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of the moment Remix 작업 이야기
새롭게 Joy of the moment Remix 버전을 발매했습니다. 처음 시도해 본 리믹스 작업에 대한 후기를 정리해 봅니다.
리믹스,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 궁금하다.
이번 리믹스는 원곡 오리지널 버전을 작업하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작업입니다. 거창하게 리믹스라기 보단, 같은 곡의 다른 버전 정도의 느낌입니다.
원곡 작업을 하며 베이스와 비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퍼커션과 재즈 베이스를 미디 악기로 작업했는데, 아무래도 저역대의 베이스와 묵직한 킥의 부재가 느껴졌었죠. 작업 중 재미 삼아 클럽 댄스 같은 비트와 신서 베이스를 입혀봤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더군요. 왠지 이런 버전도 재밌을 것 같아 만들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다만 원곡 작업에도 시간이 부족했던 터라, 아예 리믹스를 별도 싱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3월에 원곡을, 이후 여름 버전 리믹스를 만드는 거죠.
리믹스 작업, 컨셉과 편곡은 어떻게 할까?
컨셉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댄스 음악의 그루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원곡은 라틴 재즈, 리믹스는 클럽댄스 이미지였어요.
두 번째는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 바꿔보는 것입니다. 원곡에서 보컬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피아노입니다. 초기 스케치도 피아노의 보이싱과 리듬에서부터 시작했었어요. 리믹스에서 변화를 주려면 피아노의 영향을 줄여야 했고, 그래서 아예 피아노를 없앴습니다.
과감한 시도의 이면에는 기타 리듬이 워낙 좋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원곡 작업을 하면서 기타리스트 김윤상 님에게 받은 재즈기타의 톤과 컴핑이 너무 좋았는데, 피아노와 음역대가 겹쳐서 동시에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었습니다. 리믹스에서는 피아노 대신 기타 리듬이 곡을 리드합니다. 미니멀하고 깔끔한 기타의 매력이 들리시죠?
이번 편곡에서 EP(Elec. Piano)는 빠질 수 없는 요소에요. EP의 따뜻하면서도 그리움이 느껴지는 톤이 참 좋습니다. 올해 배우고 있는 재즈피아노의 감각도 넣고 싶어서 처음엔 화려한 솔로를 써봤는데, 몸에 안 맞는 옷 같이 들리더군요.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련없이 걷어냈습니다. EP에 모드 스케일을 적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리디안 모드 (스케일에서 4도를 반음 올리는 것)를 중간중간 넣었는데, 나름 매력적인 느낌이 들어요. 쓰기에 적절한 포인트도 알고 있어서, 나름 그동안 배운 것을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브라스 사운드도 한 스푼 넣었습니다. 원래 오리지널 곡에서 써보고 싶었지만 잘 맞지 않았었는데, 리믹스 버전에서 나름 재미나게 재활용해보았습니다. 단순한 라인에 여러 브라스 악기와 신서사이저 색채를 조합해 보았죠. 잘 들어보시면 다양한 색채감이 들리실 거예요.
메인 리듬은 단순하면서도 변주가 있도록 구상했습니다. 양념처럼 채우고 있는 퍼커션도 잘 들리도록요. 메인이 되는 신서베이스는 아주 저역대를 커버하는 악기입니다. 조금 크게 들으면 저역을 완전히 감싸는 베이스의 매력이 들리실 거예요. 이번 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운드입니다.
커버아트는 오리지널의 강렬한 원색 버전과 대비해서 여름에 어울리는 하얗고 파란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커버가 시원시원해서 보기 좋다는 이야기도 듣기 좋네요.
리믹스, 재미나게 시도해 본 작업의 즐거움
피카소는 ‘예술가는 다른 예술가의 좋은 점을 훔치는 자’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번 리믹스 작업을 하면서 많은 곡들을 다시 듣고 연구해 봤습니다. 좋아한 곡들을 다시 들어보며 매력적으로 느꼈던 요소들을 소화하여 응용해 봤습니다. 댄스 음악도 많이 듣고, 최근 귀에 걸리는 곡들, 다른 곡들의 리믹스곡도 들으며 어떻게 적용해 볼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리믹스는 범위와 방식에 따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의 경우 원작자인 제가 리믹스를 하는 것이어서, 원곡의 오리지널 소스를 트랙별로 다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높았던 것이 특징입니다. 중반부의 간주 같은 구간에 나오는 통통 튀는 목소리는 원곡의 보컬을 일부 편집해서 응용해 본 것이었어요. 원 소스를 어떻게 활용해 볼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아이디어죠. 트랙별 오리지널 소스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어서 가능했던 방식인 것 같습니다.
리믹스를 해본 감상은, “즐겁다”입니다. 완성 직전 마감의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과정 내내 어떻게 바꿔볼까 상상하며 재미나게 작업했습니다. 큰 틀을 바꾸면서 느낀 희열도, 사소한 디테일을 만들면서 가진 재미도 다 하나같이 즐거운 순간이었어요.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낸 것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역시나 곡의 정서와 같이 즐겁게 작업했어서 좋았습니다. 원곡을 저만의 버전으로 바꾸는데 흔쾌히 동의해 준 공동저작자 한바탕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마치며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재미나게 즐겁게 누려주시면 더한 기쁨이 없겠습니다. 아직 안들어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들어보세요. 더운 여름 조심이나마 시원해지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