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에서의 마동석 ‘입체적 캐릭터’로 탄생
영화 <범죄도시>에서의 마석도(마동석)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세상에서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먹이 먼저 나가게 되죠.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사내랍니다.
심성은 착한데, 착하게 살아갈 수 없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혼자만의 힘으로 정의구현이 어렵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요. 결국 복합적인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의의 주먹을 날리면서도 룸싸롱 사장 조폭에게 뒷돈과 향응을 제공 받습니다. 조선족 조폭들을 소탕하기보다는 적절한 타협을 통해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죠.
하지만 진정한 악인 흑룡파 두목 ‘장첸’이 오면서 마석도가 간신히 유지시켜오던 균형은 무너지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도 마석도는 다양한 관계유지에 신경 씁니다. 강력반 반장의 진급과 자존심을 위해, 손 떼도 되는 장첸의 검거에 무리하게 나서죠. 똑같이 나쁜 놈인 룸싸롱 사장에게는 경찰마크가 찍힌 방검복을 제공합니다. 올바른 정의구현과는 거리 멀어보입니다.
마석도에게는 물론 선량한 의지가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단골 만두집 중학생이 장첸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분노하는 모습이나, 정말 나쁜 놈들이니 잡아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착함’은 아닙니다. 정의를 유지시키기 위해 약간(?)의 불법은 감수하죠. 이런 그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대사는 흑룡파 부두목을 심문할 때 나옵니다. 폭행수사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래도 되냐는 질문에,
“어 이래도 돼. 너같은 살인자 새끼들한테는 이래도 돼” 라고 합니다.
이 대사에서 저는 사실상 영화를 통해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에 굳이 장첸과의 마지막 1:1 결투씬이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실제상황이면 경찰특공대 불러서 화장실 포위해서 무기로 제압했겠죠. 하다못해 마석도 본인부터가 공권력을 등에 입은 형사입니다. 무기를 사용해도 되는 입장인데도 굳이 주먹으로 ‘뚜까패면서’ 참교육을 시전하십니다. ‘널 패버리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죠.
다만 영화는 과연 이런게 옳은가? 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흘러갑니다. 앞서 설명했듯, 장첸이 ‘리얼 정말 대단히 엄청 개같이 나쁜 놈’이기에 가능한 얘기입니다.
마석도와 장첸은 서로에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존재가 됩니다.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나타나면? 마석도가 후려치고 검거한다. 룸싸롱에서 뒷돈 받고 조선족 조폭들과 협상도 하는 마석도가 정의의 경찰이 되려면? 잔혹한 연변조폭두목이 사고 치면서 다니면 된다... 이런 공식이 성립되는 거죠.
다만 이 영화가 확실히 잘했던 건,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마석도와 마동석, 이름도 비슷하게 지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생각됩니다.
어려운 일이 있다? 시밤쾅 마동석 형님이 뚜까패고 잡아간다! 얼마나 통쾌합니까!! 사람 머리통만한 팔뚝에서 오는 경외감과 공포심. 그리고 그 엄청난 힘이 올바른 곳에 사용됐을 때의 쾌감. 약간의 불법은 감수해도 될 만큼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마동석 형님이니까! 다 괜찮아! 이렇게 되는 거죠.
결국 순박하고 거칠지만, 너무 착하지만도 않게, 그럼에도 올바른 곳에 힘을 쓰려 노력하는 마석도. 이 새로운 한국형 캐릭터는 영화를 ‘하드캐리’합니다. <범죄도시>를 통해 정립된 이 캐릭터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좀비 떼가 달려드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을 지키는 마동석, 가족을 위해 팔씨름을 하는 마동석으로 말이죠.
언젠가 마블 시네마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정교한 히어로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동석과 이순신, 안중근이 나와서 함께 외계인과 싸우는 영화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