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팬텀싱어 시즌4가 시작되었습니다. 쟁쟁한 실력의 성악가/보컬들이 경연에 참여한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참가자 중 한 분이 카운터테너 이동규 님이었습니다.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가진 분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경연에 참가하셨다는 이동규 님의 무대는 정말이지 압도적인 포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다른 오디션 참가자분들 중에서도 유독 여유 있고 농익은 음악을 들려준 이분의 무대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무대 이면의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동규 님이 부른 <Habanere>의 MR(Music Recorded, 반주)을아는 작곡가님께서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만드셨는데, 저도 마스터링으로 참여해서 사운드의 완성도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를 보면서 제가 작업에 참여한 음악이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뿌듯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작년 말에 아는 작곡가님께 마스터링 의뢰를 받았습니다. 파리에서 공부하시고, 작년 말 첫 개인앨범을 내기도 하셨던 분으로, 음악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미디 오케스트레이션 MR 작업을 의뢰받았다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스터링 단계는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하셨었습니다. 클래식곡 마스터링 의뢰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지만,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작곡가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참에 마스터링에 대해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마스터링이란 작곡가가 작업한 곡의 사운드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업적으로 들릴 수 있는 수준의 사운드 레벨과 톤을 만드는 작업이죠. 재밌는 건 마스터링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접근이 다르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마스터링은 음원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해서 창의성과 예술성이 좀 더 강조된다면, 영국은 마스터링을 음반의 상업적 유통의 첫 단계라고 생각해서 좀 더 딱딱하고 업무적인 접근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출처 : Mastering Engineer’s Handbook)
작업의 방향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다이내믹이 강한, 즉 클라이맥스의 파워와 다른 부분의 잔잔함이 많이 대비되는 클래식 곡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충분히 레벨을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을 너무 컴퓨터 미디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베이스가 강조되면서 약간 따뜻한 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작곡가님과 작업의 진척도에 따라 중간본을 주고받으면서 사운드를 세팅했고, 그렇게 작업한 마스터링본을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제출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이동규 님의 피드백을 전달받았습니다. 좀 더 사운드가 크고 선명했으면 좋겠다고요. 이큐와 컴프, 리미터를 사용해 좀 더 사운드를 보완했고, 두 번째 제출본은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들으셨다며, 같이 뿌듯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동규 님을 알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 초대 카운트테너로서 정말 많은 것을이루신 대단한 분이라는 것과, 작업하는 곡이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시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 정도만 알 뿐이었어요.
막상 팬텀싱어에서 이동규 님의 공연을 들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분의 무대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무대의 완성도는 이동규 님의 목소리 하나로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지분은 0.1% 정도 될까요. 정말 엄청난 분의 활동에 살짝 숟가락 얹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숟가락을 얹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감동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신 이동규 님의 앞으로의 활동과 공연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