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역시 소도시가 짱임!
오랜만에 글이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때 퍼뜩 써내려가지 않으면 또 몇 달을 묵혀둘지 모른다.
얼마 전에 베트남 달랏에 다녀왔다.
비자런 겸 거주지 탐방 겸 생일 맞이 겸사겸사.
치앙마이에서의 생활도 끝나가고 있다. 앓다죽을 내 치앙마이..ㅜㅜ
3월에 네팔 포카라로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5월에 방문하신다하여, 모시기좋은 베트남 달랏이나 동유럽으로 갈 예정.
사실 한치 앞도 모르겠다. 흐르는대로 마구 흘러대고 있다.
비자 갱신 겸 어딘가엔 가야하는데, 여행에 대한 열정이 생기지 않아
뭉그적대다가 가까운 호치민과 달랏행 티켓을 끊었다.
베트남 대도시의 번잡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좋지않아, 호치민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단으로 줄였다.
그리하여.. 호치민 인아웃임에도 불구, 단 5시간만을 머무르게 된다.. ㅋㅋ
생일에 비행기를 타보는 것은 로망이었으나, 하루에 두번 타는 것은 패망이었다.
출발 전날 오랜만에 술을 잔뜩 마신 덕에 뇌가 반쯤 술에 젖어있는 상태로 비행기에 올라 쓰러져 뻗어잠들길 여러 번.
호치민에 내려서 4시간 뒤 달랏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셔틀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이거 참 벌써 저녁 10시 반.
꾸역꾸역 나가서 숙소 근처를 돌아보다가 그럴듯해 보이는 로컬 음식집을 발견하여 쌀국수와 꼬지, 맥주를 시켰다.
처음 온 도시에서 보내는 첫날 밤, 게다가 혼자 맞는 생일이라니,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매년 비슷한 생일을 보냈던 것 같은데, (부가세를 납부하며)
올해 생일은 이렇게나 다르네, (기프트콘을 받을 수 없는 생일이라니!)
내년 생일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에 대해서 상상해봤는데, 사실 한치 앞도 짐작이 가질 않았다.
지금처럼 새로운 곳에서 맞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줌. 그치만 아무래도 비행기는 하루에 한번만 타기로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은 산책하며 동네 구경을 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새로운 풍경, 새로운 환경 안에 내가 스며드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풍경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배산임수, 활기찬 사람들, 아기자기 각기 특색있는 건물들, 초록초록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달랏은 그런 면에서 나의 모든 취향을 저격하고 말았다.
특히, 프랑스 놈들 지배로 인해 어쩔 수 생겨난 그 미묘한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골목을 걸으며내는 나의 앓는 소리에 달랏 사람들이 잠에서 깨었다고 한다.
치앙마이의 풍경도 퍽이나 매력적이지만,
로컬분들이 살고있는 주택가는 외곽에 있어, 주로 보는 풍경은 멋없는 네모 반듯한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달랏은 골목골목 걷기 좋을 뿐 아니라, 집들 생김새도 전부 달라서 보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골목골목으로 바이크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달린다는 것은 (살기 위해서) 잊지말도록 하자.
달랏, 정말 정신없이 바쁘고, 활기찬 동유럽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억, 갑자기 쓰기 귀찮으니, 따로 써보자.
1. 일정
첫 날은 잠
둘째 날은 산책과 카페에서 업무, 야시장 구경
셋째 날은 축구 결승전 관람 및 광란의 현장 구경
넷째 날은 달랏 외곽 구경 및 빗속 질주
다섯째 날도 카페에서 업무, 달랏 외곽 구경 및 그제야 관광지 구경
슬리핑 버스를 타고, 호치민에서 비행기-치앙마이 도착.
이렇게 여행을 했다.
2. 스쿠터
넷째, 다섯째 날은 바이크를 빌렸는데, 베트남에서 함부로 바이크를 타지말자는 교훈을 가슴 속 깊이 아로세기게 되었다.
치앙마이에 비해서 다들 운전은 잘하는 편인데, 굉장히 위험하게 하는 편.
역주행은 우습고, 인도에서 운전하질 않나, 역주행하면서도 비키라고 빵빵거리질 않나. 박아놓고 사과도 없질 않나.
신호등도 없고, 교차로는 많은데 차선따윈 없다.
