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hinking Load Growth
0. 들어가며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과 경쟁 심화로 "인공지능이 유발하는 전력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전력 인프라 사업의 핵심적 도전과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24년 8~9월부터 투자기관 중심으로 전력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투자 필요에 대한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고 여러 언론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좀 더 차분하게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제시되더니 이제는 기존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접근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제시되기 시작한다. 이 보고서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AI발 데이터 폭증을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이다. 유연성(Flexibility)은 과거에는 직접수요제어(Direct Load Control)의 개념에서 수요반응(Demand Respond)로 통제성에서 시장 기반의 반응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발전된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최근은 유연 수요(flexible demand)라는 용어로 정리되고 있는 듯 싶다.
다만, 수요의 유연성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신호와 보상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 전력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은 1970년대말부터 제시되기 시작했으나 저렴한 전기요금은 굳이 전기 활용을 유연하게 할 동인을 만들지 못했다. 2025년 3월 현재, 인공지능은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자원이 되었으니 인공지능을 위한 전력공급은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적절한 인센티브와 자동화된 제어기술만 활용한다면 기술적으로 접근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중요 기술이 전력시장 진화를 촉진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분산에너지원 시장의 활성화(=태양광, ESS의 가치 상승)과 소비자단의 신규 기술 도입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는 적절한 전력시장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가치와 가격을 매칭시키는 경제적으로 효과적인 기술, 시장의 발현과 발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접근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후진적인 갈라파고스가 되버린지 오래다. 전력시장 활성화, 경쟁도입은 단순히 원가 기반에 변동, 인상되는 전기가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원가/가치에 따라 가격을 다양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하는 탈탄소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보고서명: Rethinking Load Growth: Assessing the Potential for Integration of Large Flexible Loads in US Power Systems (전력 수요의 재구성: 미국 전력망에서 대규모 유연 부하의 통합 가능성 평가)
발행기관:Nicholas Institute for Energy, Environment & Sustainability, Duke University
저자: Tyler H. Norris (Duke University, Nicholas School of the Environment), Tim Profeta (Duke University, Sanford School of Public Policy & Nicholas Institute), Dalia Patino-Echeverri (Duke University, Nicholas School of the Environment), Adam Cowie-Haskell (Duke University, Nicholas School of the Environment)
발행년도: 2025.2.
<개요적 분석>
1. 배경과 문제의식
(미국)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산업 제조, 교통 및 난방의 전기화 등으로 인해 2024년 겨울 피크 694GW → 2034년 843GW(약 21.5% 증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입장에서 AI데이터 수요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전기화에 따른 수요증가가 부담되는데, 거기에 더 큰 부담을 안기는 요소가 생기는 셈이다. 짐에 짐을 더한 것과 같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가 핵심적인 부하 증가 요인으로 지목되는데, 2029년까지 최대 65GW의 신규 전력 수요를 유발하며, 2028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44%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발전소·송전망을 건설하는 데는 7~10년에 달하는 긴 대기와 높은 비용이 따른다. 더불어 허가 절차, 인력·토지 부족, 공급망 병목 등 제약이 심각해지면서 “어떻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효율적으로 감당할 것인가”가 전력 업계의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부하 유연성(load flexibility)’을 통해, 새롭게 늘어나는 대규모 부하를 기존 전력망에서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AI 데이터 센터가 피크 시간대에 일부 부하를 감축(curtail)하면, 발전소나 송전망을 대폭 늘리지 않고도 추가 전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부하 유연성: 개념과 이점
2.1 부하 유연성의 정의
부하 유연성이란, 전력망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시점에 일시적으로 부하를 줄이거나(감축) 다른 시간·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는 중요하지 않은 연산이나 AI 모델 학습을 늦춰 전력 사용량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0.25% 감축률”이라고 하면, 연간 가동 시간 중 0.25% 정도만 전력 수요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데이터 센터뿐만 아니라 제어가능한 전력수요가 부하 유연 자원이 될 수 있다.)
2.2 왜 중요한가?
기존 전력망 활용 극대화: 연중 극히 일부 시간에만 발생하는 피크 수요 때문에 거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해지는 것을, 유연 부하로 완화 가능하다.
- 비용 절감: 송전·발전 설비 증설을 늦추거나 규모를 줄여, 전력망 비용 상승을 억제
- 데이터 센터 발전 속도와 부합: AI 모델 학습·추론의 특성을 이용해, 특정 시간대에 부하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계통 연결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음
예를 들어, 구글은 이미 ‘탄소 인식(carbon-aware)’ 알고리즘으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시간대에 작업량을 집중해 비용과 탄소배출을 줄였고, 미국 일부 지역 데이터 센터는 수요반응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필요 시 전력 사용을 조절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 채굴 기업 중에는 일시적으로 전력을 95%까지 줄여 수요반응 참여 수익이 채굴 수익을 뛰어넘은 사례도 있다.
3. 감축 기반 여유용량(Curtailment-Enabled Headroom) 분석
보고서는 미국 본토 대부분(피크 수요 95% 이상)을 책임지는 22개 밸런싱 기관(BA)을 대상으로, 2016~2024년 시간별 부하 데이터를 활용해 “부하 감축을 전제로 신규 부하를 얼마나 더 수용할 수 있는가”를 추정한다.
