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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of the moment 작업 후기

즐거운 순간의 영감, 협업의 기쁨, 동경하는 재즈에 대한 헌사

by KIMTAE Mar 25. 2025

새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앨범 작업 후기를 통해 작업 중 느꼈던 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영감의 순간과 초기 버전의 탄생

이 곡을 처음 스케치 했을 때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코드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4도 간격의 3화음을 중심으로 하는 화성과, 베이스가 텐션 있게 전개되는 느낌이 머릿속에 파편처럼 돌아다녔습니다. 일상을 소화하는 와중에 틈틈이 그 이미지를 좇았고, 화성을 정리하고 곡의 흐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스케치를 만들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괜찮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좀 더 해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트럼펫 멜로디가 있으면 어때? 퍼커션을 붙이면 재밌지 않을까? 역시 더블베이스가 있어야 안정적이지, 같은 느낌들이었죠. 그 마음의 소리를 들어가며 조금씩 더 만들었고 그렇게 이 곡의 스케치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머릿속의 이미지를 따라 완성하는 즐거웠던 순간이 곡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Joy of the moment”


당시 온라인 스터디 모임을 함께한 한바탕님에게 스케치를 들려드렸는데, 노래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어요. 가사도 멜로디도 자유롭게 하되, 한바탕님이 느끼는 즐거운 순간이 담겼으면 해서 가이드를 드렸습니다. 한바탕님이 표현한 것은 노래하는 순간의 즐거움이었어요. 그렇게 새 멜로디와 가사가 만들어졌고, 이 노래의 원형의 버전이 만들어졌습니다.



작업의 시작과 완성, 도와주신 분들

짧은 시간 스케치를 완성했지만, 실제로 작업에 들어간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다시 시작한 때는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모멘텀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어요. 즐거운 곡을 작업하면 삶에서 좀 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시작했고, 기대처럼 작업의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한바탕님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에너지와 섬세한 보컬의 감각을 바탕으로, 그간 수차례 싱글을 완성한 저의 경험과 사운드 완성도를 향한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무사히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역할과 강점이 시너지가 났던, 함께 해서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작업에는 6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초반엔 곡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고, 송폼과 가사를 정하는데 약 3개월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올해는 완성도를 만들기 위한 편곡 수정과 보컬 레코딩, 그리고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했어요. 봄에 발매를 예상하며 진행 중 중간버전을 만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덕분에 최종본 작업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한 느낌이 들어요.


아트워크는 매력적인 스타일의 치기 작가님께 요청드렸고, 아주 멋진 앨범커버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발매 이후 커버가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해 주신 분들이 많아 매우 뿌듯했어요. 기타는 늘 함께하는 김윤상 님께서 작업해 주셨습니다. 톡톡 튀면서도 따뜻한 재즈 기타의 매력이 담뿍 담긴, 멋진 연주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모티브가 되는 강력한 감정이 이끄는 정서

이 곡을 관통하는 정서는 Joy입니다. 첫 시작부터 그 감정이 담겼고,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내내 이 정서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원형이 가진 감정이 분명한 덕분에 곡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그 테마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곡을 쓰다 보면 다양한 상황과 현실을 마주합니다. 좋아서 하는 것임에도, 진행하다 보면 어려워서 스트레스도 받고 지치기도 쉽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경험 또한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원형의 감정이 분명한 것은 정말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무엇이 있으려면 그 시작에 강력한 감정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습니다.


이 곡은 강제로 행복하게 만드는 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치는 순간에, 혹은 삶에 재미가 없는 순간에 듣다 보면 즐거워집니다. 시작의 감정과, 가사가 주는 즐거움, 리듬과 화성 등이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는 듯합니다.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떼어내어 따로 담아낸 느낌이랄까요.



재즈, 오래 동경해 온 세계에 대한 헌사

고교 시절부터 듣기 시작해서, 오랫동안 재즈 음악을 사랑해 왔습니다. 복잡 미묘해서 풍부한 정서를 주는 화성의 매력, 스윙과 싱코페이션, 리듬의 베리에이션, 무심한 듯 정교하고 어려운 듯 쉽게 들리는 이 장르에 대해 늘 동경해 왔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재즈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든 스케치로 재즈 곡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을 지나면서, 내가 만든 노래가 재즈라는 장르에 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치 자격 없는 자에게 허락된 큰 은혜를 누리는 것 같습니다. 재즈 곡을 냈다고 하기엔 부끄럽고 자꾸 작아지지만, 오랜 동경의 세계에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느껴요. 재즈 음악 세계가 심오하고 깊어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그만큼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 세계에 한 발 걸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쁨입니다.



여러분의 감상은 어떠신가요?

이 앨범의 시작부터 완성,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 이야기를 담았습니다만, 이제 이 곡은  손을 떠나 오롯이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들으시기엔 어떠세요? 즐거우셨다면, 잠시 행복한 마음이 드신다면 그로서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이 노래와 함께 즐거운 순간을 맘껏 누리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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