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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Dec 22. 2022

걸음

스스로 프로젝트 1탄

아이와 매일 삼천보 걷기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걷는 일은 쉽지 않다. 걷기도 전에 두려운 마음이 몰려온다. 길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아이가 떼를 쓰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모든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와 각오를 가지고 집을 떠나는 것이다. 걷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때에는 초반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울고, 갑자기 길바닥에 누워 잠을 자려고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제는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아이를 업고 걷는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디.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꼭 천로역정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삶의 무게에 온몸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이와 걷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는 점점 삼천보, 오천보, 만보를 넘어 만보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걷는 일이 이렇게 쉽고 즐거운 일인지는, 걷기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몰랐다. 나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이와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이제 어디든지 아이와 갈 수 있을 것처럼 두려운 마음이 없다. 내년에는 아이와 지리산 노고단을 걸어서 꼭 정복해 볼 것이다.

아이의 걸음은 더욱 단단해졌고, 이제는 나보다 앞서서 걷는다. 나는 그저 아이를 뒤쫓아 걷고, 아이가 잘못된 길러 가려고 하면 이름을 불러 똑바른 길을 가라고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나의 몸도 부쩍 건강해졌다.

오늘도 추위를 이겨나가며 아이와 한 시간을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녹이는 순간, 이보다 더한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아이는 힘들게 밖에서 걷고 와도, 집에 오는 순간부터 놀고 또 놀고, 계속 놀이를 한다. 아이는 참 대단한 에너지 덩어리다. 나도 다시 저때로 돌아가서 한없이 놀고, 또 놀고, 계속 놀고 싶다. @김스스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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