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달살이
오랜만에 한가로운 일요일, 언제나처럼 카페에 왔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글을 조금 써볼까한다.
시작만 해놓고 더 이어가지 못했던 치앙마이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은 반년쯤(와우!) 거슬러 작년 11월.
님만해민 중심가에서 보름쯤 살다가 나는 일상에 대해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님만해민에서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는 늘 공사 중이었고,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로컬 사람들은 지쳐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높은 물가에 관광객 눈높이에 맞춘 식상한 가게들. 별로 매력이 없었다.
사실 다른 그 무엇보다, 걷는 것이나 자전거타는 게 불가능해 생활이 꽤 갑갑했다.
평소 하루 한시간 이상은 슬렁슬렁 산책하던게 낙인데,
님만해민에서 그렇게 하다간 매연에 질식하거나 오토바이에 뺑소니 당할거 같았다.
걷기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샀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전거를 타는 것도 포기하고 이사가기로 결심했다.
이사할 동네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배산임수의 위치,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 주변에 괜찮은 카페나 마트가 있으면 좋고."
자주가던 치앙마이 카페에 문의했고, 몇 군데 괜찮은 장소를 물색할 수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고마우신 분이)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무심코 구글 지도를 검색했다가,
세상 거대한 호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치앙마이 깡시골..ㅋㅋ 항동으로 이사하게 된다.
애시당초 1달 반만 머물기로 했던 치앙마이는,
이사를 하며 4개월로 쭉쭉 늘어나게 되었다.
도시를 옮겨가며 한두달씩만 살아보겠다라는 계획은 게으른 인간 표본인 나에게 별로 맞지 않았다.
한 도시에 적응하는데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볕이 잘 드는 집, 일하기 좋은 카페, 저녁 맥주를 경건히 마실 공간,
눈인사를 나눌 이웃들, 늘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산책로.
여행이라면 모를까, 일상을 살아가는데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항동으로 이사를 하고,
앞으로 나의 발이 되어줄 스쿠터 용가리를 구입했다.
새로 이사한 곳은 스쿠터없이는 절대 절대 생활이 안되던 곳이었다.
스쿠터는 렌탈할 수도 있었지만,
몇 달 사용할거라면 중고로 구입하고나서 다시 판매하는 편이 저렴할 것 같았다.
페이스북 중고 장터 페이지(Chiangmai buy, sell and swap)에서 12,000바트에 구입했고,
스쿠터를 못탈 때라서 ㅋㅋ 친구가 집으로 스쿠터를 가져다 주었다.
참고로 저 페이지에서는 정말 온갖 물건을 다 판다. 공룡 발톱도 팔지 모른다.
겁이 많아서 평생 스쿠터는 내 영역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걷는 것보다 편해졌다.
물론 처음 몇 주는 자전거에게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고,
한 달 정도는 무서워서 시내에도 못끌고 나갔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우리집 앞이 제일 운전하기 힘들었던 것.
항동이 제일 자동차의 속력이 빠르다고 한다. 다른 곳은 사바이사바이, 천천히 달린다.
민트색 미니밸로 자전거의 이름은 잘 나가라는 뜻에서 '나가리',
검빨의 야마하 비노 내 스쿠터는 튼튼하라는 뜻에서 '용가리'였다.
이름에 걸맞지않는 성능을 자랑하던 녀석들이었지만,
덕분에 정말 몇 달간 뽈뽈거리며 치앙마이의 곳곳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