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문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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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두 공기 정도 먹으면 배가 차는 것처럼,
술도 마셔야할 주량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예쁨’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치앙마이의 생활은 이 예쁨 게이지가 미친듯이 솟구치는 나날들이다.
이제 난 예쁜걸 보면 감당이 안되서 심신이 지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정신 상태다..ㅋㅋ
이런 상태에 이르면, 무지나 공항, 혹은 우리집 같은..
장식이 배제된 곳으로 얼른 눈을 대피해야한다.
요즘 집에 빨리 오는 이유다. 집에 오면 한동안 벽만 보고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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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쿠티뉴와 수아레즈가 함께
바르셀로나 운동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았고,
그 미소에 얄미움이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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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사고야 말았다.
이건 아무래도 조금은 외로운 탓이다.
길가에 있는 화분 가게에 무심코 들어가,
한참 서서 고민하다가 냅다 선인장을 사버렸다.
뭐라도 머리맡에 놔두고 아침 인사라도 하고 싶어진거다.
20바트. 한국 돈으로 700원.
이렇게 귀여운 생명 가격치곤 너무 저렴하다.
뭐든 죽여버리는 탓에 철들고나서 화분을 산 적이 없었다.
설마 선인장을 말려죽이진 않겠지..
나처럼 노마드 생활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적이 외로움이란다.
그동안 혼자 생활 해왔어도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기에,
그런 말들에도 씩씩하게 살 자신이 있었는데
이런 젠쟝 써그럴, 진짜 오랜만에 외롭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오랜 지인들이 곁에 있고,
부둥켜 안고 쪼물댈 수 있는 내 고양이가 옆에 있고,
거리를 따라 걸으면 익숙한 풍경과 익숙한 사람들을 늘 스치고,
길가의 그 누구와도 말이 통하던,
당연했던 서울 생활, 내 동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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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또 왜 이렇게 엄마는 보고싶은건지.
그래도 요리 실력이 별로이신 덕에..ㅋㅋ
외국 나와도 엄마 밥은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감사..
세상 어딜가도 내가 한 밥이 제일 생각난다.
그래도 보고싶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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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친해진 여자 아이가 본인 생일에 세가지 도전을 해내고 싶다고 했다.
비키니를 입고 길가를 걷는 것, 낯선 남자와 키스하는 것.
음.. 또,
2번째 게 너무 강렬했던 탓에 나머지 한가지는 기억이 안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그녀의 페이스북에 웬 남자와 키스를 하는 동영상 하나가 업로드됐다.
낯선 남자와 키스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문득 내가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아니, 질병밖에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