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7일~5월 13일 7일간의 태국 방콕 푼나위티 일상
2016년 처음 방콕에 방문한 후 바로 다음 해 여름엔 부모님을 모시고 방콕 곳곳을 누볐다. 크고 화려한 도시, 이색적인 음식들에 한껏 마음을 뺏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과 여름 그 사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쉼을 위해 선택한 곳 역시 방콕이었다.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숙소의 위치와 컨디션이었다. 인기 관광지에 닿기에 쉬운 곳이어야 했고 수영장과 조식이 포함된 서비스가 일순위였달까.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다. 역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푼나위티(Punnawithi)에 일주일 간 머물기로 했다.
쉼 없이 오토바이와 썽태우가 드나드는 곳. 하지만 좁고 복잡한 골목길 사정에도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사람이 지나가면 지나가기를 기다렸고 길가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과일이며 꼬치며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로 줄잇는 풍경. 역 근처 화려한 호텔들에 머물렀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방콕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딱히 맛집을 검색할 일도 없었다. 로컬 식당이 전부인 동네라 배가 고플 땐 언제든 집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한화로 1500원 정도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카오팟 무, 팟타이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모기, 파리 때와 씨름하는 일도 곧 익숙해졌고 그들이 앉았다 지나간 자리여도 대수롭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무료해질 땐 겨우 선풍기 하나로 견디는 미장원에 가서 어설픈 네일 케어로 기분을 내고,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아도 웃음이 상냥한 마사지 샵에서 가만히 누워 그들의 일상을 음미했다.
종종 맨손 운동을 즐기는 청년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는데 이상하게 늘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하지만 이곳을 찾는 내가 있었고 그나마도 문을 닫아 다른 가게로 걸음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또 다른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으니까.
내게 익숙하지 않은 삶의 방식이 생활인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그토록 피곤했던 이유를 비로소 찾았다. 타인 때문도 일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것을 냉정하게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나 때문이었다. 스스로 갉아먹기를 자제하고 조금만 이해했다면, 자리를 내어줬다면 머물러 있는 것이 그저 고통스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내 어깨를 주무르는 그녀의 손에서 오독오독 미세한 관절 소리가 들렸다. 관절의 고통이 그녀를 아프게 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를 내어야만 살 수 있다. 싫다고 무조건 벗어날 수는 없는데, 머무름 자체로 감동인데 그걸 여태 몰랐다.