- 데이터 수집: 2016~2024년 시간별 부하(EIA-930)
- 계절별 피크 설정: 여름·겨울 최대 피크 수요를 파악해, 그 이상이 되지 않도록 설계
- 감축률 시나리오: 0.25%, 0.5%, 1%, 5% (연간 최대 사용량 대비 실제 감축되는 비율)
- 결과 산출: 목표 감축률을 충족하는 선에서 ‘수용 가능한 신규 부하(GW)’를 계산
“감축률 0.25%”란 무엇인가?
연간 총 전력사용량(예: MWh) 중 0.25%만큼을 감축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부하가 1년 내내 100%로 가동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연간 소비 전력(MWh) 중 0.25% 정도를 필요할 때 감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시간대에 부분적으로 줄여 합산이 0.25%가 되도록 운영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예시>
-부하 평균크기: 1GW
-연간 가동 시간: 1년 = 8,760시간
-연간 소비량: 1GW × 8,760시간 = 8,760GWh
-감축률 0.25%: 8,760GWh의 0.25% = 0.0025 × 8,760GWh = 약 21.9GWh
(1년 동안 이 부하(1GW)를 필요할 때마다 줄여 총 21.9GWh만큼 감축하면 0.25% 감축률을 달성)
3.1 주요 결과
연간 평균 감축률 0.25% → 약 76GW 추가 가능
0.5% → 약 98GW, 1.0% → 126GW, 5.0% → 215GW
감축 필요한 시간은 연간 약 1~21% 수준이며, 대부분(약 88%)에서 부하의 절반 이상을 유지 가능
0.5% 감축률 시나리오에서, PJM(18GW), MISO(15GW), ERCOT(10GW), SPP(10GW), Southern Company(8GW) 등이 가장 큰 통합 잠재력 보유
4. 부하율(Load Factor)과 지역별 특성
분석 결과, 부하율(load factor)이 낮은 지역은 신규 부하를 더 많이 통합할 수 있다. 예컨데 겨울 부하가 낮은 지역이라면, 여름 피크만 조절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높다. 반면, 계절 간 부하 차이가 적은 지역(예: 사계절 고른 전력 수요)은 피크가 여러 시기에 분산되어 있어, 감축률을 높여도 신규 부하 통합이 비교적 어렵다.
예시:
CAISO(캘리포니아): 계절 부하율이 높아, 신규 부하 추가 여력이 제한적
AZPS(아리조나): 여름 피크가 매우 크지만 겨울 부하는 작아, 여름에만 조금 감축해도 많은 부하를 수용 가능
5. 시사점과 한계
본 연구는 “대규모 발전·송전 인프라 증설 없이도, 일정 부분 부하 감축(유연성)만으로 상당한 신규 부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데이터 센터나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전력망 확충을 뒤따라가기 어려운 현실을 완화하는 중요한 해결책이다.
다만, 본 분석은 전력망 전체 흐름(power flow)이나 발전소 램핑 제약(기동시간, 최소 가동·정지시간 등), 송전망 국지적 혼잡 등은 단순화해 고려했다. 실제 현장 적용에선 이러한 문제를 세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 부족 위험 시점(LOLE)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연구 과제다.
<심층 분석>
새로운 대규모 부하의 전력망 연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일부 전력회사는 7~10년에 이르는 대기 시간을 보고할 정도로 계통연계 대기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Li et al. 2024; Saul 2024; WECC 2024). 여기에 변압기, 개폐기(circuit breaker) 등 송전 설비 공급망 제약이 더해져, 이러한 대기 기간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2024년 6월, 대통령 직속 국가인프라자문위원회(NIAC)는 변압기 주문 리드타임이 2020년 1년 미만에서 2~5년으로 늘어났고, 가격도 80% 상승했다고 지적했다(NIAC 2024). 개폐기도 비슷한 지연을 겪고 있는데, 예컨대 서부지역전력청(WAPA)은 저전압(배전) 등급에서 최대 4년 반, 고전압 등급(송전)에서 최대 5년 반의 리드타임을 보고했으며, 지난 2년간 가격이 140% 올랐다(Rohrer 2024). 2024년 5월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고전압 개폐기에 대한 리드타임이 2023년 말 151주에 달해 전년 대비 1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Boucher 2024).
