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_류시화

by 김토리

이전에 누군가 추천해줬던 책인데 문득 생각나서 읽어봤다. 시집을 거의 안 읽어서 몰랐는데 너무 좋은 구절,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것도 예술 같다고 느꼈다. 미술처럼 눈에 보이는 게 아닌 머릿속으로 보이게 하는 예술. 각자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해석되는 것이 흥미롭다. 요즘 혼란스러운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진정됐다. 이전엔 시집이 좀 따분하진 않을까, 너무 추상적이어서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학생때 국어시간 이외엔 시를 읽은 적이 거의 없다. 그땐 시를 하나하나 뜯어서 해석하느라 이런 감성을 제대로 못 느꼈다. 그래서 그 뒤로도 별로 눈길이 안갔었는데 좀 후회된다. 진작 읽어볼걸! 지금이라도 이 느낌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뒤에야

최근 내 감정을 다 쏟아놓고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생각해보니 방어기제 때문인지 남들에게 너무 각박하게 굴었던 걸 알게됐다. 사실 이건 이전에도 알고 있던 내 단점이다. 그런데도 왜 자꾸 안 고쳐지는가? 알면서 안 고치는 건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계속 나도 알지만 안 고쳐져 이럴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변화할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부터 해봐야지.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나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냄시 함멜의 여행

자기개발서에서도 몇 번 나온 내용이다. 성공하는 것은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얼마를 벌기 위해 ~를 한다는 것보다 ~를 하면 돈은 딸려오는 것이다. 각자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에겐 내가 좋아하고 재능있는 것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여정은 아직까진 만족한다. 디자인 하는 것도 재밌고 개인사업도 가끔 체력적으로 힘들때도 있긴 하지만 즐겁고 오히려 살아가는데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수업 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체리 카터 코스트의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인생 수업에서 싫어하는 수업이 있더라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수업이 반복된다고 한다. 이걸 최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내 단점(특히 연애 할 때)을 알고 있다. 개선하려는 노력도 나름 하긴 했지만 다른 일에 신경쓰는 만큼의 에너지를 쓰진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몇 번의 연애들이 통과되지 못한 계속 반복되는 수업 같다. 수업을 통과하려면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한 것을 실전에 적용시켜야한다. 난 충분한 공부를 하고 실천했는가? 그냥 적당히 흉내만 낸 건 아닌가? 항상 연애 끝나면 반추를 하는데 이땐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새로운 수업이 시작했을 때도 이 마음가짐을 계속 가지고 있는가? 이 수업은 정말 끝내고 싶다. 그럴려면 공부하고 적용하고 지금의 생각과 느낌을 잊지 말아야한다. 블로그에 글로만 구구절절 쓰는게 아니라 이 구절을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놔서 계속 스스로를 상기시켜야겠다.


“내가 너를 향했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네가 내게 머물렀다 떠나가는 시간이 조금씩 비껴가는 탓으로 우리는 때 없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사람과의 거리

마음의 타이밍이 안 맞는 건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다. 난 타인에게 마음을 정말 늦게 여는 편이다. 대신 마음을 연 상대가 사라지면 내 자신이 흔들린다. 여러 연애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은 그들은 너무 빨리 나한테 다가오고 머물렀다가 떠나는데 난 그들이 떠날 때 그 마음을 향해가고 있었다. 빨리 다가올 땐 너무 부담스럽고 나한테 머물러 있을 땐 난 이제 마음을 열어볼까 하고 그들이 떠날 때 그제서야 난 마음이 열린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 이게 맞는 사람이 나타나긴 할까? 내가 마음을 더 빨리 열어야 하는가? 근데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를 땐 관심도 안 생기는데 어떻게 마음을 열지? 그리고 일찍부터 마음을 줬다가 그걸로 날 가지고 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 난 왜 이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걸까? 실제로도 이렇게 한 적도, 날 그렇게 대한 사람도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알 수도 있을 거 같다.


