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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글: 파과를 보고 이상형이 생겼다면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by 김타닥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원작의 각색)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구병모 작가님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는

파과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마침내 보게 된 영화는 꽤 많은 각색을 거쳤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결말로 갈수록 작가님만의 느낌을 진하게 간직함을 보여주었고, 영화를 보며 몇 번을 울고 웃었는지 모른다.


사실 가장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수의사 강 선생이었다. 원작에서는 의사였던 그는

영화에서는 수의사가 된다.


안경이 잘 어울리며 해사하고 모서리가 동그란 웃음을 짓는 외양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그 올곧음이랄까.


조각을 살린 것을 후회하지 않는 그 올곧음.

분명 정의롭고 올곧은 마음은 영화에서처럼 종종 또는 자주, 자기 자신을 살라먹고 또 주변사람마저 힘들게

하기도 한다. 올곧고 의롭기란 시키지 않는 고난을 자처하는 일 같기도 하다. 착한 사람, 선한 사람이 되는 일은 역사적으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애써 착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무쇠같이 강한 마음이건 이리저리 흔들리며 꺾이는

마음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을 택하는 사람들.


조연이었던 그가 실체와 육성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자 소설에서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다가왔다. 소설에 의사가 등장이나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나였는데도.


영화를 보랬더니 가서 이상형이나 찾아왔다며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나 말고 그에게 반한 사람이 많으리라(제발).

내가 그다지 특이 취향인 게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ps: 동 시기에 개봉한 모 액션영화가 한편 더 있는데,

오락영화도 좋아하는 나로선 꼭 보리라 다짐했지만

평점이 너무도 처참하여 고민이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망작을 부러 감상하는 일도 잦은데- 캣츠를 극장에서 본 전적이 있다- 이번에는 어쩌면 좋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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