대규모 부하 연계 지연은 최근 데이터 센터들로 하여금 발전소와 동일 부지에 위치(co-location)하려는 관심을 높였다. 2024년 말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기술 컨퍼런스(FERC 2024c)에서, 여러 참석자는 발전소와 데이터 센터를 같은 부지에 두었을 때 계통연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강조했으며, 이는 최근 그레이 리터러처(학계 공식 출판물이 아닌 보고서, 정책자료 등)에서도 언급된다(Schatzki et al. 2024). 하지만, 이러한 동반입지 전략(co-location)은 전체 부하 연결의 일부만을 차지할 뿐이며, 장기적·계통 전반의 해결책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부하 유연성 또한 대규모 부하의 계통연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SIP 2024, Jabeck 2023). 새로운 계통연계를 위한 가장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인프라 업그레이드는, 주로 전력망이 가장 취약할 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는 데에서 비롯된다(Gorman et al. 2024). 새로운 부하가 확정(firm) 서비스로 간주되어, 계통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도 100% 전력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변압기·송전선 교체·개폐기·변전소 설비 등 상당한 확충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새로운 부하가 전력망에 가장 큰 부하가 걸리는 시기에 전력 소모량을 일시적으로 감축(“curtail”)할 수 있다면(즉,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면), 업그레이드를 늦추거나 일부는 아예 피할 수도 있다(ERCOT 2023b). 최근 버지니아주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증가를 다룬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부하의 유연성이 시스템 내 설비 증설 니즈를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급격한 자원 및 송전 확장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K. Patel et al. 2024). 어떤 경우에는 송전선이나 발전기가 예기치 못하게 고장(“contingency event”)이 날 때만 부하를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 확정(firm) 계통연계 서비스를 사용 중인 부하라면, 필요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때까지만 일시적으로 감축되며, 그 이후에는 정상 운용이 가능하다. FERC의 2024년 동반입지 기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이러한 “부분적 확정(partially firm)” 유연 서비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이 같은 방식은 인터럽터블 서비스(interruptible electric service)라고 알려져 있었다. 최근 몇몇 전력회사는 “유연 부하 계통연계 옵션(flexible load interconnection options)”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ERCOT은 2022년 3월, 2년 이내에 계통연계를 원하는 대규모 부하를 대상으로 중간(interim) 계통연계 절차를 도입하고, “제어 가능한 부하 자원(CLRs, controllable load resources)”으로 등록하려는 부하는 유연성 있게 분석하여 더 많은 용량을 연결해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ERCOT 2023b). 이후 ERCOT은 “계통 신뢰도 향상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더 많은 부하가 CLRs로서 경제급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Springer 2024).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주의 PG&E는 특정 부하가 계통 혼잡 시간대에 일부 유연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전력망에 더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Flex Connect’ 프로그램을 최근 도입했다(Allsup 2024).
이러한 옵션은 대규모 발전 설비에 제공되는 계통연계 서비스와 유사하다. 발전 설비가 빠른 계통 연결과 더 낮은 비용을 위해, 높은 보상(capacity compensation) 대신 더 많은 감축 리스크를 감수하는 “에너지 리소스 계통연계 서비스(ERIS, Energy Resource Interconnection Service)”를 FERC가 2003년 Order 2003을 통해 도입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Norris 2023). 2024년 기술 워크숍을 통해 FERC는 이를 재검토하고 개선안을 모색하기도 했다(Norris 2024).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ERIS를 수정해, 신규 발전기와 대규모 부하가 공존(colocation)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Intersect Power 2024).
전력 시스템 활용도 증진이 요금 부담을 줄인다
미국 전력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률(load factor)을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다.) 이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 수요를 피크 수요로 나눈 값으로, 전력 시스템 용량의 활용 정도를 나타낸다(Cerna et al. 2023). 부하율이 높은 시스템은 연중 더 많은 시간 동안 피크에 근접한 상태로 운영되지만, 부하율이 낮은 시스템은 평균적인 수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시간대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Cerna et al. 2022). 이는 연중 상당 시간 동안 발전 설비와 송전 인프라의 큰 비중이 활용되지 못해 유휴 상태임을 의미한다(Cochran et al. 2015).
전력 시스템은 극단적 날씨 등으로 연평균 1회 미만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가장 높은 피크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이는 전력시스템 자체가 효율보다는 공급의 안전성, 안정성(신뢰도)를 추구해왔다는 특징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중 대부분의 시간에는 실제 수요가 이 피크보다 훨씬 낮아, 설치 용량의 상당 부분이 여유 상태로 남는다. 계절적 변동 역시 시스템 활용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특정 계통 운영기관(Balancing Authority)은 여름철 부하율이 높지만 겨울에는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하며,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부하 지속 곡선(load duration curve, LDC)은 일정 기간 동안 최고 부하에서 최저 부하까지의 순위를 시각화하여, 피크 수요가 평균 부하 대비 얼마나 자주·얼마나 높게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LDC가 가파르면 수요 변동이 큰 것이며, 완만하면 수요가 비교적 일정함을 의미한다. 그림 2는 2016~2024년 미국 RTO/ISO 각각의 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피크 수요 대비 백분율로 정규화된 LDC를 제시해 서로 다른 시장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규모 인프라가 드물게 발생하는 수요 급증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을 감안하면, 전력 시스템 활용도가 100%를 밑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평균 수요와 피크 수요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큰 시스템은, 연중 상당 시간 동안 발전 설비·송전 인프라·배전망이 활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Riu et al. 2024). 이러한 설비들은 구축과 유지 비용이 많이 들며, 그 비용은 궁극적으로 요금 납부자(ratepayers)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일단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해 고정비를 더 많은 kWh에 분산시키려는 경제적 유인이 크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설비 투자 없이도 새로운 부하를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논점이 된다. 즉, 새로운 부하가 시스템 전체 피크 수요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면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 추가되는 부하가 피크 시간대와 겹치지 않도록 충분히 유연하다면, 기존 전력망의 여유 용량(“headroom”) 내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부하가 필요 시 시간을 조정하거나 감축함으로써, 피크 시간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 시스템 전반의 활용도가 높아져 단위당 전력 비용이 내려가고, 고가의 피크 발전소나 송전·배전망 확장 필요성이 줄어든다.
