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_천선란

에세이

by 김토리

추천받아서 읽어봤다. 너무 남 일기 읽는 거 같아서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작가의 다른 책을 재밌게 읽었어서 이건 좀 기대됐다.

디지몬을 안봐서 그런가 이 얘기가 나오는 부분들이 좀 지루했다. 근데 전체적인 내용을 위해선 나올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후반부에 가선 디지몬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몬이 있는 가상 세계처럼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성장해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재능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고 그녀는 정의한다. 만약 글을 쓰더라도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면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내 재능은 뭔지, 힘들때도 계속 한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학생때 밤샘으로 힘들어도 꾸역꾸역 과제는 계속 해갔다. 회사 다니면서 개인 작업도 나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것들이 그냥 성실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모든 일에 이렇게 에너지를 쓰지 않았고 도중에 그만둔게 좀 있었다. 그럼 지금 하는 일이 재능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재능있다는 생각은 안했었는데 뭔가 이 책을 통해 위로, 응원이 된 느낌이다. 그리고 디지몬에 대한 얘기도 인상깊었다. 디지몬어드벤처 만화 내용보다는 작가의 디지몬은 엄마라는 얘기가 뭉클했다. 그녀는 갑자기 장애를 갖게 된 엄마를 "나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홀로 싸우다 모든 데이터를 소진해 유년기로 돌아간 나의 나이 많고 어린 디지몬"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디지몬인 엄마를 돌보는 도감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디지몬인 것처럼 점점 진화하는 작가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서술한게 친밀감이 느껴졌고 문득 자신에 대한 도감이 아닐까 라고 느꼈다. 작가랑 나이도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되는 추억들도 좀 있었다. 그 시절에 난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나라는 디지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름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는데 이게 나에 대한 도감인걸까. 이 책 덕분에 에세이가 좋아졌다. 다른 아무튼 시리즈도 읽어봐겠다.

작가의 이전글드라이브_정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