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한국의 전력공급계획에 대한 생각에 대한 생각
SMR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One of the biggest problems for SMRs is that they don’t exist,”
전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 위원장 인 앨리슨 맥팔레인(Allison Macfarlane)
최근,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이 주목을 받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 역시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도전적인 점은 명확하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주요 핵심 기술도 존재하나 원자력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상존한다.
10년 전 원전은 2기에 5~6조 원의 비용으로 통용되었으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2022년 준공된 신한울 1, 2호기의 경우 10조 원이 초과되었고, 건설 중인 1,400MW급 2기 새울 3, 4호기의 경우 1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너무 비싸게 느껴지는가?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의 건설비 증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미국에서 2023년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보그틀(Vogtle) 3호기의 경우 1,250MW 용량에 31억 달러(약 40조 원)라는 비용이 들었으며,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 C는 3.2GW에 450억 파운드(약 8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권에서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자력 생태계에서는 그 대안으로 소형원자로(SMR)를 강력히 밀고 있다. 여러 기능적 개선이 있지만 가장 큰 추진 이유는 민간 주도의 생태계 형성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십 조가 초과하는 수퍼 메가 프로젝트는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보증하고 지원하는 형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 규모를 줄인다면, 민간에서도 접근가능하다. 그리고 아직 SMR 첫호기가 가동되고 있지는 않지만 기술 개발이 계획대로 잘 이뤄져, 대규모 수요가 생성된다면 레고블록처럼 어디선가 생산하고, 어디선가해서는 설치하는 형태로 확산이 가능해진다. 흡사, 반도체의 TMSC처럼 원자력 역시 생산만 전담하는 곳에서 대량 생산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비중이 높은 미국, 유럽의 국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원자력의 평균 연식이 높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원자력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원자력 기술을 새로운 원자력 기술로 대체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이를 위한 프로젝트가 여기저기서 기획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를 달성한 곳은 없으나(중국이 이미 상용화에 근접했거나 이미 달성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신뢰도가 높지 않으며, 해당 기술을 미국, 유럽에서 도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조금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영국 사례를 분석해 보겠다. 2024년 시점에서, 영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8기(9.5GW)이며,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5%를 차지한다. 평균 연식은 40년에 이르며, 대부분의 현존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2030년대에 폐쇄될 예정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소머셋 지역에 3.2GW 용량의 힝클리 포인트 C가 건설 중이며, 서퍽에 3.2GW 용량의 사이즈웰 C가 계획되고 있다. 2050년까지 24GW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신규 원전을 제외하더라도 16GW 이상의 전력 공급 공백이 발생한다. 영국은 이 공백을 SMR로 대체할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2022년 Great British Nuclear (GBN)을 설립하였으며, SMR 기술 개발을 위해 최대 200억 파운드(약 3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GBN에서는 최초의 SMR 가동을 2023년 7월 에너지부 장관 그랜트 샤프스(Grant Shapps)이 제시한 2030년대 초보다는 늦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기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 역시 크다.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 위원장인 앨리슨 맥팔레인(Allison Macfarlane)은 “SMR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장기 국가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기술 전문가들은 충분한 연구 자금과 실제적 추진을 위한 설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낙관'이 계획에 반영되는 일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장기 계획은 현실성이 결여될 수 있다. 희망과 현실의 차이는 크며, 돌파적 기술이 초과 달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잔혹한 현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오늘(2024년 5월 31일) 발표된 전력수급계획에 SMR이 포함되었다. 아직 구현되지 않았으나 희망사항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정부의 계획을 먼저 눈치챘는지, 발표 며칠 전부터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은 실체가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희망사항일까? 희망을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희망과 현실의 간극이 존재하며, 그 간극은 한마디로 '높은 불확실성'이라 말할 수 있다.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안타깝게 대한민국에서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SMR 기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 원자력 기술 생태계가 존재하는 주요 국가에서 추진 중인 기술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너무 큰 희망은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적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었다면, 비판적 시각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하다.
참고 문헌:
1.https://www.ft.com/content/46a0b8c9-832e-463d-b5ff-2a8411b23b02
2.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42902.html
3.https://www.nsenergybusiness.com/features/new-nuclear-power-plants-uk/
4.https://namrc.co.uk/intelligence/uk-new-build/
5.https://publications.parliament.uk/pa/cm5803/cmselect/cmsctech/626/repor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