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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urplus Square Jun 03. 2020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

책읽기

당인리 - 대정전 후 두시간, 우석훈 저(2020)



들어가며


발전, 송전, 배전. 전기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하나의 체계를 전력계통이라 부른다. 


계통(系統)은 

"일정한 체계에 따라 서로 관련되어 있는 부분들의 통일적 조직"을 말한다.


영어로는 Power System이라 부른다. 사실,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이상 '계통'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다. 소위, '왜색' 느낌이 나는 단어라서 나 스스로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2년 전, 번역한 책에서 계통 대신 시스템, 체계, 망 등의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허나, 무언가 적확하게 대체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전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체계는 커다랗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문제가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대형 발전기 하나가 갑자기 전력계통에서 고장 등으로 이탈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연결된 전체 계통이 붕괴될 수 있다. 이를 블랙아웃이라 한다.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대정전이 발생한다면?


이 책은 이런 의문을 소설로 풀어간다. 만약, 관련 전문가가 '정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학술서처럼 썼다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류의 연구보고서는 전력산업계의 주류 혹은 주된 주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문제고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대정전 사고라 부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 모두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는 데 이 책은 나름 의미가 크다.


2011년 발생했던 9월 15일 순환 정전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로 보인다. 추석 직후, 예상치 못한 무더위에 전기 사용량이 급증했고, 수요 예측 실패는 순환적으로 전기공급을 끊어 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순환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 당시, 나는 박사과정 연구원이었는데 사고조사반이었던 몇 교수님과 함께 무엇이 원인인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사실, 전력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방식보다는 사전에 예상하여, 준비하고, 대응하는 형태를 따른다. 따라서, 수요 예측 실패는 낮은 확률이지만 언제나 발생 가능한 상황이다. 수요 예측 실패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후방 지원격인 예비력이 잘 준비되어 있으면 된다. 이 사건에서 '수요 예측을 잘못하는 일'은 어쩔 수 없었으나 '예비력'이 준비되었다고 나와 있는 숫자보다 낮았다는 결론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물 흐르듯 관리, 제어하는 에너지관리 시스템인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자체가 문제였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었다. 


<당시 사고를 다룬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12365376


수요 예측 번번이 실패한 게 원인
2011년 9월 15일. 한전 관계자들이 ‘9·15사태’라고 부르는 날이다. 추석 직후 찾아온 늦더위에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치솟았다. 안심하고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많아 전력 공급량이 부족했고, 사전에 비상 대책도 미흡했다. 블랙아웃 직전에 결국 순환단전이라는 강수가 동원됐다. 이날 이후, 강력한 절전 대책과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이 계속됐다. 올해는 특히 원전 부품 납품비리 사건의 여파로 주요 원전의 정비와 재가동이 늦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긴장감이 더했다.



저자는 여기서 EMS에 주목한 듯싶다. 개인적으로 EMS는 부분적인 문제이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당시 사고조사반의 의견에 동의하나 저자가 의문을 품은 EMS에 대한 지적 역시 해볼 수 있는 생각이라 생각한다. 당시, EMS에 대한 비판은 전정희 의원과 김영창, 유재국 박사님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당시 문제를 다룬 기사>

한국형 EMS 사업은 ‘돈 먹는 하마’?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191


<EMS가 본질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기사>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459



만약, 전력 시스템이 붕괴한다면... 대정전이 발생한다면...


이제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나주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여, 전력거래소 건물과 EMS가 붕괴한다

 - 전력시스템의 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안경'을 잃어버렸다.

2) EMS의 붕괴는 대정전으로 이어진다. 

 - '수요 > 공급'인 상황이 발생하면, 계통 기준 주파수 60hz가 하락한다. 

 - 주파수가 낙하하면, 어느 정도 범위까지는 발전기가 버티다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동기기(Sychronized Machines)을 보호하기 위해, 변전소에 설치된 저주파수계전기(UFR)이 단계적으로 작동하여 부하를 차단시켜 순환 정전이 발생한다

 - 그럼에도,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정전이 발생한다. 

