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중요한 것들

치앙마이 한달살이

by 김투명

오랜만에 한가로운 일요일, 언제나처럼 카페에 왔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글을 조금 써볼까한다.
시작만 해놓고 더 이어가지 못했던 치앙마이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IMG_4952.JPG


시간은 반년쯤(와우!) 거슬러 작년 11월.
님만해민 중심가에서 보름쯤 살다가 나는 일상에 대해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님만해민에서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는 늘 공사 중이었고,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로컬 사람들은 지쳐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높은 물가에 관광객 눈높이에 맞춘 식상한 가게들. 별로 매력이 없었다.
사실 다른 그 무엇보다, 걷는 것이나 자전거타는 게 불가능해 생활이 꽤 갑갑했다.
평소 하루 한시간 이상은 슬렁슬렁 산책하던게 낙인데,
님만해민에서 그렇게 하다간 매연에 질식하거나 오토바이에 뺑소니 당할거 같았다.


IMG_5220.JPG


걷기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샀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전거를 타는 것도 포기하고 이사가기로 결심했다.
이사할 동네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배산임수의 위치,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 주변에 괜찮은 카페나 마트가 있으면 좋고."
자주가던 치앙마이 카페에 문의했고, 몇 군데 괜찮은 장소를 물색할 수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고마우신 분이)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무심코 구글 지도를 검색했다가,
세상 거대한 호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치앙마이 깡시골..ㅋㅋ 항동으로 이사하게 된다.


IMG_5755.JPG


애시당초 1달 반만 머물기로 했던 치앙마이는,
이사를 하며 4개월로 쭉쭉 늘어나게 되었다.
도시를 옮겨가며 한두달씩만 살아보겠다라는 계획은 게으른 인간 표본인 나에게 별로 맞지 않았다.
한 도시에 적응하는데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볕이 잘 드는 집, 일하기 좋은 카페, 저녁 맥주를 경건히 마실 공간,
눈인사를 나눌 이웃들, 늘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산책로.
여행이라면 모를까, 일상을 살아가는데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IMG_5714.JPG


그렇게 나는 항동으로 이사를 하고,
앞으로 나의 발이 되어줄 스쿠터 용가리를 구입했다.
새로 이사한 곳은 스쿠터없이는 절대 절대 생활이 안되던 곳이었다.
스쿠터는 렌탈할 수도 있었지만,
몇 달 사용할거라면 중고로 구입하고나서 다시 판매하는 편이 저렴할 것 같았다.
페이스북 중고 장터 페이지(Chiangmai buy, sell and swap)에서 12,000바트에 구입했고,
스쿠터를 못탈 때라서 ㅋㅋ 친구가 집으로 스쿠터를 가져다 주었다.
참고로 저 페이지에서는 정말 온갖 물건을 다 판다. 공룡 발톱도 팔지 모른다.


IMG_5244.JPG


겁이 많아서 평생 스쿠터는 내 영역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걷는 것보다 편해졌다.
물론 처음 몇 주는 자전거에게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고,
한 달 정도는 무서워서 시내에도 못끌고 나갔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우리집 앞이 제일 운전하기 힘들었던 것.
항동이 제일 자동차의 속력이 빠르다고 한다. 다른 곳은 사바이사바이, 천천히 달린다.

민트색 미니밸로 자전거의 이름은 잘 나가라는 뜻에서 '나가리',
검빨의 야마하 비노 내 스쿠터는 튼튼하라는 뜻에서 '용가리'였다.
이름에 걸맞지않는 성능을 자랑하던 녀석들이었지만,
덕분에 정말 몇 달간 뽈뽈거리며 치앙마이의 곳곳을 만날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앓다죽을 내 치앙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