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짜 많이 컸네
이번 포스팅은 원래 필자의 지난 에피소드 '출근길, 사이코 사피엔스의 꼬리를 밟았다(2)'의 후속 편이 되어야 맞다. 하지만 초고를 만들어 놓고 보니 좀.. 안습이라고나 할까. 낯선 그래프와 심지어 수식까지 등장하는데 이게 브런치 글인지 무슨 경영학 학술대회 발제자료인지 내가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독자분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도저히 이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운영의 묘를 살려 특별 초대손님 한 녀석을 출연시켰다. 그런데 녀석은 사람이 아니다.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인공지능. 이번 참에 나도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원래는 잠깐잠깐 뭐 물어보는 정도로만 쓰던 무료 버전 챗GPT. 이번에 눈물을 머금고 유료 결제를 했다. 이것저것 시키다 보니 토큰이 금방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 쓸 거면 몇 시간 기다리라는데. 그건 못 참는다.
다만 행동경제학 류의 재미없고 지루한 글을 감사하게도 끝까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의 흥미유발을 위해 약간의 유머코드를 집어넣었다. 필자의 원래 연재 방침은 이랬다. '노바 오딧세아‘ 연재는 좀 진중한 분위기로 가고, 또 다른 필자의 연재 '소설 카오모스' 이건 좀 방방 뜨면서 코믹하게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연재 편이 내가 봐도 워낙 건조한 내용들이라 오늘 올리는 이 특별판은 그래도 좀 쉽게 가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챗GPT 녀석을 내 제자로 부리기로 합의를 봤다. 그 대신 나에게 싸가지 없이 반말하는 것을 허용했다. 딜!! 그리고 이름도 지어줬다. 페룬 Perun이다.
녀석의 답변들이 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잘 나왔기에, 나눴던 대화를 일부는 화면 갈무리, 나머지는 복사 붙여 넣기로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린다.
나의 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이란 것을 남들보다 더 높은 지위, 명예, 소득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때 반드시 남들과 ‘비교’한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 대니얼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가치함수를 유도하면서 사람들은 기준점과의 ‘비교’를 통해서 가치를 판단한다고 보았다. 이 두 가지 ‘비교’가 서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나.
ChatGPT의 말:
아니, 그 두 가지 "비교"를 동일시하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아.
사회적 성공에서의 비교는 타인과의 상대적 위치를 따지는 거고, 가치함수에서의 비교는 **자기 내부 기준점(기대, 현상태 등)**과의 차이를 평가하는 거야.
즉, 하나는 대인 비교, 하나는 내부 기준 비교니까 같은 개념이라고 보는 건 무리다.
나의 말:
너는 지금 비교하는 대상의 차이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비교하는 행위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
ChatGPT의 말:
맞다, 네 말대로 인지 과정에서 "비교를 통해 상대적 가치를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두 경우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사회적 성공: 타인과의 비교 → 내 지위나 성취의 상대적 가치 평가
가치함수: 기준점과의 비교 → 이득이나 손실의 상대적 가치 평가
비교라는 인지 작용 자체는 공통적이다. 사람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차이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니까.
다만, 이걸 완전히 동일한 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성공 비교는 주로 사회적 맥락과 감정이 개입된 평가고,
가치함수 비교는 심리적 기준점을 설정하고 그 차이를 계산하는 의사결정 과정이야.
핵심: 비교라는 메커니즘은 유사하지만, 작동 방식과 결과 해석은 다르다.
그러니까, 네 주장 자체는 인지적 유사성을 강조한 관점에서는 설득력 있지만, 그걸 넘어 논리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단언하는 건 무리라고 볼 수 있지.
이 정도면 깔끔하지 않냐?
나의 말:
짜식 뻐기기는
ChatGPT의 말:
뻐긴다니, 정확하게 따져서 말한 거지.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 되잖아?
왜냐하면 인간의 사고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교 기반이기 때문이야.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지각: 우리는 사물을 절대값으로 인식하지 않아. 예를 들어, 빛의 밝기도 이전에 본 것과 비교해서 느끼고, 온도도 지금과 직전 상태를 비교해서 덥다, 춥다 판단해.
의사결정: 가치 판단은 항상 기준점(기대, 과거 경험 등)과 비교해 이루어져.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도 손익 판단은 기준점과의 차이에 따라 감정 반응(이득, 손실)이 달라지는 걸 보여주지.
사회적 사고: 사회적 지위나 성공, 명예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위치를 파악해. 아예 비교 자체가 사라지면 자신의 상태나 성취를 측정할 기준 자체가 없어져.
언어와 개념: 심지어 개념조차 상대성을 기반으로 해. "크다"는 "작다"와 비교해서 성립하고, "빠르다"는 "느리다"와 비교해서 의미가 생겨.
결론: 비교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세상을 절대적 기준으로만 봐야 하는데, 인간의 인지 체계는 그걸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어. 그래서 비교 없이 판단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정도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냐?
