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푸른새미 작곡가님의 새 싱글 <Awaken>의 사운드를 작업했습니다. 짧은 시간 집중해서 완성하며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짧은 기간 내 완성한 작업 과정
3월 중순, 저의 앨범 작업을 마친 시점에 작곡가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새로 싱글 곡 작업을 했는데, 사운드에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서요. 모니터링을 하고 몇 가지 의견을 드렸습니다. 알고 보니 일정이 정해진 작업이었는데,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짧은 기간 내 완성해야 하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곡은 감정에 따라 한음 한음 정교하게 수놓아진 피아노 소품이었습니다. 심상이 고요히 깊고, 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서 연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곡이었어요. 밤에 들어도, 아침에 차분하게 들어도 어울리는 음악이에요.
원 소스의 사운드가 어택감과 노이즈가 포함된 것이어서, 노이즈로 인한 찌그러짐을 방지하고, 적정한 톤과 공간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했습니다. 묵직한 피아노 톤을 약간 덜어냈고, 전체적인 다이내믹 흐름도 고려했습니다. 약간의 밸런스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는 곡이어서 저역대와 중역대의 밸런스 컨트롤도 신경 썼어요. 몇 번의 모니터링을 거쳐서 데드라인 1시간 전 무사히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창작에너지와 보상행동
최근 읽었던 책 <생각의 도약>의 한 대목에 "창작 에너지는 보상행동으로 대체되기 쉽다"는 내용이 있어요. 출판 편집자 중에 작가 지망생이 많은데, 편집이란 일종의 표현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어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생업으로도 일해야 한다면, 글과 활자를 다루는 일은 충분히 보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음악에 대입해 보면, 작곡과 사운드 작업의 관계와 유사한 것 같습니다. 믹싱, 마스터링을 하다 보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껴요. 늘 목마른 창작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처럼 만족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웃풋을 낸다는 면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지만, 내 작업의 창작 욕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보상심리와 유사함을 아는 것을 앞으로의 사운드 작업의 의미와 한계를 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꽤 의미 있게 다가온 날카로운 통찰력이었어요.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곡에는 감정이입도 하게 됩니다. 좋은 곡의 마지막 완성이 내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소중하게 다듬게 됩니다. 기한이 촉박한 상태에서, 의지하는 심정으로 맡겨진 곡에는 책임감 또한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작업해서 완성한 곡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과 기쁨이 되는 듯합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의 완성하면서 대리만족하는 느낌이랄까요.
곡에 대한 소개와 감상
이 곡은 해외에 진출한 여성 작곡가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기획으로 발매되는 곡이라고 합니다. 곡을 묘사한 문장이 아름다워 잠시 빌려와 소개합니다.
Her latest piece, Awaken, is a delicate and emotive creation, where the soft, velvety tones of the felted piano wrap the listener in warmth and introspection. Each note unfolds like a whispered emotion, inviting you into a space of quiet contemplation. 그녀의 신작, Awaken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창작물로, 부드럽고 벨벳 같은 느낌의 펠트 피아노 음색이 듣는 이를 따뜻함과 깊은 사색으로 감싸줍니다. 하나하나의 음이 속삭이는 감정처럼 펼쳐지며, 조용한 사유의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곡 발매 이후 여러 의견을 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저에겐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음악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감정의 공명과 사유의 공간이 펼쳐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