반면, 경직적인(“inflexible”) 새로운 부하가 시스템 전체의 최대 피크 수요를 끌어올리면 발전 설비와 송전 설비를 대폭 확충해야 할 수 있다. (결국,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피크 수요가 낮은 지역으로 설치될 필요가 있다. 전력시스템 인프라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총량보다 피크의 크기인 경우가 많다.)작은 피크 수요 증가라도 피크 발전소, 연료 공급 인프라, 신뢰도 개선 등에 자본 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문제로 인해, 규제 당국이나 요금 납부자 보호 단체가 대규모 부하에 소요되는 비용을 해당 부하에 직접 부과하거나, 데이터 센터가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장기간 계약, 최소 청구금액, 선투자 부담 등을 적용하려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Howland 2024a; Riu et al. 2024).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조지아주: 조지아 공공서비스위원회(GPSC)는 “어마어마한(‘staggering’)” 대규모 부하 증가와 이로 인한 요금 납부자 보호 필요성을 들어, 피크가 100MW를 초과할 경우 소비자 계약 조항에 변경을 적용하도록 했다. GPSC 검토를 거쳐, 전력회사가 더 긴 계약 기간과 최소 청구 방식을 통해 설비 비용을 회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GPSC 2025). 이는 기존에 조지아 파워(Georgia Power)가 2030/2031년까지 예상되는 부하 증가(이전 예측치의 17배)를 이유로 1.4GW 규모의 천연가스 설비 승인 요청을 받은 것에 따른 조치이며, 2024년 말 이 예측치는 추가로 상향 조정됐다(GPC 2023, 2024).
오하이오주: AEP(American Electric Power)가 데이터 센터 서비스 신청에 대한 모라토리엄(임시 중단)을 발표한 뒤, 공공서비스위원회 직원 및 소비자 보호 단체와의 합의에서 25MW 초과 데이터 센터에 대해 더 긴 계약 기간, 부하 증가 단계적 적용(load ramping schedules), 최소 수요 요금, 담보금 설정 등을 요구하도록 했다(Ohio Power Company 2024).
인디애나주: 인디애나·미시간 파워(Indiana Michigan Power)는 4.4GW에 이르는 데이터 센터 계통연계 신청을 받았는데, 이는 이 회사 향후 6년간 피크 수요 예상치의 157%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은 전력회사가 대규모 부하를 위해 별도의 에너지·용량·보조서비스 자원을 확보하고, 해당 비용은 일반 요금 체계와 분리(“firewalling”)해 대규모 부하만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Inskeep 2024).
일리노이주: 커먼웰스 에디슨(ComEd)은 대규모 부하가 계통연계 비용의 8.2%만 지불하고, 나머지 91.8%가 일반 고객에게 사회화되고 있다고 보고했다(ComEd 2024).
위 사례들은 유연 부하가 피크 증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 인프라 활용률을 극대화해 신규 고비용 설비 확충 시점을 늦추거나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수요반응(Demand Response)과 데이터 센터
수요반응(Demand Response, DR)이란, 경제적 시그널이나 신뢰도 이벤트, 기타 조건 등에 따라 최종소비자가 전력 사용 패턴을 조정하여 계통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피크 부하 절감(“peak shaving”)이 주요 목적이었으나, 이후 계통 보조서비스, 송배전(T&D) 설비 확충 지연,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등 다양한 기능으로 발전했다(Hurley et al. 2013; Ruggles et al. 2021). 수요반응은 수요측 관리(demand-side management) 또는 부하 유연성(demand flexibility)의 한 형태로도 불린다(Nethercutt 2023).
수요반응은 가장 큰 규모이자 확립된 가상 발전소(VPP) 형태로 볼 수 있다(Downing et al. 2023). 2023년 현재, 도매시장(RTO/ISO)에서 33GW, 소매시장 프로그램에서 31GW가 등록된 상태다(FERC 2024a). RTO/ISO 프로그램에서 수요반응 등록 용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MISO가 10.1%로 가장 높고 SPP는 1.4%로 가장 낮다. 소매시장 기준으로, 등록된 수요반응 자원의 70%가량은 산업·상업 고객이다(EIA 2024).
수요반응 프로그램 참여량은 2010년대 중반쯤부터 정체를 보였는데, 이는 전력 예비율 과다, 도매시장 참여 규정 강화, 낮은 용량가격 등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Hledik et al. 2019). 그러나 최근 부하 증가와 용량가격 상승, 분산형 에너지자원(DER) 및 그리드 ICT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수요반응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체 수요반응 잠재력에 대한 연구 결과는 각 시나리오마다 상이하지만(Becker et al. 2024), 2019년 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최대 200GW(당시 예측된 시스템 피크의 20%)에 달하며, 이를 통해 연간 150억 달러의 편익(주로 발전 및 송배전 설비 투자 회피)을 창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Hledik et al. 2019). 이 예측은 최근에 대폭 상향 조정된 부하 성장률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다.