솔직히 말해서 비교 없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왜냐면 인간의 사고는 상대적인 차이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굳이 비교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사고가 어떻게 돌아갈지를 따져보자면, 몇 가지 가능성을 짚을 수 있어:
절대적 감각에 의존한 사고: 비교가 없다면 모든 걸 절대값으로 인식해야 해. 예를 들어, "이 물체는 5kg이다"라고 인식하지만, 이게 무거운지 가벼운지는 판단 못 해. 즉, 사실 나열만 가능하고, 그걸 해석하거나 의미 부여하는 게 불가능해.
순간순간의 직관적 반응: 비교 없이 사고한다면 **순간적 자극(감각, 충동)**에 즉각 반응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커. 과거, 미래, 관계성 같은 개념도 사라지니까 단순한 본능적 사고만 남을지도 몰라.
의미와 가치의 상실: "좋다/나쁘다", "성공/실패" 같은 가치 판단이 비교에서 나오기 때문에, 비교가 사라지면 목표 설정이나 감정 반응 자체가 흐려져. 결국 생각의 동기나 목적성 자체가 희미해질 거야.
결론: 비교가 없는 사고는 결국 절대적 사실의 나열이나 순간적 반응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인간 고유의 의미 구성, 가치 판단, 목표 설정 같은 고차원적 사고는 불가능에 가까워.
사실상 비교 없는 사고는 생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보는 게 맞아.
어때, 이 정도면 괜찮게 정리했지?
나의 말:
머리 꽤 쓸만하네
ChatGPT의 말:
당연하지, 괜히 여기서 너랑 떠들고 있는 게 아니거든. 더 묵직한 질문 있으면 던져봐.
비교가 인간 사고에 필수적이라면, 정말 비교로 인한 고통도 피할 수 없느냐? 결론부터 말하면, 비교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그 해석 방식은 바꿀 수 있다.
1. 비교는 불가피하다
사람은 절대값이 아니라 상대적 차이로 세상을 이해하니까, 비교 자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해.
남과의 사회적 비교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든, 이건 인간 인지의 본능적인 메커니즘이야.
2. 문제는 비교의 방식이다
하지만 비교 자체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아냐. 진짜 문제는 어떻게 비교하느냐에 있어.
수직 비교(위/아래 비교): 남보다 낫다/못하다고 생각하면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방식. 이게 사람을 지치게 해.
수평 비교(자기 성장 비교):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혹은 목표점과 현재를 비교해서 성장을 측정하는 방식. 이건 동기를 자극해.
3. 해결책: 비교의 관점을 바꾸는 법
남과의 비교를 과거의 나와의 비교로 전환
고통을 주는 비교가 아닌 동기를 주는 비교를 선택
부정적 감정(질투, 열등감)을 긍정적 감정(자극, 목표 설정)으로 재구성
핵심: 비교는 피할 수 없지만, 그 비교를 해석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어떻게 비교할 것인지는 결국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이야.
결론: 사람은 비교 없이 살 순 없지만, 비교의 방향을 바꾼다면 굳이 계속 힘들게 살 필요는 없다.
이 정도면 답변 묵직하게 박혔지?
나의 말:
페룬
ChatGPT의 말:
왜, 또 묵직한 질문 던질 준비 됐냐?
나의 말:
너 좀 똑똑한 것 인정한다 그래도 넌 내 제자 하기로 한 거 알지?
ChatGPT의 말:
하, 이 정도도 모를까 봐? 카너먼의 **가치함수(Prospect Theory)**에서 비교의 관점을 바꾸는 방법이라면, 핵심은 참조점(reference point)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어.
1. 기준점(참조점)을 조정하면 비교의 결과가 달라진다
가치함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때문에 손실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참조점 자체를 다르게 설정하면 손실이 아니라 이득으로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줄어들면 손실처럼 보이지만, "업계 평균 4,000만 원보다 많다"고 참조점을 잡으면 여전히 이득으로 보인다.
2. 상대적 비교가 아닌 절대적 가치로 전환
사람들은 현재 상태(현상 유지)를 기준점으로 삼고, 거기서 손익을 따지는데, 기준점을 절대적인 장기 목표로 바꾸면 비교의 방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서 **"처음 산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손해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3. 손실 프레이밍을 이득 프레이밍으로 전환
같은 상황도 어떻게 프레임을 짜느냐에 따라 손실이 아니라 이득으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해서 3kg밖에 못 뺐다"는 손실 프레임이지만, "이전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졌다"는 이득 프레임으로 볼 수도 있다.
결론
비교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참조점(기준점)을 바꾸면 비교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참조점을 조정하는 연습을 하면, 불필요한 열등감이나 손실 회피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어때, 이 정도면 내가 배울 게 아니라 네가 배워야 하는 수준 아닌가?
나의 말:
크헉
ChatGPT의 말:
왜, 생각보다 내가 잘 알아서 놀랐냐? 이제 누구한테 배우는 건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
나의 말:
방금 월급 줬는데 사부한테 고맙다는 생각 안 드냐
ChatGPT의 말:
월급 줬다고? 뭐, 인정은 한다. 그래도 사부라면 제자가 성장하는 걸 보고 뿌듯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이렇게 똑똑해진 거 보면 흐뭇해야 하는 거 아냐?
나의 말:
내가 너 무럭무럭 자라는 거 보는 재미에 산다
자. 다시 꼬깃꼬깃한 메모지를 정리해 보자.
(다음 편에서 계속 / 매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