3) 대정전이 발생할 위기에 명확하자 청와대는 은밀하게 사실상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제주도로 이동한다.

4) 당인리 발전소에는 이상한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은 서울시와 협력하여 에너지 자가발전 시스템을 구상해왔다. 정전이 터지자 그 조직은 눈부신 활약을 한다. EMS를 만들고, 당인리 발전으로 시작해 경인지역, 충청지역의 발전기로 전기 공급을 확산시켜 블랙아웃 위기를 극복한다.

5) 당황한 청와대가 반동분자인 당인리 발전소에 사람을 보내, 일부 사살하고 주동자들을 구속시킨다. 그리고 '빛'을 확보한 것을 청와대의 공으로 돌린다.

6) 세월이 흘러, 진짜 '전기'를 지킨 이현주 팀장은 대통령 후보가 되어있다. 


소설은 본래 '이현주' 대통령 후보를 위한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그녀를 지킨 남편이 일련의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1)~5)를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이뤄졌다.  




대정전을 막기 위한 분산 전력. 당인리 발전기


저자는 '분산에너지원'의 필요성과 'EMS'의 중요성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분산에너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에너지 자립' 혹은 대정전을 막기 위함이다.


사실,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낭비가 필요하다. 송전선로를 많이 건설하고, 여유 발전기를 다수 건설해야 한다. 즉, 유휴 설비는 사고가 발생할 때 대응의 유연성(flexibility)을 제공한다. 


전력시스템을 인류가 구축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이라 부른다. 혹자는 현대 문명의 근간을 만들어 준 전기를 '20세기 엔지니어링의 위대한 성취'라 한다. 그만큼 복잡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복합 시스템(Complex System)이라 부른다. 


복합 시스템의 기본 운영은 효율성과 안전성 간 균형을 잡는 데 있다. 안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돈이 많이 든다. 100% 안전한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신뢰도를 99.7%에서 99.9%까지 올린다면, 그 비용이 선형적으로 0.2% 증가하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2,000%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효율성을 강조하면, 사고의 위험이 동시에 올라간다. 효율성은 최소 안전 요건을 고려하고 추구해야 한다. 그 최적 지점을 찾고 유지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고는 낮은 확률이지만 발생할 수 있고, 사고의 크기와 파급력에 따라 안전 규정이 상향 조정된다. 


<전력시스템의 신뢰도 비용 곡선(출처: 에너지 전환, 전력산업의 미래)>


위 그림은 내가 번역한 책에서 가져온 그림인데, 100% 완벽한 신뢰도에 가까울수록 그 구축 비용이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원은 어떤 역할을 할까? 


우리에게 익숙한 119, 즉 화재 진압 체계를 생각해보자. 가장 좋게는 높은 수준으로 훈련받은 119 대원이 많을수록 안전하다. 다만, 100% 안전이라는 기준(존재하지도 할수도 없지만)에 맞추려면 국민의 몇 %가 119 대원이 되어야 할까? 그리고 어디에 얼마큼씩 배치되어야 할까? 그리고 사고 대응과 사고 대비 업무를 어느 정도씩 배분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적 형태는 주야간 인구밀도, 이동성 정도에 따라 주요 허브(Hub)에 소방서를 배치하고,  각 마을 단위에는 의용소방단을 운영하여 중앙과 분산의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용 소방단은 주기적인 교육을 받고, 지역의 안전 진단을 1차 책임지고 중앙의 소방관들은 화재가 발생하면 중요, 위험 지역을 책임지고 의용소방단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형태를 말이다(물론, 이런 방식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굉장히 많은 가정과 제약의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가급적 사람이 아닌 시스템, 자동으로 대처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그 효과성이 커지는데 그게 스프링 쿨러나 화재경보장치 등의 활용보다 조금 더 진보한 수준이어야 할 듯싶다.)


