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옆자리 동료분이 내 폰 배경을 본 뒤로 날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두 개의 달 : 삶은 본인에겐 비극이라도 타인에겐 희극처럼 보이곤 한다.
2. 자꾸 나한테 무언가를 떠맡기는 사람이 있다. 거절의 표시를 하면 언제나 "태균 씨~ 우리 사이에 왜 그래~ 부탁 좀 할게~ "라고 말하곤 한다. 그 말 때문에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중인 건 모르는 것 같다.
3. 나에겐 '칭찬의 법칙'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내가 상대방을 일적으로 칭찬하게 되면 그 사람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나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서먹한 침묵이 흐르게 된다. 일종의 초자연적 슈퍼파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난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박살 낼 수 있는 빌런일지도...
4. 우리 회사에는 이름도 나이도 똑같고 신체적 특징(키, 몸무게 등)도 비슷한 사람 두 명이 있는데 한 분이 팔 한쪽이 짧으셔서 사람들은 그분을 찾거나 얘기할 때, 항상 팔이 짧은 덕구(가명)씨라고 부르곤 한다. 물론 그분이 듣지 않는 자리에서 얘기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장애를 특징으로 기억하는 게 싫어서다른 특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만약에 나중에 나와 이름과 신체 조건이 비슷한 신입이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얼굴에 융단폭격 맞은 김태균 씨'라고 말해버리면, 슬프진 않겠지만 기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나저나 두 명의 덕구(가명)씨는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정말이지 신경 쓰이게 하는 덕구 씨들...
5. 나는 기본적으로 충고나 조언을 받으면 '네가 뭘 알아?'라는 메커니즘으로 자동 연결되는 글러먹은 인간이지만, 단 하나 머릿속에 박혀버린 어머니의 조언은 '참기름보단 들기름이 더 고소해'이다. 어쩐지 참기름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만들거나 먹을 때마다 저 문구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도대체 하고 많은 말들 중에 왜 유독 참기름보단 들기름이 더 꼬숩다 라는 말이 머릿속에 박혀버린 건지 이해가 안 간다.
6.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한 초등학생분이 이런 말을 했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그렇다. 국밥에 콘프로스트를 말아먹던 파인애플 피자에 후식으로 민트초코를 먹건 서로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심각한 수준의 소시오패스구나... 생각하고 피하면 된다.)
7. 난 우울증이란 하루 종일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난 그저 문득 공허하고 자주 쓸쓸해질 뿐이라서, 그냥 어디 한 군데가 삐그덕 거리는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했는데, 선생님은 그런 상태가 우울증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난 나의 모든 감정을 우울증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배고픈 이 감정 혹시 우울증?... 똥 쌀 때 느끼는 미묘한 잔변감... 혹시 우울증?.. 밥 먹다 느끼는 불쾌한 포만감... 혹시 우울증???
선생님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괜찮다고 하셨다. 감정은 어렵다.
8. 10대와 20대는 순식간에 멀어졌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오직 40대를 향해 나아가는 이 복잡한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 뭐가 있을까?? 를 요즘은 고민하고 있다.
9. 행복에 익숙해서 얕잡아 보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