데이터 센터와 수요반응 간 참여 격차
거의 20년 동안 컴퓨팅 부하, 특히 데이터 센터는 수요반응 참여 측면에서 유망한 분야로 거론되어 왔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6년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2단계에 걸쳐 진행한 초기 연구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운영 특성과 에너지 사용량 측면에서 상당한 수요반응 잠재력을 지닌다”(2010년 연구, Ghatikar et al. 2010)라거나, “일부 데이터 센터는 운영이나 서비스수준협약(SLA)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도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2012년 연구, Ghatikar et al. 2012)고 결론지었다. 2012년 연구는 데이터 센터가 일반적으로 10% 정도 부하를 6~15분 내에 감축할 수 있음을 실증한 초기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 같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센터는 전통적으로 운영 우선순위와 경제적 이유로 인해 수요반응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았다(Basmadjian 2019; Clausen et al. 2019; Wierman et al. 2014). 데이터 센터는 안정적이고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되며, SLA(가용성, 지연시간, 서비스 품질 등) 준수를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재정적 손실이나 명성 훼손이 발생할 수 있어, 데이터 센터 운영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운영 변화에 보수적이다(Basmadjian et al. 2018).
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운영 요건을 가진 다수의 임차인(tenant)이 입주하는 공동입지(colocation) 데이터 센터가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Shehabi et al. 2024). 여러 임차인 간 비용·보상 분배를 둘러싼 복잡성이 수요반응 참여를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또한 데이터 센터는 기술적으로는 부하 유연성이 가능해도, 이를 활용하려면 상당한 사전 기획과 전문성이 필요하다(Silva et al. 2024). 작은 규모의 시설이나 중견 시설의 경우, 이러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거나 필요성을 못 느껴왔을 수 있다.
경제적 측면도 참여 기피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 고도화, 인력 교육, 유틸리티 플랫폼과의 통합 등 수요반응 프로그램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 무시할 수 없고, 작동을 줄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도 존재한다. 게다가 대다수 수요반응 프로그램의 재정적 인센티브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았으므로, 데이터 센터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출과 위험을 상쇄하기엔 매력적이지 않았다.
기존 수요반응 프로그램 설계가 데이터 센터 참여를 저해한 측면도 있다. 많은 프로그램이 기존 산업체를 염두에 두고 마련되어, 데이터 센터 운영 특성에 맞지 않는 구조적·운영상 제약이 존재한다. 예컨대, 가격 중심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변동성이 있어야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며, 직접 제어 프로그램(“direct control”)은 가동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센터 입장에서 위험이 크다. 입찰과 시장 메커니즘을 둘러싼 복잡성도 걸림돌이다. 데이터 센터 규모와 유연성에 특화된 인센티브나 참여 구조가 부재하다 보니, 많은 데이터 센터가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
AI가 가져올 새로운 데이터 센터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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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센터가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업 사례가 많지 않았던 탓에, 데이터 센터 부하는 경직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컴퓨팅 부하 프로파일, 운영 능력, 시장 상황 등에서 변화가 일어나면서, 데이터 센터가 이제는 유연 부하로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 필요성이 모두 부각되고 있다.
2024년 7월, 미국 에너지부 장관 자문위원회(SEAB)는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 센터 부하 유연성을 분석·진전시키는 작업에 에너지부가 우선순위를 두도록 권장했으며, 이를 위해 “유연성 분류 및 프레임워크 구축과, 유연 운영을 유도할 재정적 인센티브 및 정책 변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SEAB 2024). 이에 따라 전력연구원(EPRI)은 2024년 10월에 여러 IT 기업, 전력회사, 독립 계통운영자들과 협력해 “데이터 센터 유연 부하 이니셔티브(DCFlex)”를 출범했다(Walton 2024a).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센터 운영 유연성과 설비 자산 활용 잠재력을 실증 연구를 통해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가설은 AI 특화 데이터 센터가 기존의 일반 데이터 센터와 달리, 보다 유연한 부하 프로파일을 갖출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 데이터 센터 워크로드(클라우드 서비스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는 실시간 처리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지만, 대규모 머신러닝 알고리즘(대형 언어모델 등)에 필요한 신경망 훈련(“학습”)은 시점 조정이 가능하다(“deferrable”). 이처럼 “시간적 유연성(temporal flexibility)”이 존재한다는 점이 핵심이며, 이는 AI뿐 아니라 기타 지연 가능 업무(batch processing)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AWS 2025).
이 시간적 유연성은 “공간적 유연성(spatial flexibility)”, 즉 여러 지역에 분산된 데이터 센터에서 워크로드를 동적으로 할당해 최적화하는 능력과도 결합될 수 있다. EPRI는 2024년 5월 보고서에서 “전력 공급 상황, 탄소집약도 등의 변동에 따라 연산 위치와 시점을 최적화해 전력 소비를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프피크 저렴한 전기를 활용함으로써 약 15%에 달하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고수요 시간대 전력망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EPRI 2024). 실제로 구글은 이미 시간적 워크로드 이동(temporal workload shifting)을 도입한 뒤, 공간적 유연성까지 구현을 추진 중이다(Radovanović 2020).