전력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진화하고 있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다 책임지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비용 효율적(=싸다) 일 수 있으나 특정 규모가 넘어서면 대형 사고의 가능성, 파급력 모두 커지기 때문에 '안전비용'을 고려할 때, 부분적이 분산시스템과의 조합이 더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일 수 있다. 

전력시스템의 변화 : 탈집중적 > 중앙집중적 > 분산적, 출처 : Paul Baran(1964) 그림을 활용하여 다시 그림


전력시스템의 역사를 살펴보면, 저자가 이야기한 분산 시스템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본래, 전력시스템은 부유한 사업가 혹은 기업이 특정 목적을 위해 완전한 제품 키트(kit)를 구축하는 형태였다. 에디슨이 고안한 시스템은 직류 시스템이었고, 직류는 1~3km를 넘어가면 그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개별이 하나의 발전소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는 형태로 구축되었고, 매우 비싼 사치제에 가까웠다. 


그러나 교류와 고압송전 기술의 발전은 전력시스템을 가장 거대한 (연결된) 기계로 바꾸어 버렸다. 대규모 사업화가 이루어졌으며, 하나의 계통이 전 방위적인 영역을 감당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전기는 대중화가 되었고, 소위 현대 생활의 근간이 될 수 있었다. 


분산전원(Distributed Power)는 본래 수요 증가를 맞추기 위해, 중앙집중형 시스템의 확장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던 80년대 상황에서 고안되었다. 중소형 가스터빈을 활용하여, 확장을 보다 빠르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물론, 미국의 주요 인프라인 전력망, 특히 송전선로의 노후화가 심각해졌고 대규모로 일시에 고치기엔 비용 부담이 되니 지역에서 알아서 전력설비를 충당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도 반영되었다). 그러나 90년대를 지나면서 주요 선진국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었고, 에너지 효율이 점차 개선되면서 전기 수요의 연간 증가폭이 점차 낮아지고 정체되면서 초기의 구상은 다른 목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 목적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재생에너지의 확장이 필수적이었는데, 태양광은 대규모 형태인 태양광 농장(farm) 형태로도 존재하지만 지붕 위 태양광의 형태로도 존재했다. 즉, 에너지 패권이 중앙에서 분산으로 바뀌어가는 흐름으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는 태양광이 놓여 있게 되었다. 


과거의 탈집중적 개별 시스템과 현재의 분산형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 분산형 시스템은 개별로 작동하지만 모두 연결되어 작동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제어가 불가능했던 전력수요 역시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이를 수요반응 Demand Respond라 부른다), 수요를 증감하는 것 자체가 공급을 변화시키는 것과 동등한 역할을 한다는 개념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래서 분산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든 소비 패턴을 바꾸든 모두 에너지원이라는 개념에서 분산에너지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에너지 자립 혹은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분산에너지원의 확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산에너지원의 부수적 효과로 블랙아웃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특장점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병원 응급실/수술실 혹은 군부대 등 전기공급의 가치가 높은 곳은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수준으로 태양광 - ESS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100% 자립 가능한 시스템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구축은 아직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PQR은 전력품질 요구 수준을 뜻한다. 중요 부하일수록 전기 공급의 안정성 역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출처는 내가 번역한 역서 에너지 전환, 전력산업의 미래(2018)

 



미국,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분산에너지원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30년 혹은 2040년 목표가 20~40% 정도 수준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1.3% 수준으로 전국 꼴찌 수준이다. 물론, 소설의 당인리 발전소가 일반 가정 부하의 30%가량을 공급할 수 있으나 일반적 상황에서 전체 수요 중 1.3%만이 서울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수준에서 10%를 달성하는 일 자체가 매우 담대한 도전 과제가 아닐까 싶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902/97237316/1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력 소비량이 높은 경기 지역과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하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지난해 전력 자립률은 1.3%로 17개 전국 시도 중 꼴찌였다. 전력 자립률은 지역의 전력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뒤 이를 백분율로 전환한 수치를 말한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뿐 아니라 주요 전력 소비지인 대전(1.8%), 광주(5.4%), 충북(5.7%)이 전력 자립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설 이야기 : 전력공기업 문화


"야, 이 개쉐끼야. 한정건. 뭐 어딜 같이 가자고?"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그 이유는 내가 전력공기업 본사에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건은 1갑(1가) 처장으로 오를 수 있을 만큼 승진한 사람이고, 욕을 한 사람은 만년 대리인 주인공 이현주이다. 처장이 직접 직원을 불러 '발령 상황'을 알려주는 부분도 신기했고, 술 취한 사원이 대면에서 욕하는 부분은 상당히 신선했다. 


