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01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단편소설

by 김태선




전시회장 입구가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검은 슈트와 흰 셔츠 일색이다. 단체를 방불케 하는, 예상을 압도한 수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고여 있던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들이 밝은 빛을 내는 엘이디 광고판들을 지나 여러 갈래의 통로로 흩어져 회사 부스 앞으로 오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숨을 고르며 테이블 위 제품을 한 번 더 정밀하게 정렬하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민서는 전시회가 성공적이기를 바랐다. 지원을 받아 겨우 참가하게 된 전시회가 생존의 밧줄이 되기를,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기대로 바뀌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다시 구직자의 처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존망에 그토록 마음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치고 싶지 않은 자존심과 자신의 제한된 능력에서 오는 절박함은 회사의 안위를 바라는 열망에 가 닿았다.


한 노인이 옆 사람들 틈을 비집으며 테이블 앞으로 다가섰다. 그는 크로스로 메고 있는 가방을 열더니 명함을 꺼냈다. ‘하루토’라고 자기 이름을 한 글자씩 분명히 말했다. 차림새와 나이대로 미루어 직장인으로도 아이티 업계의 CEO로도 보이지 않았다. 관람객은 주요 영업 대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 홈쇼핑 방송에서 호응 좋은 방청객처럼.


하루토 상은 테이블 위에 있는 제품과 센서 모듈을 보며 물었다.

“저속 알에프 통신으로 보내는 신호가 멀리까지도 가나요? 그러니까 라디오 주파수처럼.”

“네. 맞습니다. 광활한 공간까지 리피터가 가능해요.”

그는 부스 안 패널에 쓰인 내용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걸릴 거 없이 산도 넘고 물도 건널 수 있겠군요.”

높은 산 위를 지나고 출렁이는 파도를 건너는 새의 날개가 눈앞에 그려졌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민서가 대답했다.

“네. 저희 특허 기술이에요.”


그가 호기심만으로 질문하는 것인지, 판매와 관련된 어떠한 제안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으로 깊이 들어간다면 민서가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막 설명을 마친 사장을 보며 그에게 권했다.

“하루토 상, 안에서 저희 대표님과 더 이야기해 보시겠어요?”

“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민서가 목에 걸고 있는 이름표를 보고 허리 숙여 인사한 후, 곧바로 부스 옆 거치대에 있는 브로슈어를 하나 집어 들며 웃어 보였다. 그가 서 있던 자리는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명함을 잠깐 솟아오르던 기대와 함께 명함 케이스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