“자신의 성격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삶을 위한 지침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다. 정말 인상깊은 구절이었다. 이전엔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말이다. 내 성격이 내 운명을 결정하니까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성격을 바꿔야 한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 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삶을 위한 지침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어떤 걸 해야 하는가?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위험을 무릅쓴 도전을 해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기때문에 도전하고 시도하자. 실패한 순간 그게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무너져서 그걸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힘들고 슬픈건 그것대로 냅두고 거기서 배울 점은 꼭 찾아서 짚고 넘어가야 실패하더라도 그걸 한 의미가 있다.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삶을 위한 지침/ 난 사랑을 깊고 열정적으로 한 적이 있는가. 사랑을 하긴 했다 근데 상처받을까봐 깊고 열정적으로 하진 않았던 거 같다. 난 깊고 열정적인 사랑은 연인을 모든 것에서1순위로 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도 이런 것인가? 열정적으로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어느정도 물질적인 것이면 되는 것인가? 그냥 상대방에게 푹 빠지면 되는 것인가. 내가 상처받을 걸 먼저 생각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고 배려해주면 되는 것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 윌리엄 스탠리 머윈의 이별

이별한 후 읽으면 공감이 많이 될 시다. 항상 연락하고 자주 만나고 나를 누구보다 잘 알던 베프가 없어진 공허한 느낌. 사귈 때도 상대방 생각을 했지만 이별한 후엔 더 많이 하는 거 같다. 그리움, 미안함, 고마움, 원망, 슬픔 등등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서. 그 감정들이 내 마음을 관통해서 아픈가보다. 그래서 그런가 어떤 일을 하든 거기에 그의 부재가 계속 뭍어난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다이어리에 쓰는 일기 내용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주제에도, 읽는 책의 종류도, 일 하다 문득 드는 생각들도 모두 그의 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물을 타면 그 색은 희석되겠지. 추억으로. 그 물이 어떤 건진 아직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알게 되겠지.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덮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체적인 글 양은 다른 책들보다 적지만 읽는 시간은 훨씬 오래 걸렸다. 자기개발서나 고전문학만이 깨달음을 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무지했다. 인상깊은 구절이 있으면 잠시 덮고 여러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의 그 어딘가에까지 닿았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그것이 뭔가 위로가 됐다. 지금 당장 슬픈 것엔 물론이고 지난 삶,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것에도.


“흔히들 시를 감상적인 문학 장르로 치부하지만, 시는 감상이 아니라 이 불가사의한 삶에 대해 인간의 가슴에 던지는 질문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시를 감성적인 어떤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짧은 문장, 단어로 내 마음을 울리는 걸 보고 그동안 잘못 생각했다는걸 느꼈다.


“너는 너 자신의 집 문 앞에 도착한 너 자신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리고 두 사람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아들일것이다”

내 집 문 앞에 도착한 나를 언제쯤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 웃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구절을 읽고 어렴풋이 느낀 걸 언제쯤이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좋은 시는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가 자문하게 한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확실히 내 마음을 치유해줬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을 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가장 인상깊었던 시


나는 배웠다

샤를르 드 푸코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위 시가 가장 인상깊었다.

나는 배우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수 없다는 것을. 이 시에서 배웠다라고 나온 것들을 모두 나는 배우지 못했다. 이젠 배우고 싶어서 다이어리 맨 앞장에 이 시를 적어놨다. 나는 배울 것이다 이 시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받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배울 것이다. 모든 구절이 인상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문장이 너무 공감됐다. 최근 일주일간 내가 얼마나 힘들다 하더라도 회사는 가야한다는 게 버거웠다. 출근해서도 할 일은 해야하고 부업하는거 택배도 보내고 제품도 만들고 정산도 하고 마켓 준비도 하고 새로 소품샵에 입점도 해야 했다. 이미 벌려놓은 일들을 슬프다고 내팽겨칠 순 없었다.

이 세상이 내 슬픔 때문에 멈출 순 없으니까. 오히려 이런 것들을 하느라 슬픔이 무뎌졌던 거 같기도 하다. 근데 시간이 많은 주말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거 같아 무서워서 밖으로 나왔다. 매주 주말 어떻게든 밖에 나가서 이 시에 나온 것들을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을 지 생각해볼 것이다. 책 후기를 이렇게 길게, 오래 쓴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 책이 나한테 인상깊은 걸 넘어서 내 마음속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독후감은 보통 출근 전이나 짬짬히 틈날 때 썼는데 이건 시간을 내서 온전히 생각을 하며 적었다.


보통 독후감 하나 쓰는데 30분이 안걸리지만 이건 세시간이 훌쩍 넘게 적고있다. 다른 책들은 그냥 할 말이 끊임없이 나와서 금방금방 썼는데 이 책은 쓰다가 자꾸만 멈춰서 생각을 하느라 더 오래 걸렸다. 그런데도 아직 느낀 것을 다 적지 못했다. 쓰고 싶은데도 이게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적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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