이 밖에도 데이터 센터 부하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적 전압·주파수 스케일링(DVFS)은 전압이나 주파수를 낮춰 전력 사용을 줄이는 대신 처리 속도가 감소하는 방식을 취한다(Moons et al. 2017; Basmadjian 2019; Basmadjian and de Meer 2018). 서버 최적화(server consolidation)도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여러 워크로드를 한정된 수의 서버에 몰아서 실행하고, 나머지 서버는 대기 상태로 두거나 꺼버리는 방식이다(Basmajian 2019; Chaurasia et al. 2021). 이러한 부하 감축 기술은 하드웨어 “가상화”로 인한 가상 워크로드 관리 발전 덕분에 가능해졌다(Pantazoglou et al. 2016).
또한, 데이터 센터 에너지 사용의 30~40%를 차지하는 냉각 시스템을 “온도 유연성(temperature flexibility)” 관점에서 운영할 수도 있다(EPRI 2024).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량이 풍부한 낮 시간에 미리 냉각을 많이 해두고, 저녁 피크 시간대에는 냉각을 줄여 전력 부하를 줄이는 식이다. 물론 이를 상시적으로 적용하면 성능과 하드웨어 수명, SLA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러한 방식은 연중 전력망에 가장 부담이 큰 특정 시간대에만 적용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데이터 센터는 단순 피크 절감 외에도 순간적 대응이 필요한 주파수 조정 등 보조서비스에 참여할 잠재력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컴퓨팅 작업을 실시간으로 조정해 “가상의 스핀 예비력(virtual spinning reserves)”처럼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전력망 주파수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McClurg et al. 2016; Al Kez et al. 2021; Wang et al. 2019; Zhang et al. 2022).
이러한 부하 유연성은 과거보다 더 큰 필요성과 기회를 갖게 됐다.
1) 공급 측 제약 증가로, 대규모·경직적 부하를 계통에 연결하기가 더 비용이 많이 들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AI 개발기업들은 시장 진입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2) 수요지(behind-the-meter) 발전 및 저장장치 비용이 하락하고 상용화가 확대되면서, 데이터 센터가 더 깨끗한 자가 전력 자원을 도입하기가 수월해졌다(Baumann et al. 2020).
3)데이터 센터 운영의 ‘하이퍼스케일화’가 가속되면서(2023년 기준 전체 시장의 약 80%), 대규모·전문 운영사가 늘어나고 있다(Shehabi et al. 2024; Basmadjian et al. 2018). 이들은 계통연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유연성 제공을 대가로 더 빠른 계통 연결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AI 특화 데이터 센터에서의 향후 부하 프로파일은, “모델 학습”을 주로 수행하는 센터와 “추론”을 주로 수행하는 센터 간 균형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만약 학습해야 할 AI 모델 수가 많지 않아지면, 전체 컴퓨팅 자원의 상당 부분이 지연이 불가능하고(“delay-intolerant”) 변동이 심한 추론용 작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Riu et al. 2024). EPRI에 따르면, AI 모델 연간 에너지 소비 비중은 학습이 30%, 추론이 60% 정도를 차지한다(EPRI 2024).
현재까지 데이터 센터 유연성 확보는 주로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규제의 직접적 지침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일부 하이퍼스케일 사업자나 데이터 센터 개발사는, 전력망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유연성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Verrus라는 업체는 유연한 데이터 센터 운영이 시장 성장에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SIP 2024). 표 3은 데이터 센터 유연성 활성화 또는 실증 사례의 추가 예시를 정리한 것이다.
감축(curtailed) 기반 여유용량(Curtailment-Enabled Headroom) 분석
이 장에서는, 새로운 부하가 필요 시 감축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 전력 시스템에 얼마만큼의 신규 부하를 추가해도 시스템 계획 담당자들이 대비해온 수준을 넘지 않을 수 있는지 추정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본 연구에서는 “감축 기반 여유용량(curtailment-enabled headroom)”이라 부르며, 실질적으로 전력망이 추가 부하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의 대리 지표 역할을 한다.
분석은 다음 단계로 구성된다.
1) 부하율(Load Factor) 조사: 22개 밸런싱 기관(BA) 각각에 대해, 연간 통합 및 계절별 부하율(즉, 시스템의 평균 활용도)을 확인한다.
2)다양한 감축 허용률 시나리오에서의 여유용량 산출: 신규 부하 감축 한도가 0.25%, 0.5%, 1.0%, 5.0%인 경우 각각, BA별로 얼마나 많은 신규 부하를 추가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여기서 “감축”은 신규 부하가 일시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부하가 기존 최고 수요(피크)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예: 현장형 발전 이용, 시간적 또는 지리적 부하 이동, 운영 축소 등).
3)필요 감축 정도, 감축이 이뤄지는 시간(시간 수) 및 계절별 집중도 분석: BA별로 부하 감축의 크기, 감축이 필요한 시간대(건수), 평균 감축 지속시간, 감축이 주로 발생하는 계절 등을 정량화한다.
4) 부하율과 신규 부하 수용량의 상관관계 검토: 계절별 부하율, 감축 패턴, 추가 가능 부하 용량 간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데이터와 방법론
데이터
분석 대상은 미국 내 22개 주요 밸런싱 기관(BA)의 시간별 부하 데이터로, 여기에는 RTO/ISO 7곳,13 RTO 외 지역 중 동남부 8곳,14 그리고 서부 7곳15이 포함된다. 이 22개 기관은 미국 본토 전체 약 777GW의 여름 피크 수요 중 약 744GW(95%)를 차지한다.
