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프로젝트 1탄
사람 냄새를 맡으면 유독 몸에 이상한 반응이 일어났었다. 온몸이 간지럽기 시작하면, 금세 몸에 빨간 반점이 나고, 체온이 급격히 올랐다가 내렸다. 아토피로 고생하던 어린 시절에는 시장을 지나갈 수가 없었다. 낯선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니 감당이 안되었다. 시장에 발만 들여놓으면, 헛구역질을 하면서 눈물 콧물이 그냥 쏟아졌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두통과 함께 귀에 이명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나의 예민한 후각에 대해 쓴소리로 혼을 냈다. 가족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내 문제점을 숨기려고 하다 보니,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 언제나 쿨한 모습만 보이려다 보니 나 스스로가 분열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타인에게로부터 나를 더욱 숨기려는데 커다란 에너지를 써야만 했다.
성인이 되고부터 몸에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한 항기로 낯선 냄새를 몰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냄새를 맡으면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음을 조금만 안정시키면 두드러기는 금방 가라앉았다. 증세가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일 속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아토피가 있어서 그렇다고 양해해달라는 말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에게 얘기하규 나니 다들 이해해주고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는 부분에서 서서히 증세가 호전되어갔다.
지금은 오히려 후각이 너무나 무디어졌다.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향수를 전혀 쓰지 않았다. 늘 아기의 냄새를 맡으며 건강을 체크한 후부터, 예전의 병적 반응이 싹 사라졌다. 아이도 나를 닮아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하지만 나와 다르게 낯선 냄새를 맡으면, ”으악~~ 냄새~~~! “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닌다.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도 아이처럼 싫은 냄새에 마음껏 소리치며, 불편한 마음을 지나가게 두었다면, 고통스러운 나날을 겪지 않았을 텐데!’
나의 예민한 마음을 몰라 준 남을 탓할 게 아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다.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김스스로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