그치만, 역시나.. 바이크를 타고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대며 외곽을 달리는 건 기분이 째지는 일이다.
(벌레 먹기 싫으면 마스크를 끼자. 단돈 5백원)
시내를 벗어나면, 예쁜 시골길이 많아서 한적하니 드라이브하기에도 딱 좋다.
바이크는 하루 빌리는데 150,000동(7천원) 정도, 기름은 만땅에 50,000동(2천 5백원) 정도.
렌탈하려고 바이크가 잔뜩 세워져있는 곳으로 신나게 달려간 당신, 곧 그곳은 맛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달랏은 (내가 아는 바로는) 바이크 렌탈 숍에 따로 없다.
숙소에서 대부분 렌탈을 주선해주는데, 특이한건 24시간 이용이 아니라, 저녁 7시에 반납이다.
나의 경우, 늦게 반납해도 별다른 터치는 없었다.
3. 음식
아무 곳이나 사람많은 곳에 들어가서 먹었을 때, 한번도 실패가 없었던 편. 내가 입맛이 좀 동남아적이다.
전체적으로 태국 요리보다 깔끔하고 간이 덜하다.
특히나 달랏에 미리 방문했던 친구가 강추했던 존맛이라는 반쎄오 집(https://goo.gl/maps/ChCSZwTckFu)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린 평생 살면서 굉장히 다양한 계란 요리를 먹지않는가?!
통째로 찐거, 통째로 구운거, 깨뜨려서 구운거, 깨뜨려서 으깬거, 깨뜨려서 삶은 것, 날 것 등등등..
그런데 ‘깨뜨려서 튀긴 계란’은 처음 먹어봤다. 왜 그동안 우리는 닭알을 튀기지 않았던 것인가!
그.. 계란의 바삭바삭함과 속에 든 숙주와 돼지고기의 초크초크함, 고수와 상추 등등의 향기로움, 소스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는데.. 하아..씁..
한판을 순식간에 먹고, 아침으로 먹을 요량으로 포장을 했으나,
결국엔 호치민 카페에서 끈질기게 옆에 앉아 구걸하던 아이의 손에 다소곳이 건네게 되었다.
너, 진짜 고마워해야돼.. 라고 찌질하게 한국말로 중얼거려 보았으나, 신이 난 아이에겐 닿지 않았다고 한다.
4. 환전
환전은 우리은행 exk카드를 사용하여, AGRI뱅크에서 출금했다.
출금은 한번에 2,000,000동(10만원)정도 된다. 나는 하루 3, 4만원 쯤 썼더라.
생각보다 시내에 AGRI뱅크가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 대강 계산해서 출금하는 게 현명할 듯.
너무나 스무스했던 이번 여행 마지막 날에 AGRI뱅크가 날카롭고 강렬한 추억을 남겨주었는데,
시내 ATM기에서 1백 만동 출금을 진행하는데, 한국 계좌로는 돈이 빠져나가고 ATM머신은 내 돈을 뱉어내지 않은채 스스로 새로고침 상태에 들어간 것.
다시 켜질때까지 기다리는데, 녀석이 한참 후에 뱉어낸 내역서는 백지였다.
나의 얼굴도 순간 백지가 되었다.
경비원 여럿과 은행직원 여럿, 그렇게 7명의 사람을 거쳐 자초지종을 설명.
이쯤되면 내 말을 녹음해 들려주는 것이 좋지않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쯤,
처음 대화했던 직원에게서 추후 계좌로 돈을 돌려주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알수없는 베트남어로 적힌 종이에 사인하고, 여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돈이 들어오는게 23일 뒤란다. 투웬티 th리 데이즈 레이뤄? 하고 내 작은 눈이 좀 동그래져서 묻는데, 본인도 말하면서 머쓱한지 피식 웃는다.
5만원 정도 돈, 늦게 받는다고 재정 상태가 피폐해지진 않겠지만,
한달도 아니고, 보름도 아니고 대체 그렇게 구체적인 날짜 계산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일단 한번 카운트다운을 해보기로 한다. 오늘로 D-day 20.
나는 그렇게 마지막 날 AGRI뱅크에서 40분을 잡아먹고,
달랏에서 딱 하나, 여행 계획으로 세웠던 케이블카를 타러 5시 10분에 도착했고..
