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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Nov 12. 2020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내적 열정의 의미

<예술하는 습관> by 메이슨 커리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 책을 읽다. 여러 예술가들의 일상의 습관을 다룬 책이라 한다.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구입했다. 서문을 보니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것이라더라. 내게 적용점이 있을까 의문이 들어 잠시 묵혀두었다가 읽었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덕에 와 닿는 점이 오히려 많았다. 예전에는 여성 예술가들이 흔치 않았다. 남성은 예술을 전업으로 할 수 있었겠지만 여성의 경우 가사 노동과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사소하고 잡다한 일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만들려는 노력 없이 예술을 할 수 없었다. 전업으로 하는 일이 있고, 그 외에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고민했던 것이 필요한 과정이었구나 싶었다.


글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에는 잘 써지지 않을뿐더러, 음악을 듣고 뭔가 하다 보면 저녁은 금방 흘러간다. 하루의 흐름 상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머리를 데워 하루 일을 하고, 저녁에는 릴랙스 하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직 매일 쓰진 못하고 하루 걸러 하루 정도 쓰는 것 같다. 그나마 새벽에 글을 쓰니 조금씩 글이 모이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글 쓸 엄두를 못 냈을 것 같다.


글쓰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에서 등장한 많은 예술가들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점심 혹은 한밤중까지 노력하고 있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물론 그중엔 시간 확보 따윈 필요 없이 멀티로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계속 글을 쓰는 천재도 있더라. 다작을 하는데 대체 언제 글을 쓰냐는 질문을 받는다는데, 사실은 매 순간 글에 집중하고 있어서 사교모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바로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이라나. 세상엔 예외적으로 그런 천재도 있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은 하루 중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읽으면서 예술가들의 뭔가 표현하고 싶은 충동, 열정, 욕구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무용을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은 괴로운 일이다. 과연 이 글을 끝낼 수는 있을까, 이 그림이 제대로 의도한 대로 아름다울까, 신체의 동작을 탐구하고 거기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끌어내어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까. 끝없는 불안과 괴로움, 의심, 좌절, 고통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예술을 하는 매 순간이 괴롭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자신의 의지로 그 고통스러운 자리에 선다. 혹은 설 수밖에 없는지도.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언가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고 싶은 마음, 표현하고 싶고 내보이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소위 ‘관종’과는 다른 다른 의미이다. 관종은 내가 주목받는 것을 원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고 거기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에 집착한다. 예술가들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외부의 관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내적 명령에 가깝다. 예술을 하려면 고독은 필수적이다. 스스로 혼자 서서 나를 마주하고 작품을 마주하지 않으면 무언가 탄생할 수 없다. 작업 중 여러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은 집중을 방해한다. 손님이 있더라도 작업 중에는 절대로 작업 공간의 침범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예술가들의 특징이다. 이런 고독이 즐거울리 없다. 외롭고 괴로운 순간을 지나 새로운 음악이, 글이, 무용이, 연극이 탄생한다. 고독과 괴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내게도 무언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 있긴 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뭔가 내 안에서 끄집어내고 싶은 것이 있다. 평범한 내게도 그런 마음이 있을진대,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과 예리한 예술적 본능, 혹은 광기가 있다면 더욱 그런 마음을 누를 수는 없으리라.


이 책은 내게 ‘언제 살아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단지 내적 충동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상상하는 글을 쓰고, 내가 느끼는 대로 음악을 하는 것, 만드는 그 순간이 내게는 살아있는 순간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며 이를 내면에 쌓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살면서 접하는 수많은 복잡한 마음과 생각,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순간인 것 같다. 예술에 대한 내적 열정은 내가 살아있는 순간을 누리고 싶은, 삶에 대한 열정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습관을, 시간을 지켜가고 싶다.

계속 내 마음이 원하는 바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살아있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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