에 달한다.
- 말 그대로, 전기 생산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는 혁명과 같은 대전환이다.
- 불안정한 발전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 원래 발전기 출력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는 사실이 보편적 사실로 바뀌어야 한다.
- 전력저장 설비뿐만 아니라 전기 사용 패턴 역시 크게 바뀌어야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다.
b. 전력저장은 현재 18GW 설치되어 있는데, 2050년 3100GW가 필요하다.
- 172배가 넘는 성장으로, 물리적 시스템의 이러한 성장이 유례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 IT 분야의 성장이 이렇지 않았을까? 다만, 물리적 시스템의 이러한 확장은 매우 드문 일이 아닐까 싶다.
c. 원자력은 현재 비중(11%)을 유지하는 수준은 필요하다
- 최근 5년 매년 7GW씩 추가되었는데, 향후 10년 매년 17GW, 31년부터 50년까지 매년 24GW가 추가되어야 한다.
- 다만, 현 추세를 뒤집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데, IEA는 그 부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 선진국의 전력생산 부분의 탄소중립은 2035년에 달성해야 한다.
-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에 분류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 다만, 유럽과 미국의 목표를 반영한 사항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