케이블카 운행은 5시까지라는 눈물겨운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사실, 몇년 전 스페인 여행에서 체크카드 두 개를 먹어치운 채 영원히 돌려주지 않아 노숙할 뻔 했던
그 써글 ATM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귀여운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하하, 그래, 귀엽다 귀여워.
5. 보안
사실 이번 달랏 여행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바야흐로 모두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희망에 벅차오른다는 2018년 1월 1일,
달랏을 여행하던 친구가 (나에게 보낼..) 꽃밭 사진을 찍다가 폰을 소매치기 당했기 때문이다.
폰은 영원히 찾을 수 없었고.. 같은 시기에 여러 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달랏에서 폰을 분실했다고 한다.
겁에 질린 나는 새컨드 폰을 구입해갔는데, 한국어 지원이 안된다..하하. 백여개 언어 중 한국 키보드가 없네 하하.
결국엔 그냥 아이폰을 사용했는데, 언제든 바이크가 채갈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었다.
거리에서는 폰을 꺼내지 않고, 꺼내야할때는 구석에서, 양손으로 꽉 움켜진채 사용했다.
다행히 별다른 분실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분실 사건 이외에는 사람들이나 길거리나 안전하게 느껴졌다.
쇼핑을 별달리 안해서 그런지, 바가지도 별로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잘못 돈을 드려서, 거스름 돈을 돌려준 적도 많았다. 베트남 돈 계산 넘나 어려운 것.
6. 숙소
st.dong tam 게스트하우스에서 3일, cozy nook 호스텔에서 1일을 묵었다.
st.dong tam은 시내에서 쬐끔은 떨어져있고 (걸어서 10분), 조식이 없다는 단점, 그러나 싱글룸이고 깨끗하다는 장점,
cozy nook은 조식, 디너 파티가 맛있고, 호스트가 매우 친절하지만, 혼성 도미토리라는 단점이 있다.
가격은 st.dong tam 10달러, cozy nook은 7.5달러. 두 군데 모두 추천할만 하다.
st.dong tam은 노부부 분께서 운영하는 곳으로 혼자 조용히 지내기에 좋고,
cozy nook은 장기 거주 유러피안이 대부분에, 밤마다 디너 파티를 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난 이제 좀 꼰대가 되었는지, 불특정 다수와 어울리는게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 그리고
st.dong tam에서 바이크는 되도록 빌리지 말자. 빌려서 나갔다가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안잡혀서,
나태 지옥이 눈앞에 아른거리는걸 경험하고 바로 반납헀다.
cozy nook에서 연결해준 바이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7. 구경거리
원래 여행할 때 관광지를 안가는 편이긴한데, 이렇게나 안간건 또 처음.
관광지라고는.. 외곽에 멀리 떨어져있는 파고다 하나 봤다.
강, 폭포, 야시장, 사원, 성당, 산, 케이블카, 뭐 이런거 저런거 많은 편이라, 놀거리는 충분한 것 같다.
나에게 기억남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추적추적 비맞으면서 봤던 일몰 즈음의 공동묘지의 풍경(묘지마저 아기자기 예쁘다)과
밤에 불이 환히 밝혀져있던 비닐 하우스들의 아름다운 야경,
닭들과 함께 먹었던 로컬 쌀국수 집과 골목 구석구석 보았던 주택가의 정겨운 모습. 달랏은 이렇게 기억될 것 같다.
8.번외) 축구
이번 베트남 여행에 뜻밖의 이벤트라면, 역시 U-23 축구 결승전이었다.
한국과 결승전에서 만날까봐 두려움에 떨고있던 심약한 관광객으로서,
우리 대표팀 대패해주어 한편으로는 쬐끔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작은 베트남 소도시 달랏도 축구로 인해 축제 분위기로 넘실되었기 때문이다.
결승전은 시내의 작은 로컬 카페에서 다같이 구경했다.
폭설로 인해 후반전이 1시간 동안 늦어졌고, 연장전 30분까지.
거의 하루가 축구 구경으로 다 지나갔다. 그러나 선수들과 시민들의 열정에 감동을 그득 받았던 하루.
박항서 감독에 대한 로컬 분들의 사랑이 대단했는데,
국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2잔의 커피와 1번의 코리아 만만세, 3번의 따봉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감독님께 베리 감솨드리며, 사..사... 사는동안 많이 버세요.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