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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May 17. 2023

새 앨범을 곧 발매합니다

<함께 가는 길> 앨범의 시작과 작업 과정

1. 시작 배경과 처음 스케치 곡


이 프로젝트는 제가 잘 아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미성으로 노래해 온 찬양팀 리더, 신실한 믿음과 사명감, 실력을 겸비한 외과의사 선생님 한 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어때> 앨범을 출시했다는 소식과 함께 들려 드렸는데,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든 것이 인상 깊었다며 자신도 만들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곡을 한번 써보겠냐며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분이 노래하고 싶은 곡은 ‘의료봉사’ 주제가였습니다. 매년 병원에서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꾸준히 의료봉사를 다녀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노래의 메시지가 생겨났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에 공감해서, 함께 의기투합하여 곡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사와 노래는 의사 선생님이, 작곡, 편곡과 믹싱/마스터링은 제가 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처음에 만들었던 곡은 매우 느리고 비장한 느낌의 발라드였습니다. 스트링과 피아노 위주로 어둠에서 벗어나는 느낌의 곡을 스케치했었습니다. 멜로디와 분위기, 정서도, 의료선교에 걸맞은 진지함과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즐겁게 작업했지만, 코로나가 심해지고 얼굴 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동력을 잃어 한동안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었죠.


그 사이 저는 두 번째 앨범 <구름에 달 가듯> 을 완성해서 발매했고, 또다시 시간흘러갔습니다.



2. 두 번째 작업, 새 곡을  시작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기 시작한 작년 말, 의사 선생님과 다시 한번 작업해 보기로 작업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마무리해 보자는 각오와 함께 말이죠. 그간의 경험상 마감일정이 정해져 있어야 작업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에 올해 봄으로 앨범 출시일정을 잡았고, 그 사이 곡을 새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곡을 다시 쓰는 것이 부담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묵혀두어 동력을 잃어버린 곡을 다시 꺼내서 수정하는 것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당시 저는 뉴진스의 노래들을 엄청 듣고 있었던 터라, 이전의 느리고 무거운 곡보다는 뉴진스의 음악들처럼 좀 더 가볍고 듣기 편한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의료선교라는 무게감을 잠시 접어두고,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하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다시 한번 스케치를 하고,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렉 드럼의 가볍고 적당한 비트, EP(Elec Piano)로 코드를 얹고, 대략의 방향이 나와 있는 가사를 생각하며 선율을 한 부분 한 부분 입혀가며 스케치를 만들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뼈대의 리듬기타와 솔로도 미디로 스케치하여 세션 레코딩도 요청해서, 점차 노래할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3. 보컬 레코딩과 1차 마감


그동안 작업했던 <요즘 어때>, <구름에 달 가듯>은 홈레코딩이 컨셉이었습니다. 최대한 비용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죠. 이번에는 조금 더 음원 자체의 퀄리티를 높여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레코딩 스튜디오를 섭외해 보컬 레코딩을 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하는 건 정말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보컬 레코딩하기 좋은 환경과 고급 마이크, 프리앰프가 구비된 스튜디오는 낯설고도 신기했습니다. 토크백 마이크(Talkback Microphone)를 사용해서 녹음부스와 소통하며 보컬 레코딩을 했고, 레코딩 엔지니어님의 화려하고 빠른 편집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부족한 부분도 섬세한 편집과 튜닝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일정상 2월에 의료선교가 예정되어 있어 그전에 1차 마감을 짓기로 하고, 2월에 보컬 레코딩 및 가믹싱/마스터링을 해서 1차 마감을 지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무사히 의료선교를 다녀오셨고, 선교 기간 내 이 노래가 힘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전해 들었습니다.


처음 보컬 레코딩을 한 블루엘 스튜디오입니다.



4. 나래이션과 실험적인 아이디어


곡 중반에 브릿지처럼 만들어둔 구간이 있습니다. 약간은 비어있는 느낌에 이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뭔가 음악적인 장치를 넣고 싶다가도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계속 제자리에서 맴돌더군요. 고민하던 중 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브릿지 직전의 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그러진 길이 힘들 때
지친 다릴 잠시 쉬어요
조용히 들리는 소리를 들어봐요
내가 그대 곁에 있을 테니까


과연 조용히 들리는 소리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들었고, 이 부분을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함께해요 등)로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명감을 가진 의료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고 곡을 계속 들으며 앞으로도 음악을 만들어 갈 저에게 주는 소리가 되는 것이죠.


노래 중간에 나래이션이 나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실험적일 수도 있지만, 노래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음악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편곡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저 하고 싶은 대로 해버렸다는…)


같이 음악을 공부하며 나누는 지인들에게 요청을 드렸습니다. 다양한 톤으로 다양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나래이션을 만들어서 반영하고 싶다고요. 고맙게도 한분도 빠짐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내주셨고, 덕분에 조금은 허전한 공백처럼 느껴졌던 브릿지가 풍성하고 아름다운 메시지로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뮈뉴엣 여러분 감사합니다.)



5. 5/18일, 드디어 앨범을 발매합니다.


2년 전 시작해서 두 번의 스케치와 두 번의 보컬 레코딩, 그리고 2달간의 믹싱/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완성한 곡을 드디어 오는 5/18일에 발매합니다! 저의 앨범이 아닌, 다른 분의 앨범 작업을 프로듀싱한 건 처음이기도 해서, 신나고 설레네요. 응원과 격려, 그리고 기대의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오랜만에 올린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발매일에 또다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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