데이터 소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의 시간별 전력 모니터(EIA-930). 2016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시간별 수요를 포함한다.
2015년 이전 데이터는 보고 기준의 누락 문제로 제외했다.
결측값이나 이상치가 있는 경우, Appendix B에 기술된 기준에 따라 보정·보완했다.
감축 한도별 신규 부하 추가량 산출
신규 부하 감축률(0.25%, 0.5%, 1.0%, 5.0%)에 따라, 각 BA에서 감축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통합 가능한 부하를 최대 몇 GW까지 추가할 수 있는지를 산출했다. 이때 감축률은 기존 수요와 신규 부하를 합친 총수요가 역사적 피크 임계치(예: 계통이 실제 경험한 최고 수요)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규 부하가 감축되어야 하는 시간 비율”을 의미한다.
선정한 감축 한도 4가지는, 기존 인터럽터블 수요반응 프로그램(Interruptible Demand Response)에서 사용되는 최대 감축 허용 시간(예: 연간 2% 이내) 등을 고려해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목표값(goal-seek) 알고리즘을 사용해 특정 감축률(예: 연간 0.5%)을 유지하면서 BA가 수용할 수 있는 신규 부하의 최대값을 구했다.
신규 부하는 “상시 일정 부하(constant load)”라고 가정했다. 즉, 매시간 동일한 양으로 기존 부하 곡선을 위로 평행이동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부하를 소폭씩(예: BA 피크 수요의 0.25% 단위) 늘려가며 감축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계산해, 감축률과 부하 증가량 간 관계를 시각화했다.
부하 감축(Load Curtailment)의 정의와 계산
부하 감축량이란, “(기존 부하 + 신규 부하)가 계절별 피크 임계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감축해야 하는 MWh”로 정의된다(그림 4 참조).
매시간, (증가된 총수요 - 계절별 피크 임계치)의 양이 0보다 크면 그 차이를 감축량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시간별로 계산된 감축량을 연간 합산해 전체 감축량(년간)을 구했다.
감축률은 “연간 총 감축된 MWh ÷ (신규 부하가 매시간 100% 가동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연간 최대 소비량)”으로 정의한다.
피크 임계치(Threshold)와 계절 구분
대다수 계통 운영기관은 여름과 겨울에 다른 피크 수요에 대비해 자원계획을 세운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BA별로 최대 여름 피크와 최대 겨울 피크를 각각 찾아, 해당 기간의 시스템 임계치로 사용했다.
각 BA의 2016~2024년 사이 시간별 부하 데이터 중, 여름(6~8월)과 겨울(12~2월)에 관측된 최대값을 해당 BA의 계절별 피크 임계치로 설정했다.
예외적으로, 몇몇 BA에서 여름·겨울로 설정한 달 이외에 피크가 관측된 경우(예: AZPS, FPL, CAISO)에는 해당 월을 반영해 최대 피크를 재조정했다.
봄·가을에는 여름 피크 혹은 겨울 피크 중 적절한 값을 적용했다.
연도별 감축 분석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독립적으로 감축량을 분석했다.
각 연도마다, 가정한 부하 증가량(증분)에 따라 시간별 감축량을 계산해, 해당 연도의 감축률을 구했다.
이후 9년(2016~2024년)의 감축률을 평균해 “연평균 감축률”을 도출함으로써, 특정 연도(기상이변·경제상황 등) 편차를 상쇄했다.
이 과정을 통해, 감축 한도(0.25%, 0.5%, 1.0%, 5.0%)별로 신규 부하를 어느 정도 추가할 때 감축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감축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산출했다.
감축을 시행해야 하는 시간에 대해, “신규 부하 중 몇 %를 여전히 유지(가동)할 수 있는지”도 추정했다. 예: 감축 시간이 발생해도 신규 부하의 9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연간 몇 시간인지 등.
부하율(Load Factor)
22개 밸런싱 기관의 연평균 부하율은 대략 43%~61% 범위이며(그림 5, 6 참조), 평균·중앙값 모두 약 53% 수준이다. 가장 낮은 부하율을 보이는 곳은 아리조나주의 AZPS, SRP 등 사막 지대를 포함한 일부 지역이다.
계절별로 보면, 여름 부하율(평균 63%, 중앙값 64%)이 겨울 부하율(평균 59%, 중앙값 57%)보다 전반적으로 조금 높았다.
전체 22개 BA 중 14곳은 여름 부하율이 겨울보다 높았고, 8곳은 반대였다.
여유용량(Headroom) 규모
22개 BA를 통합한 결과, 감축 한도 시나리오에 따라 약 76GW~215GW의 신규 부하를 추가해도(감축 전제), 과거 계통의 최고 부하(피크)를 넘어서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간 감축률 0.25%: 76GW
연간 감축률 0.5%: 98GW
연간 감축률 1.0%: 126GW
연간 감축률 5.0%: 215GW
이를테면, 0.25% 감축률은 신규 부하의 연간 최대 소비량(657,000GWh 중 1,643GWh)에 해당하는 양만 감축하면 된다는 의미다. BA별로 보면 그 규모가 다르며(그림 8), 시스템 피크 대비 비중(그림 9)도 지역마다 상이하다.
