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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urplus Square May 29. 2021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선결과제

전력시장 개혁

#에너지전환
#전력시장

 보통 시장이라 말하면, 특정 재화/서비스가 거래되는 장소, 체계, 틀을 의미한다. 이때 가격은 소비자들의 사용 가치를 반영한다. 전기, 수도, 고속도로 등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재화의 경우에는 국가가 어떤 식이든 통제한다. 다만, 정부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유지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면 시장의 형태가 도입된다. 제일 대표적인 예가 통신이다. 과거, 공공에서 담당하던 통신은 인터넷, 무선통신으로의 변화에 따라 경쟁시장의 형태로 바뀌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정부가 담당하는 게 비효율적이었기에, 시장을 열어 민간 투자를 촉진시키고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소비자 편익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정부는 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하며 적정 수준의 경쟁시장을 유지, 운영한다.

  사실, 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전기는 경쟁적 전력시장을 통해 조달, 거래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1년 경쟁시장을 지향하며 단계적인 시장 모델을 밟기로 계획했으나 1단계 조치인 비용기반시장(Cost based Pool)에서 20년 넘게 못 벗어나고 있다. 과도기적 시장 체계가 20년 이상 지속되는 동안 전력산업은 빠르게 변화했는데, 그러다 보니 매우 괴랄한, 비효율적인 형태가 자리 잡게 되었다. 비유하면, 새집에 입주하기 전, 잠시 임시 거주처를 마련한 것인데...이사를 가지 못하고 20년 동안 임시거주처에서 지내다 보니 비도 새고, 곰팡이도 슬고, 추위와 더위에도 취약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경쟁시장 의제는 초기에 추진한 정부가 김대중 정부였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이, 시장의 도입과 효율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야당에게 모두 명분은 있는데, 이런저런 문제로 추진하고 멈춰지고 추진하고 좌초되기를 반복해오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면서 경쟁시장의 필요성이 좌파, 환경운동 진영에도 점차 설득되고 있다. 일부 좌파 운동 진영에서 “시장은 고용불안, 가격 상승을 야기하기에 나쁘다”식의 논리를 여전히 전개하는데, 전력산업의 공공 영역의 일자리는 일부 축소될 수 있으나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가 다수 창출되어 국가 전체적으로는 고용에 더 크게 기여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과거 IMF 때 이뤄졌던 현재 공공 부분의 구조개편, 대량해고가 주가 돼서는 안 되고 현재 고용 유지와 사업 부분을 외부환경 변화에 맞추는 형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고 변화될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에, 역할의 전환도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전환은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재창조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내놓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서는 현재 18% 수준(그 중 절반 이상이 수력발전)인 재생에너지원이 2050년이 되면 90%에 이르고, 태양광과 풍력은 80% 수준이 될 것이라 관측한다. 이는 전력생산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일부 대형화되어 단지(farm)의 형태로 구축되나 분산화(Decentralized)되어 다양한 규모,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과거, 소수의 (공공) 사업자가 관여하고 소비자는 말 그대로 소비만 했다면, 이제는 다수,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가 존재하며 소비자는 자신의 설비, 자산을 대여해주거나 계약을 통해 전력공급 영역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자의 급격한 증가는 새로운 형태의 운영 체계를 요구하고 이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필요를 충족하고 지속 발전할 수 있다. 현재의 중앙 집중화된 운영자는 전력거래소로 ISO(Independent System Operator)라 볼 수 있는데, 분산화된 세상의 전력공급 체계는 DSO(Distributed System Operator)가 각 지역(Control Area)에서 필요한 요건을 해결하고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협조, 통합 제어하여 기본적인 목적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 과거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전력시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좌파언론,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했는데, 이는 산업 전반의 몰이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분산화된 전력공급 영역 중 의미 있는 비중은 시영, 에너지 협동조합 등 공익 형태의 사업자, 집단이 차지할 수 있다. 오히려, 권력화 된 공공영역이 새로운 가치의 평등한 권력으로 분산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는 독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산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리드의 구축, 새로운 운영 체계 등 대전환은 새로운 투자를 요구한다. 현재, 보조금 기반으로 이뤄지는 형태는 초기에는 필요하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 변화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미래의 충분한 수익을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과 여러 변화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고 여러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주는 편익 역시 크다면 새로운 전력시장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 분야 기술은 매우 혁신적인 진보를 했다. 이는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경쟁력의 확보’로 확인할 수 있다. 10년 전 풍력, 태양광은 대안에너지로써 하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 재생에너지는 석유, 석탄, 가스를 뛰어넘는 제1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산업 전반의 개혁을 이끌 전력시장의 도입이 필요할 때다. 지금 형태는 물리적 변화를 더 이상 효율적으로 감당하지 못한다. 오히려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은 모든 변화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한 선결 조건에 ‘전력시장 개혁’이 빠져있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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