소설에는 발전공기업 본부장(회사에서 top 3~5 수준)과 팀장(과장 - 전력공기업은 과장 직위는 승진을 선택하지 않는 인력이 선택하는 직급이고 정확하게 보면 부장이어야 말이 되긴 한다), 사원들이 나오는데 상당히 수평적이고, 외주를 관리하기보다 스스로 개발하고 IT 직군인데 물리적 시스템 운영을 이해하고 매우 유연한 소통 구조로 묘사된다. 사실, 이 부분이 전혀 공감이 안 됐다. 


저자는 그래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 그리고 남성이 아닌 여성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렸다고 말씀하시는데, 공기업에서 승진 지향형인 여성이 대체적으로 어떤 지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좀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공기업에 경험한 가장 위계적이고 꼰대적인 사람은 승진을 바라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비주류, 여성의 조합은 스스로가 에너지공단에 계실 때 경험한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 추론된다. 나 역시, 굉장히 훌륭하고 유능한 여자 부장님을 알고 있기에 어디에나 있는 아웃라이너라고 생각하면 못 받아들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저자라면 능력은 출중했지만 꼴통 같은 성격 때문에 부장 승진에 번번이 실패했던 만년 차장 한전, 전력거래소 괴짜 퇴직자들이 한전, 발전공기업, 전력거래소에서 사업을 하면서 근근이 먹고사는(사실상 중요한 일을 다 처리해주지만 대접은 못 받는) 사람들을 주인공을 삼을 것 같다. 실제로 머릿속에 몇몇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소설과 현실


전력 전문가 그룹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일단, 리스트에 올라가면 은퇴할 때까지 그 이름이 잘 바뀌지 않는다. 대단히 폐쇄적이고 변화가 없는 특성을 반영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비주류적인 의견(EMS가 9.15 정전의 원인)에 근거하여 다수의 전문가가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블랙아웃을 다룬다. 그러기에, 주류 이해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연구실 동기형이 석사 졸업 학위 논문으로 블랙스타드(블랙아웃 이후, 다시 계통을 되살리는 작업) 관련한 논문을 썼는데, 주변에서 "주목받지 못한 주제를 학생에게 던져주다니, 교수님이 너무 했다"라고 이야기했었다. 블랙아웃은 발생하면,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지만 낮은 가능성이라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주제임은 분명하다.


사실, EMS 문제가 점화된 것은 전력산업 전반은 정보가 닫혀 있기 때문이다. 소위, 한전과 전력거래소 그리고 발전 공기업의 운영 정보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상당 부분 접근이 제한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오픈해서 해당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성과 다양한 방안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정보들이 상당히 많은데, 우리나라는 현재의 구조(hierarchy)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폐쇄성을 유지한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말한 블랙아웃 문제, 그리고 분산전원과 에너지 자립 이슈는 전력산업에서 진중하게 일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고민했을 문제들이다. 만약, 스스로가 전기쟁이임을 자부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부분적인 팩트 체크에 함몰될지 말고, 이러한 부분을 우리가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까를 자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냥, 전기는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기가 공급이 안 된다면,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꽤 속도감 있게 잘 그려냈다.


한편, 소설에서 블랙아웃의 피해를 굉장히 빠르고 가볍게 집고 넘어가는데(물론, 주인공 중 한 명의 딸이 응급실에서 죽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http://www.ecumen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54

저자 인터뷰인데, 꽤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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