예: 감축률 0.5%에서, PJM은 18GW, MISO는 15GW, ERCOT와 SPP는 각 10GW, Southern Company(SOCO)는 8GW까지 추가 가능.
감축 발생 시간(건수)
감축이 필요한 시간 중 대다수는 신규 부하를 “절반 이상” 유지할 수 있다. 즉, 감축률이 50% 미만인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평균적으로, 연간 감축 시간이
0.25% 감축률 시: 약 85시간(연중 약 1%)
0.5% 감축률 시: 약 177시간
1.0% 감축률 시: 약 366시간
5.0% 감축률 시: 약 1,848시간(연중 약 21%)
이 중 평균 88% 시간에서는 신규 부하의 절반(5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75%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전체 감축 시간의 60%였고, 9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29%에 달했다
감축 지속시간(Duration)
감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한 번의 이벤트가 평균 얼마나 지속되는지(감축이 몇 시간 연속되는지)도 계산했다(감축 정도는 무관하게, 감축이 조금이라도 발생한 모든 시간을 포함).
전체 22개 BA의 평균값은,
0.25% 감축 한도 시: 1.7시간
0.5% 감축 한도 시: 2.1시간
1.0% 감축 한도 시: 2.5시간
5.0% 감축 한도 시: 4.5시간
BA별로는 차이가 있으며, 일부 지역은 평균 감축 시간이 더 길거나 짧을 수 있다.
계절별 감축 집중도
감축이 주로 어느 계절에 집중되는지도 BA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그림 12a).
예: 캘리포니아 전력시장(CAISO)은 감축의 약 92%가 겨울에 발생했지만, AZPS는 92%가 여름에 발생하는 등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겨울 부하율이 낮은” 계통은 겨울에는 여유가 커서 주로 여름에 감축이 집중되고(예: Sun Belt 지역), 반대로 여름 부하율이 낮다면 여름에는 여유가 커 겨울 감축이 많아진다(그림 12b).
논의
본 연구 결과, 미국 전력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낮은 부하율 설계(피크 대비 예비력)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감축률만으로도 상당한 신규 부하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BA별 계절별·연간 부하 패턴 차이에 따라 그 정도는 크게 달라진다. 계절별 부하율이 특히 중요한데, 특정 계절(겨울 또는 여름)에 부하율이 낮으면 해당 기간에 부하 통합 여유가 커, 감축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더 많은 부하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각 BA의 계절별 부하율과 감축 한도(0.5%, 1.0%, 5.0%) 하에서 추가로 수용 가능한 부하량 간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BA별 최고 피크 대비, 추가 가능한 부하량(%)을 가로축으로 삼고, 해당 BA에서 감축이 집중되는 계절의 부하율을 세로축으로 놓았다.
계절 부하율이 높으면, 같은 감축 한도라도 추가 부하량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가령, CAISO는 계절 부하율이 76%로 높은 편이라 PACW나 AZPS 등에 비해 추가 가능한 부하량이 작았다.
감축 한도를 높일수록(예: 5.0%) 이 상관관계가 더 뚜렷해지며(R²=0.86), 이는 계절 부하율이 감축 기반 여유용량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임을 보여준다.
제한사항(Limitations)
본 연구는 발전용량 측면에서 “신규 부하 감축분을 통해 전력계획 대비 최고 수요를 넘어서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는가?”를 1차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대규모 수요반응 시장 잠재력을 거칠게 추정한 수준이다.
송전 용량, 램핑 가능성, 보조서비스 확보 등 구체적 기술 요건은 고려하지 않았기에, 여기서 산출된 값이 곧바로 “아무런 망 확충 없이 추가 가능한 부하의 실제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부하가 “상시 일정”이라 가정했으나, 실제로는 부하 특성이 시시각각 다를 수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아 다소 과소·과대 추정이 발생할 수 있다.
계통 운영기관은 이미 최대 피크 수요를 넘는 부하에도 대비해 설비 예비율을 갖추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과거에 관측된 실제 피크”만 임계치로 설정해 결과적으로 여유용량을 다소 과소 추정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최대 피크 지점에서 이상치(Outlier)를 제거한 점은, 실제 계통이 감당 가능한 수요를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제시하는 결과는 상당한 규모의 부하를 감축 기반으로 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함을 시사하며, 후속 정밀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향후 연구 과제
유연 부하 통합 가능성을 더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전력망(Transmission Network) 제약
본 연구는 전력흐름(power flow)이나 지역별 전송 제약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정 지역에 대규모 신규 부하가 들어서면, 총수요가 피크를 넘지 않더라도 국지적으로 송전망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 설비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
시간적 제약(Intertemporal Constraints)
발전소와 부하 모두, 램핑 한계·기동시간·최소 가동·정지시간 등 시간적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부하가 매우 빠르게 감축되면 발전소도 즉각 출력을 줄여야 하며, 이에 대한 대응력을 시스템이 갖추지 못하면 전압·주파수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LOLE(Loss of Load Expectation) 고려
피크 수요는 자원적정성(“resource adequacy”)의 대표 지표이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 쉬운 시간이 피크와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정밀한 평가에서는, “가장 실제적인 공급 부족 위험이 높은 시간대”를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개선점을 보완하면, 대규모 유연 부하가 실제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을지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